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율법에 허용된 음식정결한 음식 이미지 인기CJ제일제당, 햇반 등 43개품목 인증농심 '할랄 신라면' 사상최대 11억원 수출

국내 식품업체들이 6,500억 달러(약 73조원)으로 추산되는 '할랄(halal)' 시장 공략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아랍어로 '허용되는 것'을 뜻하는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식품을 가리킨다. 반대로 율법에 따라 먹을 수 없는 식품은 '하람(haram)'이라고 부른다. 채소, 과일, 곡류와 모든 해산물은 할랄이다. 육류는 양, 소, 닭 등으로 한정된다.

돼지고기, 돼지로 만든 음식, 동물의 피와 그것으로 만든 식품, 애완동물, 말, 노새, 당나귀 등은 하람이다. 허용된 고기라도 엄격한 규율에 따라 도축이 이뤄져야 할랄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짐승의 머리를 메카 쪽으로 놓고 '신의 이름으로'라는 주문을 외운 후 단칼에 정맥을 끊어 도살해야 한다.

할랄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무슬림 인구가 전 세계의 25%에 이르는 16억명에 이르는데다 정결한 음식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이를 즐기는 비무슬림들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식품업체들은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할랄 인증은 이를 시행하는 기관도 다르고, 국가별 조건도 차이가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는 국가인증기관인 JAKIM 외에는 국민들에게 외면을 받는 실정이다. 실제 JAKIM은 인증절차가 다른 나라에 비해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는 MUI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국내 한국이슬람중앙회(KMF)로부터 인증을 받는다.

KMF 할랄 인증은 카타르, 요르단과 같이 기준이 까다롭지 않은 국가에서만 통용된다는 게 문제다. 하지만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의 한국 할랄 인증이 지난달 1일부터 말레이시아의 JAKIM과 동등성을 인증받게 됨에 따라 한국 식품의 할랄 시장 진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4월 3~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2013 국제 할랄박람회(MIHAS)'에 참가, 현지 바이어와 소비자들에게 햇반, 조미김, 김치를 소개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 CJ제일제당은 현재 햇반, 조미김 등 43개 품목에서 JAKIM 할랄 인증을 획득한 상태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올해 100억원, 향후 5년 안에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농심은 올 상반기 할랄 인증 신라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늘어난 100만 달러(약 11억원)의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거뒀다. 농심은 2011년 4월 부산공장에 할랄 전용 생산라인을 갖추는 등 일찍부터 할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할랄 신라면'은 현재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9개 무슬림 국가에 수출 중이다.

풀무원 라면도 할랄푸드로 등록됐다. 풀무원의 생라면 브랜드 '자연은 맛있다' 2개 제품이 최근 JAKIM 인증을 획득한 것. 이에 따라 '맵지 않고 깔끔한 맛' '얼큰하고 깔끔한 맛' 2가지 풀무원 라면의 할랄 시장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풀무원은 MIHAS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가하는 등 할릴 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대상은 2010년 인도네시아 시장 수출 전용 브랜드 '마마수카'를 선보이고 마요네즈, 김에 대한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대상에 따르면 할랄 인증을 받은 후 2년여 만에 마요네즈는 약 7배, 김은 약 4배 매출이 증가했다. 대상은 할랄 인증이 매출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할랄 인증 제품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워홈은 지난해 8월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이슬람시장 개척을 위한 인증시스템 구축 및 상품개발' 사업의 대상기업으로 선정돼 할랄 인증 제품을 개발 중이다. 아워홈은 내년 7월까지 국ㆍ탕, 김치, 어묵 등 한식 제품에 대한 할랄 인증을 받는다는 목표다. 파리바게뜨도 지난해 말 할랄 인증을 획득하고,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를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할랄 인증 심사단이 CJ제일제당의 부산 햇반공장을 실사하고 있다.


박진우기자 jw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