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 디자인 뮤지엄' 무크지 창간호 단행본으로 재편집

더 소울 오브 디자인
aA 디자인 뮤지엄 지음/ 이마고 펴냄/ 2만 5000원

고만고마한 카페가 복작거리는 서울 홍대 놀이터 골목에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있다. 빈티지 가구 컬렉터 김명한 씨가 운영하는 'aA 디자인 뮤지엄'이다. 국내 최초 가구 전문 뮤지엄으로 바우하우스의 초기작부터 찰스&레이 임스, 핀 율, 에일린 그레이, 장 프루베 등 거장들의 디자인 가구를 선보인다. 1층의 라운지 카페를 운영해 일반인들에게는 디자인 가구 카페로 알려졌다.

신간 <더 소울 오브 디자인>은 aA취재팀이 펴낸 디자인 북이다. 프랑스의 국민 디자이너 피에르 폴랑, 덴마크 모던 디자인을 완성한 한네 베델, 세계 최고의 의자 컬렉터 오다 노리츠쿠 등 이제까지 우리나라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거나 단편적으로만 알려졌던 현대 디자이너 20인을 6개월에 걸쳐 취재, 소개했다.

'피에르 폴랑은 이 세상에서 남의 것을 베끼는 작업과 텔레비전, 자신을 스타라고 여기는 아티스트들과 장난 삼아 시시덕거리며 예술과 디자인의 만남을 시도한다고 떠들어대는 디자이너들을 경멸하고, 고요한 정적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46페이지)

프랑스의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의 가구를 디자인한 피에르 폴랑은 프랑스의 국민 디자이너로 손꼽힌다. 2009년 타계 후 프랑스 문화부장관이 "프랑스가 낳은 현대 가구 디자인의 아버지, 디자인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우리의 삶을 또한 그리 살게 한 사람"이라고 추모했을 정도.

혼자의 힘으로 모던 디자인의 중심을 스칸디나비아에서 프랑스로 바꿔놓은 폴랑은 하지만 화려함이나 권력과는 무관한, 마치 구도자나 수도승과 같은 삶을 살다 갔다.

'소탈하게 보이지만 엄청난 노동과 땀으로 이루어진 그의 작품들은 현대의 대량생산 디자인 제품과는 분명히 다르다. (…) 평범하고도 전통적인 것을 좋아하며,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오래되고 낡은 것에 애착을 보이는 그의 미학적 관점과 장인정신의 결합이 이러한 독창적인 작업을 가능하게 했다.' (125페이지)

피트 하인 이크는 '버려진 나무(scrap wood)'를 재활용한 독특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네덜란드의 젊은 가구 디자이너다.

그가 멀쩡한 새 나무가 아니라 폐목재에 주목하게 된 것은 우연히 여동생의 찬장을 수리하면서부터. 버려진 나무를 가구로 탈바꿈시키는 그의 수공예 작업은 현대인들에게 시간과 노력이 주는 깊이와 감동을 생활 속에서 느끼게 해준다.

책은 이밖에도 덴마크 모던 디자인을 완성한 한네 베델, 세계 최고의 의자 컬렉터 오다 노리츠쿠 등 디자인 장인과 최근 각광받는 디자이너들을 소개하고 있다.

젊은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 후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세계적 아트 디렉터(아르망 아디다, 프리실라 카를루치오, 로산나 올란디 등)를 소개한 것도 이 책의 차별점. 작년 2월 발간된 aA 디자인 뮤지엄의 무크지 <캐비닛(Cabinet)> 창간호를 단행본으로 재편집한 책이다.

우리 몸 문화탐사기
최아룡 지음/ 신인문사 펴냄/ 1만 6000원

부제가 '한국인들의 독특한 몸 사용 매뉴얼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백인들은 햇살 속에서도 거의 모자나 양산을 쓰지 않고 선글라스만 착용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지만 한국인은 그렇지 않다.

또 한국인들에게 '따뜻하다'는 말은 매우 긍정적인 뉘앙스를 지니는 말이지만 미국 등에서는 그 대신 '쿨(cool)하다'는 표현을 즐겨 쓴다. 저자는 몸 사용법에는 각 문화마다 다채롭고 다양한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몸과 관련된 다양한 지구촌 문화를 소개하며 우리의 몸 문화를 되돌아본다.

생중계, 중국을 논하다
자오치정, 존 나이스 비트, 도리스 나이스비트 지음/ 홍민경 옮김/ 자음과모음 펴냄/ 1만 3500원

<메가트렌드 차이나>를 집필한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와 도리스 나이스비트 부부, 중국 공공관계 전문가 자오치정의 대담집. 존 나이스비트는 전작 <메가트렌드 차이나>의 연장선상에서 중국의 전방위적 발전을 바라보며 한층 업그레이드된 '차이나 비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현재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이며 중국이 서구의 편견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모습을 먼저 개방하고 외국인들이 직접 중국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보를 주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데리다 평전
제이슨 포웰 지음/ 박현정 옮김/ 인간사랑 펴냄/ 2만 원

실존주의 시대에 태어나 구조주의 시대에서 성장해 후기구조주의를 주도했던 '해체의 사상가' 자크 데리다의 평전이 나왔다. 저자는 데리다를 니체와 하이데거의 전통을 이어받아 '유령의 존재론'을 펼친 찰학자로 이해한다.

데리다의 '해체'가 도대체 무엇인지를 정리하며 독자는 20세기 이후의 지성계의 지형도를 함께 읽게 된다. 저자는 간략하면서도 핵심을 짚어내는 기술로 데리다의 철학사적 위치를 정리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