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르 이 저자] 자연주의 문학이론 발명한 작가, '나는 고발한다'로 유명

생물학적 죽음 이후에도 살아남은 작가들의 작품은 몇 가지 경향성을 보인다. 셰익스피어, 괴테, 도스토옙스키, 발자크는 양으로 승부하는 작가다. 무시무시한 작품 양으로 문학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이들이다.

물론 보들레르, 베케트, 생텍쥐페리와 조세희처럼 단 하나의 작품으로 이름을 남기는 작가도 있다. 톨스토이 지드, 프루스트, 카뮈처럼 대부분의 작가들은 그들이 창조한 작품으로 이름을 남기지만, 플로베르와 사르트르처럼 어떤 작가들은 혁명적 문학양식으로 이름을 남긴다.

소설가 에밀 졸라는 기실 소설보다 드레퓌스 사건 때 발표했던 '나는 고발한다'로 우리에게 알려졌다. 그의 소설 <테레즈 라캥>을 국내 번역한 철학자 박이문의 설명에 따르면 "그가 문학사에 남는 이유는 특별하다." 위의 네 가지 경우 중 어느 관점에서도 이름을 남겼고 새로운 소설이론(플로베르의 사실주의 문학이론)을 발전시켜 자연주의 문학이론을 발명한 작가니까.

에밀 졸라(Emile-Edouard-Charles-Antoine Zola). 1840년 태어나 1902년 사망한 프랑스 소설가다. 미술비평가로 기성의 대가들을 비판하고 마네·피사로·모네·세잔 등 신진의 불우한 인상파 청년화가들을 강력히 지지했던 그는 자연주의적인 작품 <테레즈 라캥>, <마들렌 페라>를 발표하고 자연주의 소설관을 명확히 한다.

흔히 사실주의 자연주의 소설로 일컬어지는 그의 작품은 개인보다는 집단을, 특히 하층 대중 묘사에 치중한다. 인간의 추악과 비참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그것이 인간의 진보에 동력이란 것. 에밀 졸라 시대의 주류 문학이던 낭만주의가 인간의 삶의 '진실 인식'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고, 작가는 기존 문학의 결함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자연주의 소설 기법을 채택한다.

물론 예술적 파격은 권위를 얻기 전까지 엄청난 욕을 먹게 돼있다. 자연주의 소설의 첫 작품인 <테레즈 라캥>을 출간했을 때 작가는 비평가들의 악평을 받았고, 이에 대응하며 재판 서문에 자연주의 소설형식에 관한 구상을 발표했다.

'나는 자유의지를 박탈당하고 육체의 필연에 의해 자신의 행위를 이끌어가는, 신경과 피에 극단적으로 지배받는 인물들을 선택했다. 테레즈와 로랑은 인간이라는 동물들이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다. (…) 나는 해부학자가 시체에 대하여 행하는 것과 같은 분석적인 작업을 살아 있는 두 육체에 대하여 행한 것뿐이다.'

이후 이 작품의 중요성을 인정받자 작가는 1867년 <마르세유의 신비>를 발표하고 발자크의 <인간희극>에 비견될 대작 <루공마카르 총서>를 구상한다.

<루공마카르 총서>는 아델라이드 푸크라는 정신병에 걸린 여자가 건강한 농부 루공과 결혼하였고 루공이 죽은 뒤 알코올 중독자인 마카르를 애인으로 삼았는데, 이 두 남자와의 사이에 태어난 많은 자손들이 제2제정시대에 살아간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목로주점>, <나나>, <제르미날>, <대지>, <수인> 등 대표적인 걸작은 대부분 이 총서에 들어 있다. <목로주점>이 성공하면서 대가의 반열에 오른다.

지금의 그를 기억하게 만든 글 '나는 고발한다'가 작가가 대가의 반열에 오른 후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장이란 점에서 김빠진 감이 없지 않지만, 한편으로 작가는 이상주의적 사회주의자였다. 만년의 작품 <세 도시 이야기>, <4복음서>는 당시의 정열을 반영하고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