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대중문화에 러브콜 고정 이미지 순화

소니코리아, 국내 최초 3D 쇼케이스 개최
첨단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생활을 좀더 윤택하게 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첨단 기술에 대해 논하시오'라는 문제를 받는다면, 누구나 머리가 아찔해지는 경험을 맛볼 것이다.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외 기업들이 최근 대중에게 친숙한 스타들과 손잡고 마케팅을 펼치는 건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첨단산업, 대중문화와 만나다

'3D 안경을 착용해 주십시오.'

SF영화관에서 볼 법한 문구다. 그러나 한 여가수의 쇼케이스 현장에서 이 글귀를 봤다면 어떻겠는가. 21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 7관에서는 9년 만에 컴백한 가수 로티플스카이의 쇼케이스가 열렸다.

(좌부터) 오쿠라 키쿠오 소니코리아 마케팅 본부장, 이사강, 로티플스카이, 류시원, 류시관 알스컴퍼니 대표
그녀의 뮤직비디오 <노 웨이>를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에서'3D 안경을 착용해 달라'는 문구가 스크린을 채웠다. 자리를 가득 메운 취재진은 일제히 3D 안경을 귀에 걸었다.

소니코리아가 최초의 3D TV '브라비아 LX900 시리즈(52형, 60형)'의 공식 판매를 앞두고 가수 로티플스카이의 쇼케이스를 통해 벌인 마케팅이다. 이번 쇼케이스에서는 소니 최초의 3D TV인 브라비아 LX900 시리즈로 3D 뮤직비디오가 선보여, 3D 컨텐츠 제작부터 디스플레이까지 소니의 기술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또한 3D 뮤직비디오 메이킹 필름이 공개되면서, 국내 최초로 3D 뮤직비디오가 제작되는 과정이 일반인들에게 소개돼 높은 호응을 얻었다.

소니코리아의 오쿠라 키쿠오 마케팅 본부장은 "소니가 3D 기술 리더로서 3D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소니가 대중문화계와 손잡고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 전략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 소니는 이를 의식한 듯 대중가수와의 프로모션에 '프로젝트'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 굴지의 대기업이 한국 대중문화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을 벌인 것이다. 로티플스카이 또한 국내에선 최초로 시도되는 3D 쇼케이스라는 이점을 안고 대중의 관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

세븐, 블랙베리 볼드 9700
20일 서울 청담동 클럽 '앤서'에서도 첨단기술과 대중문화의 만남이 이뤄졌다. 리서치인모션(RIM)사는 스마트폰 '블랙베리 볼드 9700'시연회 및 이벤트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세븐이 나왔다. 싱글 앨범 <디지털 바운스>를 출시한 세븐과 공동 프로모션을 한 것이다.

세븐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블랙베리 볼드 9077' 화이트 모델을 등장시켜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행사 후에는 세븐이 직접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갖고 트위터, 메신저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팬들과 대화를 시도해 블랙베리가 젊고, 세련된 이미지의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RIM은 세븐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국내에서 보급률이 높지 않은 블랙베리를 홍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세븐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세븐이 컴백 앨범 <디지털 바운스>를 통해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깨고 새롭게 돌아온다는 점이, 기능과 디자인이 새롭게 거듭나는 블랙베리 볼드 9700과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아 이같은 공동 프로모션이 진행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첨단기술의 어려운 이미지를 대중문화로 순화

영화 <007> 시리즈에는 주인공 본드의 승용차가 화제에 오른다. 그간 <007> 시리즈에는 벤츠, BMW 등 세계적인 명차들이 등장해 관객의 시선을 모았다. 지난 2006년 개봉한 <007 카지노 로얄>에는 본드카로 신형 '에스턴 마틴'이 등장했다. 에스턴 마틴은 이 영화 개봉에 맞춰 제작진과 회담을 갖고 신차의 시승을 제공하는 홍보 마케팅을 했다. 영화 속에서 일명 '본드카'로 불리며 극비리에 진행되던 절차를 깨고, 에스턴 마틴사는 신차의 이름까지 지어가며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최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제품을 생산해내는 기업들이 최근 대중문화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엔터테인먼트와 협연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소니 또한 일본에서 한류스타로 입지를 굳힌 배우 류시원이 차린 회사 '앱노멀106'의 소속 가수와 3D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준비기간만 3개월. 소니는 한국의 한류스타를 등에 업고 일본과 한국, 양국의 소비자들에게 소니의 기술을 선보이며 이미지 변화를 시도한 셈이다. 류시원도 소니의 적극적인 후원을 입고 소속 가수 로티플스카이를 한국에 이어 일본에까지 얼굴을 알리는 효과를 얻었다.

RIM은 세븐의 앨범 발매 시기에 발맞춰 블랙베리 볼드 9700의 마케팅을 기다려왔다. 사실 RIM은 세븐과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전 다른 힙합 그룹과의 쇼케이스를 준비했었다. 당시 이 힙합 그룹의 앨범 출시 시기가 늦춰지자, 국내 다른 가수들을 물색하던 중 세븐과의 공동 프로모션이 이뤄진 것이다. 특히 세븐이 2003년에 데뷔한 이래 아시아 전역에 어필했던 가수라는 점이 RIM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RIM이 세븐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아시아 프로모션 전략까지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 광고기획자는 "최근 기업들이 대중문화계와 연결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국내에 진출하기 위한 해외기업들의 경우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를 위해 대중문화를 이끄는 유명인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딱딱하고 어렵다는 첨단산업계 기업들이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국내 스타들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는 효과도 얻는다"고 설명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