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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왕 절골계곡, 호젓한 골짜기 마다 '감동의 기암절벽'

외주왕에 비해 남성미 넘쳐 집채만한 바위·울창한 수림
맑고 물과 어우러져 별천지 옛날에 절이 있었다 아여 '절골'
799년(신라 소성왕 1년, 당 덕종 15년) 후주천왕(後周天王)을 자칭하고 난을 일으켰던 주도(周鍍)가 당나라 군사에게 패하여 신라의 석병산으로 숨어든다. 이에 당나라는 신라에게 주도를 없애달라고 요청했으며, 신라는 마일성 장군의 오형제와 군사들을 석병산으로 보낸다. 석병산의 암굴(지금의 주왕굴)에 숨어 있던 주도는 굴 입구 폭포수에 세수하러 나왔다가 마일성 장군의 화살에 맞아 운명을 다한다.

이상은 낭공대사 행적(832~916)이 쓴 <주왕사적>에 전하는 전설로 매우 구체적인 줄거리를 갖고 있어서 여러 학자들이 연구해보았으나 역사적 연대가 전혀 맞지 않았다. 그리하여 어느 학자는 '중국에 대한 사대적인 사고의 개연성과 망국 망명객에 대한 민중의 동정이 복합되어 전설이 미화되고 보존되어온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또한 주왕 주도가 아니라 신라 헌덕왕 때 난을 일으킨 김헌창이 그 주인공이라고 주장하는 사학자도 있다.

주도가 석병산에 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허무맹랑한 전설일 뿐이다. 어쨌거나 그러한 전설에 따라 석병산은 주왕산(周王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주왕산은 석병산(石屛山)이라는 본디 이름에 걸맞게 돌병풍을 두른 듯한 기암괴봉들이 멋들어진 풍광을 빚어낸다. 그래서 설악산 및 영암 월출산과 더불어 남한의 3대 암산으로 꼽히기도 한다.

10㎞에 걸쳐 이어지는 비경의 골짜기

산 이름은 일반적으로 그 산의 최고봉에 주어지지만 주왕산은 다르다. 해발 721미터 봉우리가 주왕산 상봉이라는 지위를 얻고 있으나 주왕산의 최고봉은 해발 907미터의 왕거암이며 가메봉(883미터), 명동재(875미터), 산지당(849미터), 먹구등(846미터), 금은광이(812미터) 등도 상봉보다 높다.

  • 암벽 단풍을 감상하며 절골을 오르고 있다.
주왕산-칼등고개-가메봉-왕거암을 잇는 주능선을 경계로 하여 주왕산은 외주왕과 내주왕으로 나뉜다. 주능선 북쪽 지역을 외주왕, 남쪽 지역을 내주왕이라고 일컫는다. 탐방객들이 주로 찾는 곳은 대전사와 제1~제3폭포를 품은 주방천계곡을 중심으로 기암, 급수대, 학소대, 주왕굴 등의 명소가 몰려 있는 외주왕이다. 힘들여 산행하지 않고도 평탄한 오솔길을 산책하면서 빼어난 풍광을 감상할 수 있어 노약자들에게도 무리가 없는 덕분이다.

반면에 내주왕은 인적이 뜸해 호젓하다. 전반적인 경관이나 아기자기한 짜임새는 외주왕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듯하지만 손때가 덜 묻은 비경의 골짜기가 감동적이다. 외주왕의 매력이 여성적인 섬세함에 있다면 내주왕은 남성미 넘치는 원시적인 풍광을 듬뿍 내뿜는다.

내주왕에서 가장 빼어난 절경 지대는 절골계곡이다. 약 10㎞에 걸쳐 집채만한 바위, 죽순처럼 치솟은 기암절벽, 울창한 수림, 맑고 깨끗한 물이 어우러져 마치 별천지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계곡은 옛날에 절이 있었다고 해서 절골이라고 불려오고 있지만 지금은 절의 흔적은 사라지고 절골이라는 이름만 남아 있다.

10월 중순부터 하순 사이에 물드는 단풍이 황홀

청송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쯤 걸려 부동면 이전리 정류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절골계곡 입구까지는 걸어서 40분 거리. 가는 길 주변은 온통 사과밭이다. 농원마다 붉게 익어가는 사과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일부는 이미 출하되어 팔리고 있다. 껍질째 먹는 청송사과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명품으로 꼽힌다. 2004년부터 해마다 늦가을이면 청송사과축제가 펼쳐지는데 올해는 다소 늦은 11월 8일~11일에 열린다.

  • 절골계곡 꼭 필요한 곳에만 층계와 다리 등을 설치했다.
절골계곡으로 들어선다. 절골은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능한 한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폭포나 절벽 등, 인공 구조물 없이는 도저히 지나가기 어려운 곳에만 간간이 층계나 다리를 놓았을 뿐이다. 따라서 좁은 협곡지대 사이로 누군가 지나간 족적을 유심히 살피며 길을 찾아가는 탐험적 산행의 묘미가 고스란히 살아난다.

암벽 사이로 단풍이 서서히 물들기 시작하면서 가을의 정서가 가슴 깊이 스며든다. 해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절골 단풍은 10월 중순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물들다가 하순으로 접어들면 절정에 다다른다. 계곡 입구에서부터 1시간 40분 남짓, 행복한 가을 여정을 만끽한 후 대문다리에 이르렀다.

계곡 탐승이 목적이라면 이쯤에서 발길을 되돌린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다면 산행을 더 이어가는 것도 좋다. 다양한 산길이 드리워 있는데, 그 가운데 대문다리에서 가메봉-칼등고개-주왕산을 거쳐 대전사로 내려오는 코스는 4시간 남짓 걸린다.

▲ 찾아가는 길

서안동 나들목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벗어난 다음, 34번 국도-안동-34번 국도-진보-31번 국도-청송-주왕산 삼거리-이전 사거리를 거친다.

  • 청송사과가 탐스럽게 매달려 있다.
대중교통은 동서울, 부산, 동대구, 안동, 영천 등지에서 청송으로 가는 시외버스 운행. 청송에서 이전(부동면) 방면 시내버스 이용.

▲ 맛있는 집

달기약수 지역의 식당들은 약수백숙을 별미로 내세운다. 인삼과 황기, 감초와 밤, 대추, 녹두 등을 넣고 삶다가 닭이 알맞게 익으면 닭은 건져내어 접시에 담고, 국물에 쌀을 넣어 죽을 쑤어낸다. 철분이 많이 함유된 탄산약수로 삶아서인지 푸르스름한 빛깔이 나며 닭의 지방이 말끔히 제거되어 맛이 담백하다. 동대구식당(054-873-2563)은 달기약수 지역의 다른 식당과 달리 토종닭떡갈비백숙이라는 독특한 요리를 낸다. 가슴살은 발라내어 청송 태양초를 이용한 고추장떡갈비로 내고, 다리 살과 날개 살은 약수백숙으로 먹으며, 녹두를 넣은 죽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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