[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며느리밥풀꽃

예나 지금이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쉽지 않은 문제였나 보다. 식물 이름에도 며느리밥풀꽃 말고도 며느리배꽃, 며느리밑씻개, 며느리주머니 같은 이름들이 나온다.

며느리배꽃이나 며느리밑씻개는 꽃은 연분홍색으로 작고 곱지만 잎 뒷면에 까칠한 가시들이 있어 옛 며느리들의 마음을 보는 것만 같다

며느리밥풀꽃도 사연으로 치면 압권이다. 착하고 고운 며느리가 있었고, 그 며느리를 심하게 구박하는 시어머니가 있었다. 매사에 트집이 많으니 며느리는 밥을 지으며 제대로 밥이 되었나를 보기 위해 밥알 몇 알을 떠서 먹어 보았다. 시어머니는 이를 보고 어른도 먹기 전에 숟가락을 든다고 심한 구박을 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한테 맞다가 부엌문에 찧어 죽게 되었고, 며느리를 묻은 자리에는 이듬해 며느리의 입술색 같은 진분홍 꽃이 피었다. 그 꽃잎에는 밥알 2개가 붙어 있었는데 사람들은 며느리가 꽃이 되어 다시 태어난 거라며 며느리밥풀꽃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사실 며느리밥풀꽃은 참 고운 꽃이다. 식물명을 정확히 말하면 그냥 며느리밥풀꽃이란 것은 없고, 같은 집안에 여러 가지, 알며느리밥풀꽃, 꽃며느리밥풀꽃, 새며느리밥풀꽃, 애기며느리밥풀꽃, 수염며느리밥풀꽃 등이 있다. 주로 줄기나 포의 색깔, 털이 있나 없나,

줄기의 특성, 포의 가장자리에 가시 같은 톱니가 어디까지 달려 있냐 등을 갖고 구분한다. 입술처럼 벌어진 진분홍빛 꽃잎 위에 2개의 밥알이 올라와 앉은 꽃을 보았다면 그건 며느리밥풀꽃 집안이구나, 라고 이해하면 된다.

며느리밥풀꽃은 현삼과에 속한다. 보통 키는 무릎 높이를 넘지 않게 크며 포기를 만들며 자라는 경우가 많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길쭉하고 끝이 뾰족한 잎이 마주나 있다. 꽃은 보통 여름에 핀다.

더러 가을까지 개화가 이어지기도 한다. 꽃도 보기 좋고 오래가는 편이며 사연도 특별하니 식물원이나 정원에 심어 둘 만한데, 산 말고 다른 곳에서 쉽게 만나지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 보니 한해살이 반기생 식물이기 때문인 듯하다. 우선 한해살이 풀이니 씨앗을 제대로 받아 발아시키기 전에 그냥 포기를 옮겨 놓아서는 다음해를 기약할 수 없다.

또 혼자서도 광합성을 하지만 이로는 부족해 땅속에서 다른 식물의 뿌리를 통해 양분을 빼앗는 특성을 가져서 옮겨 심으면 다시 꽃을 보기가 쉽지 않다.

갑자기 궁금해진 것이 며느리밥풀꽃은 어떤 식물에 기생하는가였다. 외국 문헌에서 그 나라에 자라는 종에 대한 기주식물과 목본식물 등에 폭넓게 기생한다는 등의 기록은 있으나, 우리땅의 숱한 며느리밥풀꽃에 대한 연구는 찾기 어려웠다.

연구해야 할 주제가 또 하나 늘은 셈이다. 정말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의 자연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에는 갈 길이 멀다. 새애기풀이란 별칭도 있고 영어로는 Rose Cow Wheat 라고 부른다. 벌이 꿀을 따는 보조식물로도 이용되고, 전초에는 해독성이 있어 종기나 상처들이 곪았을 때 쓴다고 한다.

뿌리는 음료를 만드는 재료가 된다는 기록도 있다.

며느리밥풀꽃 이야기를 하다 보니 따뜻하고 너그러우신 시어머니께 감사해야 한다는 마음이 인다. 당장 안부전화라도 올려야겠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