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으로 시작해 놀라운 성과로 끝나는 아이디어 창출과 혁신의 상징

한상철(왼쪽) 마케팅 이노베이션LAB소장과 김진영 로아그룹 회장
2010년 마켓의 새로운 화두로 생소한 용어 하나가 등장했다.

'인테러뱅(Interrobang)', 거의 들어본 적 없고 발음도 어려운 이 단어는 '세상을 바꾸는 혁신 아이콘'임을 표방한다.

기호로도 표시하는데 물음표와 느낌표가 합쳐진 '물음느낌표'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최근 인테러뱅이란 용어를 '느닷없이' 들고 나온 사람은 마케팅 전문가인 한성철 마케팅 이노베이션LAB소장, 김진영 로아그룹대표. 두 사람은 신간 '인테러뱅'을 공동으로 펴내며 시장에 뜨거운 이슈를 던졌다.

비록 책의 공동 저자이지만 두 사람이 국내에서 인테러뱅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이 용어를 언급한 이는 이어령 선생이다. 그는 지난 해 초 '젊음의 탄생'을 출간하면서 인테러뱅에 대해 한 장을 할애하며 소개했다.

그리고 인테러뱅이란 용어가 다시 한 번 시장의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지난 연말.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생각의 빅뱅, 인터러뱅'이란 타이틀로 대한민국의 저력을 소개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세리 영상 보고서'를 펴내면서다.

세리 보고서는 미국에서 현대자동차가 신차 구입 후 1년 내 실직하면 자동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과, 실직 소비자를 대신해 3개월간 자동차 할부금을 갚아주는 어슈어런스 플러스를 실시한 결과, 2009년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47%나 급등해 미국 진출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사례를 집중 강조했다. 반면 같은 기간 포드, GM의 판매량은 40% 급감했다.

그럼 '인터러뱅'과 현대차 사례와의 상관관계는 무엇인가? 세리연구소는 "인터러뱅은 '의구심과 놀라움', 이 두 가지 감각이 창조하는 경이로운 작용을 표현한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발상의 전환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바로 2008년 말 사상 최악의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으로 미국내 대량 실직자가 속출하고 재직자들 역시 해고가 두려운 상황에서 그 누구도 새 차 구매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현대자동차는 달랐다는 점 때문이다.

물음느낌표로 표현되는 인테러뱅은 1962년 미국의 광고 에이전시 사장인 마틴 스펙터에 의해 창안된 개념이다. 물음표와 느낌표가 하나의 기호로 결합해 만들어진 신개념의 문장부호. 실상 이전까지 사람들은 비공식적인 글에서 그 자체로는 정확히 의문도, 감탄도 아닌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표현하기 위해 물음표와 느낌표를 혼합해서 종종 사용하곤 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착안한 스펙터는 '수사학적 질문'과 '교차시험'이란 뜻을 가진 라틴어 'interrogatio'와 감탄사를 뜻하는 인쇄 은어 'bang'을 조합해 '인테러뱅' 이란 단어를 만들었다. 워낙 낯선 단어여선지 이어령 선생은 책자에서 아예 영어로만 표기했고 세리연구소는 '인터러뱅'으로 표기했다.

그런데 책에 적힌 제목은 '인테러뱅'. 굳이 종전과 달리 표기한 것은 특별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국내 백과사전에 이미 인테러뱅이라고 맞춤법 표기가 돼 있어서다.

경제 회복을 위한 인고의 과정이 여전히 진행 중인 이 시기 인테러뱅이 새삼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단어 자체가 지닌 '창조적 아이디어와 혁신의 실행'이라는 점 때문이다.

