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에서 앱까지… 직원감시 더 심해져

KB국민카드, 직원들에게 MDM앱 설치 요구 논란

앱 통해 직원 사생활 및 근무태도 엿볼 수 있어

CCTV 통한 감시도 여전

자고 일어나면 발전하는 IT 기술만큼 회사가 직원을 통제할 수 있는 기술 또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전통적인 CCTV 감시부터 개인의 스마트폰에 특정 앱을 설치해 근무 태도를 알아보는 방법까지 진화했다.

정보 유출로 논란 겪은 카드사, 해결책은 직원 스마트폰 감시?

KB국민카드는 최근 직원들에게 앱 설치를 강요해 노사간 갈등을 빚기도 했다. KB국민카드가 직원들에게 설치를 요구한 앱은 MDM(Mobile Device Management)으로 직원들은 이 앱을 통해 스마트폰을 통제당할 수 있다며 거부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앱을 통해 만약 휴대전화를 도난당했을 경우 원격으로 데이터 삭제, 단말기 잠금, 앱 설치 등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카드가 앱 설치를 직원들에게 권고한 것은 보안 때문이다. KB국민카드를 포함한 카드 3사(농협카드, 롯데카드)는 고객의 개인 정보를 유출시켜 큰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이를 위해 국민카드는 엑스레이 검색대, 금속탐지기 등 보안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 왔다. 이번 MDM 앱 설치 또한 그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앱을 통해 사생활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KB국민카드 지부장은 “언론에 사실이 보도된 이후로 사측에서 앱 설치를 요구하는 움직임은 줄었다. 하지만 일단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KB국민카드가 주장하는 정보 유출을 앱 설치를 통해 예방할 수 없다고 여긴다. 이경 지부장은 “카드 3사 정보 유출 사건으로 국민카드는 외부메일 열람 금지, 특정 사이트 접속 차단 등 서버 관리와 직원들 출입 시 검색대를 통과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시행하고 있다. 다소 불편한 점도 있지만 직원들은 보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잘 따르고 있다. 하지만 앱을 통해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 언급했다. 실제로 큰 문제가 된 카드 3사 정보 유출은 외부인이 USB를 통해 고객 정보를 빼낸 방식으로 이뤄졌지 내부의 소행은 아니었다. 이경 지부장은 “정말로 직원들의 정보 유출을 막고 싶다면 고객 정보를 다루는 부서에 업무용 단말기 지급을 하는 근원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앱’을 통한 직원 사생활 침해 논란은 이번 사례뿐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KB국민카드처럼 고객 정보 유출로 큰 파문을 불러일으킨 금융업계에서 이와 같은 앱 설치를 직원들에게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몇몇 카드사에서도 MDM앱 설치를 추진했으나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금융업계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업무용 앱 설치 지시를 거부한 KT 직원이 사내 징계를 받기도 했다. 피죤의 경우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직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영업 사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앱 설치를 강요하기도 했다. 포스코 역시 광양제철소에 출근하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통화내역 열람이 가능한 앱을 설치하라고 요구한 사례가 있다.

직원에게 특정 앱을 설치하라고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해서다. 영업사원들은 사측이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앱 설치를 요구하기도 한다. 영업의 경우 방문처가 곧 실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요새 기업들의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른 보안 문제다. 영업장의 사업 비밀이나 고객 정보와 관련된 내용이 유출될 것을 우려해 직원들의 통화 내용 등을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회사가 갖는 것이다. 제철소나 반도체 공장에선 동영상이나 사진 촬영을 통해 원천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업장 내에선 동영상 및 사진 촬영을 금지하도록 제한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내용은 ‘노동 감시’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진보네트워크의 설명에 따르면 노동감시는 근로자의 감시 시스템을 이용한 개인, 노동행태, 노동자에 대한 정보수집 및 관리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감시시스템에 사용되는 도구로는 영상시스템(CCTV, 몰래카메라 등), 위치추적시스템(GPS, 핸드폰 위치추적 등), 전자카드(IC칩 카드, 액티브 배지 등), 생체인식기(지문, 홍채, 정맥 인식기 등) 등이 있다.

특히 CCTV를 통한 근로자 감시는 예전부터 큰 문제가 돼왔다. 최근에는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가 영업장에 CCTV를 설치해 아르바이트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버스기사들의 안전을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CCTV를 통해 기사들을 감시하는 회사들로 고충을 토로하는 기사의 사례도 있었다. 특히 이 CCTV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CCTV를 설치할 것을 강요한 후 이 CCTV를 통해 가맹점을 감시한다는 것이다. 음식 프랜차이즈업체를 통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본사가 CCTV를 통해 외부 물품을 사용하는지, 친하게 지내는 가맹점은 어디어디인지를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이 자영업자는 “CCTV는 가게의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설치할 수도 있는데 본사가 CCTV를 설치하지 않으면 인테리어 공사를 해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노동 감시’는 진화하는데… 법망은 아직도 미비

과거 CCTV를 통한 감시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이제는 앱 설치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이 앱을 통한 감시는 근로자의 통화 내역, 위치정보, 문자메시지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개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노동 감시에 대해 진보네트워크는 지난 2015년 피죤, KT 노조 등과 함께 ‘노동감시앱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당시 관련 단체들이 요구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수정이었다. 이들은 노사 관계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 처리의 침해 사실에 대해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신고를 접수하고 자료제출 및 요구 검사, 시정조치, 고발 및 징계 권고를 소관하는 방향의 법 개정을 주장했다. 하지만 19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흐지부지됐다. 진보넷 장여경 활동가는 “해외 사례 연구를 통해 구체적 대안을 마련한 후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게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관련 단체는 KT의 직원이 제기한 소송에 주목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KT의 업무용 앱 설치를 거부했다가 징계를 받은 직원 A씨가 제기한 민사소송 1심 결과에 따라 앱 설치를 통한 근로 감시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정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근로 감시에 고충을 토로하는 직원들의 상담은 시민단체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노동조합이 없는 회사 직원들의 고민은 더더욱 크다. 장여경 활동가는 “제약회사 영업사원 등 외부 활동이 많은 직원들에게 앱 설치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이들은 자신의 개인 정보가 회사에 어디까지 공개될지 몰라 혼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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