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인 백석(본명 백기행ㆍ1912~1995)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를 새롭게 조명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그는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주옥 같은 시 110여 편을 남긴 천재시인이었지만, 해방 이후 북한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잊혀진 작가로 남아있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백석 연구의 일인자로 평가받고 있는 저자 송준이 그의 일대기를 다룬 평전 <시인 백석>을 내놓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 백석의 삶을 전체적으로, 본격적으로 들여다 본 책은 <시인 백석>이 처음이다. 전 3권으로 출간된 분량도 만만찮지만 여태껏 알려지지 않은 만주와 북한에서의 구체적 삶이 처음 실려 주목을 끈다. 작가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백석의 작품 다수를 발굴해 이 책에 실었다. 또한 제1권과 제2권의 표지를 장식하는 사진은 저자가 이번에 새로 발굴한 백석의 사진들이다.

1권에서는 시인의 탄생에서부터, 시인이 불꽃을 태운 시집 <사슴>, 그리고 시인이 평생 사랑한 구원의 여인 '란'에 대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제 말기 백석이 펴낸 시집 <사슴>은 당대 문단의 충격이었다. 북부 지역 사투리에 담은 향토적 감수성과 정갈한 시어는 독자를 사로잡았다. 또한 시인은 통영의 한 여인을 사랑했다. 그의 시 곳곳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2권에서는 사랑을 잃은 시인의 절망, 그리고 이어지는 가난과 모든 것을 버리고 만주로 떠나야만 했던 심경을 그렸다. 책에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백석의 만주에서의 생활상도 낱낱이 드러난다. 당시 여류 삼인방이라고 불린 노천명 최정희 모윤숙의 백석에 대한 사랑이 그려진다. 노천명의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은 바로 백석이었던 것이다. 또한 수많은 여심을 흔들어놓은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의 육필원고도 감상할 수 있다.

3권에서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북한에서의 백석의 행적이 총체적으로 복원된다. 해방 후 백석은 고당 조만식 선생의 러시아어 통역비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러시아어 소설과 시를 번역했다. 그는 북에서도 권력과 타협하지 않았다. 결국 유배당하듯 삼수갑산으로 들어갔다. 극한으로 자신을 내몬 것이다. 그는 눈 감을 때까지 시인의 마음으로 살았다. 외로움과 가난함은 그의 운명이었다. 그는 천생 시인이었던 것이다.

송준 엮음. 도서출판 흰당나귀. 2만5,000원.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