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ㆍ판매점 손해 보전 관건…국내외 소비자들 소송까지 줄 잇나

중소 유통망, 갤럭시노트 판매 수수료 거두는 것 금지해야

통신업계, 수수료는 판매 이행시에만 주는 것

향후 이통사 및 유통망과 손해 대책 협의해야

국내 소비자들 중심으로 소송 움직임도 일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야심작 ‘갤럭시 노트7’이 판매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전례 없던 일인 만큼 후속 대책을 세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이동통신사부터 골목상권까지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의 손해를 보전하는 일에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판매 수수료를 둘러싼 줄다리기

지난 13일, 휴대전화 중소 판매점들로 구성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과 관련해 중소 휴대전화 판매상에 심각한 재정적 피해가 생기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문제삼은 것은 판매상들에게 주어지는 판매 수수료다.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는 판매상들에게 휴대폰 판매 장려금으로 수수료를 제공한다. 협회에 따르면 이 수수료를 이통사와 제조사가 다시 달라고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골목상권 판매상들은 휴대전화 판매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고, 이번 사태는 제조사의 기기 결함으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수수료를 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협회 측은 “대한민국 2만 유통인은 갤럭시노트7 전량 리콜 및 교환에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불미스러운 상황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일념 하에 해당 업무에 협조해왔다. 그러나 골목상권 판매점에서는 힘들게 유치한 갤럭시노트7의 예약 취소, 개통 철회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수익이 되지 않는 CS(고객만족) 업무가 과다하게 골목상권으로 집중돼 추가적인 손실을 감내해 왔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골목상권 판매점들은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 임대료, 관리비는 물론 인건비, 보안 및 광열비, 공과금비, 판촉비, 물류비용 등을 부담하고 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에 대한 판매 중단과 교환 및 환불이라는 결정을 내놓으면서 골목상권 판매점들이 최소 50만대의 취소 및 변경 등의 업무를 떠안고 전체 수백억의 수수료를 환수당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골목상권 판매점들은 갤럭시노트7 판매로 정산받은 판매장려금을 직원 인건비, 매장 월세, 공과금, 판촉비 등으로 사용했다. 갤럭시노트7의 개통 철회로 인한 환수를 당하게 되면 유통점들은 매장 운영비로 사용한 금액을 포함한 판매장려금을 모두 토해내야 함은 물론, 앞으로 정산받을 금액까지 반토막이나 심각한 생존 위기에 직면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통신 업계의 입장은 어떠할까. 판매 수수료는 통상적으로 제조사와 이통사가 함께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중소 판매점들의 성명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판매 수수료는 갤럭시노트7 판매가 이뤄질 때 지급되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제품 중단으로 인해 판매가 이행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돌려 달라는 주장은 과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갤럭시노트7 판매시 중소 유통망에게 주어지는 수고비를 포함해 만약 갤럭시노트7 고객들이 출시된 지 오래된 휴대폰으로 교환을 한다면 이에 주어지는 판매 수수료도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신형 휴대폰보다는 구형 휴대폰의 판매 수수료가 더 높다. 이러한 통신업계의 시각 때문에 중소 골목 상권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큰 손’ 눈치 보기?

삼성전자는 협력 업체들에 관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18일,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협력사 70여곳의 재고와 원부자재를 전액 보상하고 신규 스마트폰의 제조 물량을 맡기는 지원 방안을 밝혔다.

전자 업계의 추산 결과, 갤럭시노트7 관련 삼성전자 협력사는 70여곳이며 이 중 삼성전자가 부담해야 할 보상액은 2000억원에서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보상 기준으로 완제품 재고는 납품 단가 전액 보상, 생산 중이던 반제품 상태 재고는 진행 상황에 따른 공정 원가를 계산한 전액 보상, 원부자재는 협력사 구매 단가 전액 보상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박종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구매팀장(부사장)은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협력사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협력사들의 어려움을 최대한 덜기 위해 신속하게 보상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협력사에 대한 보상과 함께 이통사, 중소 판매점 등에게도 이번 사태에 대한 손해배상이 이뤄질 수 있을까? 이통사의 경우 휴대폰 교환에 사용된 인건비, 사은품 비용 등에 대한 보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삼성전자는 오는 연말까지 소비자와 유통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삼성전자, SK텔레콤 고위 관계자와 대리점 및 유통점 점주와 간담회를 열고 “연말 전까지 가이드 라인을 만들 것”이라 밝혔다.

그렇다면 통신 업계와 오가는 사전 교감은 없을까. 삼성전자의 손해 배상책이 구체화된 것이 있냐고 묻자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손해배상에 관련된 세부 사항을 내부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삼성전자에게 손해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대전화 유통망 관계자는 “LG전자의 신규 휴대전화가 시장에서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몇 년 사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독과점 현상이 심해졌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통사 및 유통점들이 삼성전자에 눈치를 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갤럭시노트7이 출시됐을 때도 높은 인기를 등에 업고 서로 물량을 유치하기 위한 물밑경쟁이 치열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삼성전자가 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 아래서는 향후 거래를 위해서라도 책임 여부를 따지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때문에 이통사들은 손해배상에 대해선 조심스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신 시장의 침체 또한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내 제조사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신제품이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갤럭시S8 출시 전까지 없기 때문이다. 연말과 연초 등 통신 시장의 대목으로 꼽히는 시기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다. 유통망들은 최근 출시된 LG전자의 V20과 애플의 아이폰7에 기대를 걸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과 미국서 이어지는 소송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소비자들의 소송도 제기될 전망이다.

가을햇살법률사무소는 10월 19일 기준으로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할 약 100명의 소비자들을 모집했다. 21일까지 1차 소송 신청자 명단을 받은 후,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전망이다.

가을햇살법률사무소의 고영일 대표 변호사는 “소비자들은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폭발 사고 후 교환을 위해 시간을 내 대리점을 방문해야 했고, 이 후에도 계속된 폭발 사고로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진 뒤 다시 대리점을 찾는 등 일부러 시간을 내야만 했다. 이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이 이뤄질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

위자료 청구 소송의 경우, 소비자가 얼마나 피해를 입었느냐를 입증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이번 갤럭시노트7 교환 및 단종 사태로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는 명확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 이용객의 경우, 해외 출장 시 비행기 내에서 갤럭시노트7을 사용할 수 없었던 점, 교환을 하지 않은 고객에게 배터리 60%만을 최대로 충전할 수 있도록 해 불편함을 야기한 점 등 또한 피해 사항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을햇살법률사무소 측은 개인당 최소 20만원에서 최대 30만원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외에서 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노트7 소비자 3명이 지난 16일 미국 네바다와 펜실베이니아, 캘리포니아 등 3개 주 소비자들을 대표해 삼성전자 미국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초 글로벌 리콜을 발표한 이후 교환제품을 보급할 때까지 사용료 등을 계속 내라고 요구하면서 소비자들을 부당하게 대우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비자들은 소장을 통해 “지난달 초 리콜 발표 이후 갤노트 7 사용을 중단했는데, 교환제품이 올 때까지 수일, 수주를 기다려야 했다. 기기를 사용할 수 없었는데도 삼성전자는 해당월 기기대금과 사용료를 그대로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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