'미국의 버려진 조그만 소도시 시장인 존 페터먼은 월 급여 150달러짜리 파트타임 시장이었지만 도시를 살릴 방법으로 녹색 산업을 제시했다. 하버드대 출신으로 엉뚱한 곳에 와서 시장을 한다는 소리를 듣던 그는 결국 도시를 떠받치고 있던 하나의 산업이 붕괴될 때 어떤 중재나 조정을 하지 않으면 도시가 어떻게 버려질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뉴질랜드 스파이트 맥주는 영국 시장을 위해 책정된 모든 광고비를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에 전액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에 거주하는 한 뉴질랜드인이 고국에서 친구들과 마시던 스파이트 맥주를 그리워한다는 얘기를 듣고 스파이트사가 '맥주 바'를 아예 통째로 베에 싣고 영국까지 직접 배달하는 아이디어였다. 사모아, 파나마, 뉴욕을 거쳐 10주가 걸리는 항해 기간 동안 스파이트 맥주는 전세계적으로 인기 브랜드 맥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메인 저자인 한성철 소장이 책에서 제시한 이들 사례는 인테러뱅의 근간을 잘 나타내 준다. 인테러뱅은 마케팅과 함께한 비즈니스 경력의 과거와 현재를 함축하고 미래를 이어줄 콘셉트이자,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기적의 단어라는 것. "이 간단한 기호 속에 기존의 관념과 질서에 끝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새로운 시각과 창조적 사고로 해결 방향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인테러뱅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떠올려 볼 수도 있다. 인테러뱅의 콘셉트를 소유하고 실천한 인물로 스티브 잡스, 피카소, 구글, 마크 주커버그, 빌 커닝햄 신부, 소르킬 손, 폴 폴락, 존 페터먼, 스타벅스, 할리 데이비슨, 갈릴레이, 이순신 장군 등의 사례들을 그는 언급한다.

"그들은 모두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열정을 바치고 몰입하며,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구성원들과 함께 새로운 것을 실행하고 또 실행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인터러뱅 창출 과정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한 소장은 '인테러뱅 사이클'을 처음으로 제시한다. 고정 관념 'Why?'를 던지고 새로운 방향 'How?'를 찾은 뒤 구체적 아이디어 'What?'을 도출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들. 그리고 바로 '실행'하면 'Wow!'가 외쳐지고 이 감탄사는 발전 단계를 거쳐 다시 첫번째 'Why?' 단계로 순환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 끊임없는 물음과 개선, 아이디어가 태어나고 실행이 즉시 이뤄져야 하며 결과물에 만족하지 말고 또 다른 물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방법론을 담고 있다.

"인테러뱅을 몸소 실천한 이들은 기존 질서의 파괴자이자, 세상을 만드는 창조자이며, 열정적으로 실행하는 행동가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꿈을 꾸는 몽상가였습니다. 이들이 직접 인테러뱅이란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인터러뱅으로 혁신을 일으킨 사람들이었죠. 그들의 위대한 업적 뒤에 인터러뱅이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칼잡이는 결코 2, 3, 4등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미 시장에서 '굴복', 순위가 매겨진 이들보다는 '어디에선가 나타날 아무도 모르는 무명의 칼잡이'를 실제로는 두려워한다는 것. "그가 어떤 칼을 가지고 와서 어떻게 칼을 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새삼 인테러뱅의 의미가 지금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제일기획, 한국 홈쇼핑, 한솔PCS, KTF 마케팅 연구팀장 등 20여년 마케팅 경력을 거친 한성철 소장의 경험이 한 단어에 녹아 든 때문으로도 보인다. 국내 최초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드라마식 광고, 블랙코미디광고 등 최초 시도 타이틀을 여럿 가지고 있는 한 소장은 자신의 지난 과정들이 돌이켜 보니 인테러뱅의 일환이었다고 지적한다.

공동저자 김진영 대표는 책의 매 장 요약본을 도왔다. 두 저자는 "의심(?)으로 시작해 놀라운 성과(!)로 끝나는 아이디어 창출과 혁신의 상징. 세상을 바꾸는 모든 위대한 혁신의 필수 조건을 상징하는 아이콘 인테러뱅이 다시금 되새겨지는 요즘"이라고 시대를 진단했다.



글·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