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 세계자연유산 '케언스' 유혹에 빠지다바다 깊은 곳부터 하늘까지 다양한 '액티비티 천국'2000km 산호초 군락 '은밀한 군무' 펼쳐지고열차 타고 숲에 들어서면 100년 '푸른 전설'이 숨쉰다
올해 호주 퀸즐랜드에서는 상상을 현실로 잇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전 세계 샐러리맨들을 대상으로 '밀리언 달러 메모'라는 서바이벌 이벤트가 펼쳐졌다. 300일 동안 햇살이 비친다는 퀸즐랜드의 해변을 배경으로 청춘들은 100만달러의 여행상금을 위해 머리를 짜내고 몸을 던졌다. 그들은 직접 최고급 호텔에서 잠을 청했고, 헬기를 타고 해변을 가로질렀으며, 산호초 바다에 뛰어들기도 했다. 잠시나마 '럭셔리 여행'의 단 꿈을 미리 맛봤다.
그 황홀한 이벤트의 백미가 된 곳이 호주 북동쪽의 케언즈다. 도시 케언즈의 낮 풍경은 오히려 한갓지고 더디게 흐른다. 밤이 오면 카지노와 야시장, 배낭족들이 몰려 있는 숙소 일대가 흥청거리지만 이곳 모두 한낮 열띤 체험의 뒷풀이 장소일 뿐이다. 하늘을 날고 바닷 속에서 다이빙을 즐기고 열대우림으로 뛰어드는 본격적인 체험은 케언즈에서 시작되고 마무리된다.
세계자연유산인 숲과 대산호초
도심을 벗어나면 모든 움직이는 사물들이 16비트의 빠른 템포로 콩닥거린다. 수만km를 날아와 유독 케언즈를 탐하는 것도 액티비티에 대한 찬미 때문이다. 케언즈의 체험은 바다 깊은 곳부터 하늘 높이까지 내달린다.
바다 반대쪽에서 감동을 부추기는 것은 케언즈의 숲이다. 케언즈 인근의 쿠란다는 숲에 기댄 마을로 이곳 열대 습윤 지역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케언즈~쿠란다간 열차는 1891년 완공때만 해도 밀림의 목재를 실어나르는 게 주목적이었지만 100년이 흐른뒤 열대우림을 구경하는 관광열차로 바뀌었다. 다리를 지나면 폭포가 열리고 터널을 벗어나면 아득한 숲이 드러난다.
케언즈 인근에는 이곳 원주민의 삶을 엿보고 캥거루, 코알라를 구경할 수 있는 공간들이 함께 공존한다. 케언즈 원주민인. 차푸카이족들에게는 바다의 토템과 육지의 토템을 믿는 부족들이 서로 엇갈려 혼인 하는 풍습이 전해 내려온다. 전통악기인 디제리두의 선율이나 캥거루 춤에는 눈망울 깊은 원주민의 사연이 담긴 듯해 더욱 신비롭다.
서쪽 평야인 마리바 지역에서는 새벽녘부터 열기구 체험이 진행된다. 별이 채 지기 전에 풍선에 더운 공기가 채워지면 부푼 풍선만큼이나 가슴이 먹먹해진다. 벌룬 위에서 보면 캥거루 사촌격인 왈라비가 평원 위를 달린다.
요트 위, 포트더글러스의 휴식
작은 휴양 도시에서는 아침이면 스쿠터 한 대를 빌린다. 포구 마을을 구경하는 최적의 교통수단이다. 프래그스태프 언덕에 오르면 부호들의 별장이 담긴 해변 정경과 마을의 보석인 포 마일 비치가 내려다 보인다. 산호 바다와 맞닿은 모래사장은 비키니 차림에 강아지와 함께, 혹은 멋진 슈트에 백을 메고 고요한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야자수가 솟은 이국적인 해변의 풍경은 이름처럼 4마일 가량 뻗어 있다.
포트 더글라스의 다운타운인 매크로슨 거리에서는 브런치에 커피 한잔 기울이며 여유를 부리는 호사가 가능하다. 아메리카노 커피? 퀸즐랜드의 외딴 도시에는 그런 것 없다. '롱 블랙'을 주문한 뒤 우유를 살짝 타면 비슷한 커피 맛이다. 포트 더글러스를 찾은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바쁜 투어보다는 이런 식의 휴식에 익숙하다.
포트 더글러스의 단아한 체험은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서면 절정으로 치닫는다. 발끝 사이에서 찰랑대는 파도에 훈풍이 실리고, 쏟아지는 햇살은 바람보다 짙다. 누군가 레드 와인 한잔을 건네면 갑판에 기댄 연인들의 얼굴은 어느새 발그레해 진다. 깊어가는 계절, 북반구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몽환적인 꿈은 돛처럼 가파르게 채워진다.
가는길=케언즈까지 직항편은 없다. 대한항공을 이용해 브리즈번을 경유해 갈 수 있다. 인천~브리스번 9시간 소요. 브리즈번~케언즈 2시간 소요. 그 밖에 홍콩 등을 경유하는 방법도 있다. 브리즈번 공항은 국제선, 국내선이 구분돼 있으며 에어트레인을 이용해 이동해야 한다. 케언즈 시내에서 포트 더글라스까지 셔틀버스가 수시로 오간다.
숙소=케언즈에서는 샹그릴라 케언즈 호텔이 쾌속선 선착장이나 라군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이밖에 허니무너들을 위한 5성급 호텔들이 카지노 인근에 몰려 있다. 호주 퀸즐랜드 관광청(www.queensland.or.kr)을 통해 자세한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글·사진=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