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자 소믈리에의 와인 노트' 국내 첫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 등장

와인을 구입하거나 마실 때 사람들은 소믈리에를 찾는다. 수많은 종류의 와인 이름과 맛에 관한 한 전문가의 조언을 듣기 위해서다. 그러나 소믈리에가 없을 경우에는? 이젠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대신해 준다. 바로 'e소믈리에' 어플리케이션의 등장 덕분이다.

유명 소믈리에가 스마트폰용 와인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인터컨티넨탈호텔 테이블34의 엄경자 헤드 소믈리에가 개발한 '엄경자 소믈리에의 와인노트'. 그녀는 직접 와인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국내 최초의 소믈리에란 타이틀을 안았다.

"와인 숍에서 와인을 구매할 때, 또는 레스토랑에서 수많은 종류의 와인에 '헉' 하며 주눅이 든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름들이 워낙 복잡한데다 다양한 맛 때문에라도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찾기란 무척 어렵지요."

그녀는 "이런 경우 와인 전문가인 소믈리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소믈리에는 호텔, 고급 레스토랑 또는 와인 바에서만 볼 수 있다. 그런 장소가 아니라도 누구나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소믈리에가 아쉽다, '엄경자 소믈리에의 와인노트' 는 그래서 태어났다.

스마트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그녀의 'e소믈리에' 어플은 국내에 수입되는 무려 5000여 가지 와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 와인에 대한 검색 기능뿐 아니라, 와인과 음식의 매칭, 와인 테이스팅 노트, 용도에 따라 와인 고르는 법 등 다채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한 마디로 옆에는 없지만 소믈리에 역할을 그대로 해 주는 '온라인 소믈리에'인 셈이다.

"올해 초 아이폰이 처음 국내에 시판됐을 때 스마트폰에서 와인을 소개해 주는 PDF파일을 보게 됐어요. 유용한 정보였는데 영문이라서 아쉬웠죠. 한국어로 와인 프로그램을 만들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위스 글리옹 호텔 학교에 다니는 학생 편정범 군도 프로그래밍 작업 등 그녀에게 힘을 보탰다.

가장 먼저 나선 일은 와인 데이터 수집. 국내 수입되는 주요 와인들에 대한 모든 정보와 사진을 일일이 챙기는 것은 기본, 개별 와인들에 대한 테이스팅 노트까지 일일이 덧붙였다. "업무 외의 일이라 틈날 때마다 개인 시간을 할애해서 작업했죠." 평균 하루 서너 시간 정도, 물론 주말도 휴일도 따로 없었다. 올 봄 개발에 착수한 지 4개월여 만에 비로소 완성됐다.

'e소믈리에'를 통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와인 검색 기능. 3가지 방법으로 검색이 가능하다. 가장 빠른 검색이자 기본 코스인 '이름으로 찾기'는 시간이 없는 유저들에게는 당장 편리하다. 검색된 각각의 와인에는 엄경자 소믈리에의 시음 평가가 함께 있어 와인 가이드 역할을 해 준다. 단순한 정보 검색으로 끝나지 않고 '그녀의 이름을 내건' 전문가로서의 소견이 첨부돼 있다는 것은 차별화된 강점이다.

또 정확한 와인 이름은 모르고, 종류와 가격대에 맞는 와인을 찾고자 할 때, 희망하는 종류와 가격을 입력해 원하는 와인을 찾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스텝 바이 스텝 검색, 와인의 종류, 나라, 포도 품종, 가격대 순으로 분류해 놓은 그룹에서 와인을 찾아 보는 과정으로 다양한 와인 검색이 가능하다.

엄경자 소믈리에게 와인은 음식이다. 와인을 더욱 맛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음식에 맞는 와인을 매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녀의 철학. 한국인이 가장 즐겨먹는 양식, 일식, 한식을 선별해 각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들을 가격대별로 4~5가지씩 추천했다.

전문가로서 와인들을 골라 소개하고 평가하면서도 그녀는 한편으론 조심스럽다. "와인 테이스팅 노트나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 페어링 등 모두 다 엄밀히 말하면 저의 주관적인 소견으로만 받아들여주셨으면 합니다." 행여라도 평가나 추천에 만족스럽지 못한 고객이 나올까봐 그녀는 걱정한다. 하지만 세상에 어느 소믈리에가 모든 고객들의 입맛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을까.

막상 신중해 하면서도 그녀는 과감하다. 각각의 주요 와인들에 자신만의 점수까지 매겼다. 역시 사견이라는 전제를 깔았지만. 국내 와인 전문가로서 와인에 점수를 매기는 시도 또한 처음이다. 만약 로버트 파커 같은 유명 와인 테이스터와 평가 점수가 엇갈린다면? "그 사람이 포인트를 주는 워낙 유명한 고가 와인들보다는 일반 대중들이 즐겨 찾을 만한 와인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파커 포인트와 왜 다르냐'고 시비 붙을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와인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이들은 자신만의 '와인 정보함'을 만들 수도 있다. 어플리케이션이 제공하는 '와인 셀러' 기능을 활용하면 유저들이 갖고 있는 와인에 관한 정보를 검색에서 매번 찾아보지 않고 바로 찾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찾아본 와인들 중에서 소장하고 있는 와인, 마셔본 와인, 마시고 싶은 와인 등으로 분류, 저장하면 된다. 마셔본 와인은 개인 시음노트를 작성해 저장, 개인 와인 셀러 리스트도 만들 수 있다.

"고객들이 제게 가장 많이 물어 보면서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추천 와인이에요." 사람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많은데 어플리케이션은 그럴 때마다 와인 선택에 고민하는 이들을 도와준다. 비즈니스 파트너의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와인부터 승진, 졸업, 결혼, 연인 등에게 선물하기 좋은 와인들을 유형별로 나누어 소개한다.

e소믈리에가 나타났다고 정작 진짜 소믈리에들의 일자리를 뺏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고객들이 소믈리에에게 묻는 것도 있지만 소믈리에에게 얘기하는 것을 더 즐기시는 것 같아요." 와인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전문가와 나누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분을 주변에서 확인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프랑스 보르도의 소믈리에 학교와 보르도 대학 와인 양조학과 유학, 동양인 최초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부르고뉴의 '조르쥬 블랑' 인턴 소믈리에 입성, 미국 마스터 소믈리에 협회(The Court of Master Sommeliers) 소믈리에 자격증(Certified Sommelier) 취득 등 독보적인 커리어를 갖고 있는 엄경자 소믈리에는 2007년 세계 57개 도시를 따라가며 와인에 관한 기록을 담은 저서 '와인노트'(사람이음)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번 와인 어플리케이션 역시 같은 이름이다.

e소믈리에는 앞으로 유저들에게 알뜰한 와인 쇼핑을 도와주는 와인 장터 행사, 세일 행사, 와인 디너 및 시음 행사, 강의 등 각종 와인 소식들도 함께 전할 계획이다. 이어 GPS를 활용, 와인 숍의 위치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추가할 예정. '엄경자 소믈리에의 와인노트' 어플리케이션은 아이폰의 wine-note.co.kr 에 접속해 누구나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글·사진=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