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표(解表)하는 한약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피부를 침범한 사기(邪氣)가 추운 것에 의해 발생된 것을 치료하는 발산풍한약(發散風寒藥)과 더운 열에 의해 발생된 것을 치료하는 발산풍열약(發散風熱藥)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감기는 바람 부는 추운 날, 체온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풍한사(風寒邪)에 의해 걸린다. 이 풍한사(風寒邪)는 다시 풍사(風邪)와 한사(寒邪)로 갈라진다. 풍사(風邪)에 쓰는 대표적인 한약이 계지(桂枝)고 한사(寒邪)에 쓰는 대표적인 한약이 마황(麻黃)이다.

발산풍한약은 마황(麻黃), 계지(桂枝), 자소엽(紫蘇葉), 형개(荊芥), 방풍(防風), 강활(羌活), 백지(白芷), 고본(藁本), 신이(辛夷), 세신(細辛), 생강(生薑), 총백(蔥白) 등이 있다. 상풍(傷風)에 쓰는 대표적인 처방이 계지탕(桂枝湯)이다. 상한론(傷寒論)에 제일 처음 나오는 처방명이고, 모든 한의서를 통틀어서 제일 처음 나오는 처방명이다. 상한론에 계지탕을 처방하는 조문은 많이 있지만 공통되게 들어가는 필수증상은 열이 나고, 땀이 나며, 오풍(惡風)이 있고 맥이 부맥(浮脈)인 경우다. 손을 펼쳐 하늘로 향하게 하고 엄지손가락 쪽 손목을 지나면 맥이 뛰는 곳이 나오는 데, 그 맥이 살짝 만졌을 때 만져지고 꾹 누르면 없어지는 맥을 부맥이라고 한다.

계지탕은 계지, 작약, 감초, 생강, 대추 5개의 한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지는 육계(계수)나무의 어린 가지며 성질이 따뜻하고 매워 발산을 잘 시켜서 뭉친 근육을 잘 풀어주는 해기(解肌)의 효능이 있다.

육계(계수)나무 줄기껍질은 육계라고 하는데 부자와 함께 써서 속을 데워준다. 백작약(白芍藥)은 혈을 보하는 보혈제에서 소개한 바가 있다. 백작약은 근육에 즙이 생기게 해서 육포같은 근육을 말랑말랑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백작약은 모든 근육통에 반드시 사용된다. 감초는 기운을 돋우고 생강과 대추는 기혈을 보하는 대표적인 한약이다.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오슬오슬 추운 감기에 계지의 매운 기운이 추위를 몰아내고 작약이 딱딱하게 굳은 피부 근육사이에 혈(血)를 돌게 해서 피부 쪽으로 혈행을 촉진시켜 피부호흡을 촉진하게 되어 폐의 기운이 정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처방이다. 계지탕은 한사(寒邪)보다 풍사(風邪)가 주된 증상이라 부드러운 약이라고 할 수 있다.

한사(寒邪)의 증상을 주로 치료하게 되 마황탕은 뼛속깊이 한기가 들어 몸이 딱딱하게 굳고 사우나에 가서 뜨거운 찜질을 해도 추위에 이가 덜덜 떨릴 정도로 한사(寒邪)가 든 것이다. 마황탕을 쓸 증상은 열이 나고, 두통이 있으며, 온몸이 너무 아프고 이불을 뒤집어써도 한기(寒氣)를 느끼며, 땀이 나지 않으며, 천식이 심하고 맥이 긴(緊)한 것이다. 진맥할 때 긴맥(緊脈)은 누르거나, 뗄 때와 무관하게 항상 맥이 느껴지는 맥이다. 마황(麻黃), 계지(桂枝), 행인(杏仁), 감초(甘草) 4가지 약으로 되어 있다. 계지탕은 여러 가지 약재를 더하고 빼서 다른 용도로 많이 사용하지만 마황탕은 약의 성미가 강렬해서 반드시 써야 할 때가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 둘의 차이는 맥이 부(浮)하냐 긴(緊)하냐의 차이와 오풍(惡風)과 오한(惡寒)의 차이가 있다. 부맥(浮脈)은 피부표면에 살짝 풍한사(風寒邪)가 온 것이고 긴맥(緊脈)은 속까지 풍한사(風寒邪)가 든 것이다.

오풍(惡風)은 추워서 오들오들 떨지만 따뜻한 방에 들어가면 눈녹듯이 사르르 녹는 추위를 말하는 것이고, 오한(惡寒)은 사우나를 가서 고온의 황토찜질방에서 땀을 듬뿍 흘려서 찜질을 해도 그닥 좋아지지 않고 계속 추운 것을 말한다. 그래서 계지탕은 오풍(惡風)과 부맥(浮脈)이 특징적이고, 마황탕은 오한(惡寒)과 긴맥(緊脈)이 특징적이다. 둘다 오늘날에 맞게 비슷한 효능을 가지면서 부작용을 적게 나도록 보완해서 계지탕은 삼소음(蔘蘇飮), 마황탕은 구미강활탕(九味羌活湯)으로 재탄생되었다. 감기에 부맥에 오풍증상이 있으면 보중익기탕과 삼소음을 함께 복용하고, 긴맥에 오한증상이 있으면 보중익기탕에 구미강활탕을 함께 복용하면 신효함을 볼 것이다.



김철규 하늘꽃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