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모터쇼와 일정 겹쳐… BMW·벤츠 등 장외 대결 후끈

메르세데스 Shooting Brake 컨셉카
"유럽의 한 명차 브랜드로부터 2억 원을 보태주면 모터쇼에 참가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전시장에서 참가업체에게 장소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경우는 있어도 현금 지원까지 해준다는 얘기는 황당했지요." 부산국제모터쇼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전시장 주변에 흘러 다니는 소문이다.

4월 23일 개막한 중국 베이징 모터쇼. 부산 국제모터쇼의 개막일은 같은 달 28일. 각각 10일씩 열리는 두 모터쇼의 개최 기간이 일부 겹친다. 보통 같은 주제와 상품의 국내외 전시회가 겹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어쨌든 중국 모터쇼는 지금 지극히 '호황'이다. 처음 공개되는 차량만 89종에 달하고 이중 절반은 중국산 자동차들로 채워졌다. 모터쇼를 취재하는 기자들만 무려 2만 명이라고 하니 인구 대국 중국의 시장 규모를 읽을 만하다. 중국 경제와 자동차 시장 경기가 별다른 침체 없이 여전히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간다.

하지만 원래 베이징모터쇼가 열리는 시기는 가을. 이번처럼 봄에 모터쇼가 열리리라고는 예상되지 못했다. "베이징모터쇼를 의식해 당초 부산모터쇼 행사를 봄으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결정하고 나서 뒤늦게 중국이 봄으로 확정해 버렸습니다."

벡스코는 뒤늦게라도 부산모터쇼 개최 날짜와 시기를 변경해 볼까 고려했다. 하지만 전시장 연간 일정이 이미 확정돼 있어 불가능했다. 때문에 부산모터쇼는 중국과 모터쇼 시기가 겹치는 바람에 약간의 '타격 아닌 타격'도 입게 됐다. 부산에서 소개하는 수입차 브랜드가 지난 모터쇼보다 줄어들게 된 것.

BMW X1
대신 부산 모터쇼에서는 국산차들이 총출동한다.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은 세계 최초로 신차들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공개하고 GM대우도 시보레 브랜드를 첫 선보인다. 또 일본산 자동차인 수바르코리아가 올해 처음 부산모터쇼에 얼굴을 내미는 것도 소득이다.

더불어 부산 모터쇼에 참가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내 시장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들은 '외곽 마케팅'에 열중이다. BMW는 미학적 디자인으로 레드닷 어워드를 수상한 6세대 뉴5시리즈를 아시아 최초로 국내 출시하는 등 신차 3종을 최근 줄줄이 공개했다. X 패밀리에 4번째로 선보이는 세계최초 프리미엄 컴팩트 SAV(Sports Activity Vehicle)인 과 새로운 V12기통 엔진과 최초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최상급 럭셔리 세단인 뉴760Li.

메르세데스-벤츠도 2010 오토 차이나(2010 Beijing International Automotive Exhibition)에서 쿠페 디자인의 새로운 미래 가능성을 엿보게 해주는 컨셉트카 메르세데스 Shooting Brake와 새로워진 마이바흐 페이스 리프트 모델을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였다. 또 뉴 E-Class의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된 300 SL의 디자인 전통을 계승한 새로운 걸윙 모델 SLS AMG를 아시아 최초로 선보였다.

한편 르노삼성자동차는 프리미엄 이미지에 걸맞으면서 모터쇼에서 보기 드문 남성 '인포우미'를 포함, 이색적인 경력을 갖고 있는 도우미들을 등장시켜 모터쇼의 신트렌드로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에서는 최초로 남성도우미를 메인 모델로 내세우면서 르노삼성자동차의 부스를 부각시킬 도우미로 선발된 이들은 꽃미남 도우미 4인방.

QM5 메인 남자 인포우미로 선발된 이승후(28) 군은 "단지 포즈만 취하는 모델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기업 이미지를 강조하고 자동차 전문 메신저의 역할을 수행하는 스마트한 홍보대사로 인식되었으면 좋겠다"며 "특히 여성 도우미들이 지배적인 모터쇼에서 멋진 남성 인포우미로 여성 관람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남자 인포우미
벡스코의 김수익 대표이사는 "모터쇼 개최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국산 완성차 업체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 덕분에 부산모터쇼가 빛을 발하게 됐다"며 "관람객들은 자동차의 미래를 부산 모터쇼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부산=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