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보하기 위해서 복용하는 보약과는 달리 양약이라 일컫는 약물들은 특별한 질병이나 증상을 치유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질병에 따라 정해진 기간만큼 복용하는 것이 올바른 약 사용법이지요. 문제는 반복적·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할 때입니다.

소화제를 예로 들어 볼까요? 소화기능은 우리 몸이 원래 갖고 있는 기능입니다. 어린 시절에는‘쇠도 녹인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살면서 소화기능이 약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소화제입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소화기능을 즉각적으로 돕는 소화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우리 몸의 소화기능은 오히려 점차 퇴화됩니다. 소화제를 복용했을 때 소화기능이 약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심리적인 의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나는 소화제를 먹어야만 소화를 시킬 수 있어’라고 믿으며 소화제에 의존하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는 것에 두통약이 있습니다. 물론 머리가 몹시 아플 때는 두통약이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주위를 한 번 둘러보십시오. 두통약을 먹는 사람은 대부분 상습적으로 복용합니다.

두통약을 포함한 진통제는 뇌에 작용해 통증에 대한 역치를 약이 작용하는 시간에 올려 주는 원리입니다. 통증의 강도는 그대로인데 통증이 뇌로 넘어오는 문을 높여 통증을 줄이는 것이지요.

문제는 역시 두통약을 자주 복용했을 때입니다. 복용할 때에는 물론 역치를 올리지만 자주 복용하면 복용하지 않았을 때의 역치를 오히려 떨어뜨립니다. 그래서 일상생활 중 더욱 자주 두통이 생기고, 그러면 다시 두통약을 복용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소화제와 마찬가지로 두통약에서도 의존성이 작동합니다. 그야말로 ‘병 주고 약 주고’입니다.

우리 몸에 나타나는 증세는 대체로 목적이 있습니다. 증세 자체가 병이라기보다 증세를 일으킴으로써 몸을 돌보지 않은 우리들에게 일종의 경고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지요. 증세만 치료할 경우 오히려 원인을 악화시키게 됩니다.

어떤 약이든 만성적으로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치료방법은 그 약을 끊고 1~2주일 정도만 버티라는 것입니다.

소화가 안 돼서 부대껴도, 변비로 속이 더부룩해도, 머리가 아파도 2주간만 참으면, 신체의 원래 기능이 되돌아와 더 이상 약이 필요 없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런 증세가 지속되면 병이 키워질 것이라는 불안은 자신의 회복 기능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또 다른 치료법은 이들 증상의 공통 원인인 민감한 몸을 둔감하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민감하게 하는 상황들에 지금까지 했던 것과는 반대로 행동해 보라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해야 할 일이 열이면 일부러 여덟만 하기, 일부러 어질러 놓고 살기, 약속시간 어기기, 일부러 져 주기, 욕먹을 짓하기, 기다리던 지하철 타지 않기, 지저분한 화장실 사용하기 등입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처방을 내리면 환자들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며 우선 증세를 치료해 달라고 조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 그렇구나!’라고 깨달으며 1~2주 후에는 완쾌되어 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유태우 tyoo@unh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