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부들의 꽃가루… 혈을 잘 운행시켜 어혈 제거

산골 동네의 개울에서 시작되는 물길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아래로 아래로 스스로 내려간다. 내려가다가 장애물이 있으면 휘감아 돌아서 내려가며 자신이 꼭 곧게 흘러가야겠다 하고 고집을 피우지 않는다. 몇 구비를 돌다보면 이 동네 저 동네의 소식을 모두 안고 큰 강에 도달하게 되고 바다로 가서 구름이 되어 다시금 산골동네로 비가 되어 내린다.

주역(周易)에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이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은 것이다. 물은 온갖 것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고 부연설명까지 한다. 하천의 물이 몇 급수인지를 따지는 척도가 있다. 용존산소량(DO),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부유물질량(SS)등이 있다. DO는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의 량을 말하고, BOD는 물속 미생물들이 물속에 있는 유기물질을 분해하기 위해서 추가로 들어가는 산소량을 말하는데 부유물이 많으면 미생물이 부유물을 분해하는데 산소를 많이 쓰게 되고 그러면 물속에 산소부족으로 물고기들은 산소가 없어 죽게 된다. COD는 폐수를 미생물이 아닌 화학물질로 분해하는데 필요한 산소량을 말한다. BOD는 미생물을 배양해서 해야 되므로 5일이 걸리는 반면 COD는 2시간 만에 측정이 가능하다. COD가 BOD보다 높으면, 폐수 내에 미생물들이 분해할 수 없는 폐기물들이 많이 있거나, 폐수내의 어떤 물질이 미생물을 죽이기 때문에 훨씬 안 좋은 상황이다. SS는 물이 어느 정도 혼탁한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자연스레 흘러가는 개울이나 하천에 인간의 욕심이 가미되면 무서운 결과에 도달될 수 있다. 인공제방이나 수중보 같은 가공물이 하천에 있으면 자정작용이 없어지고 물이 고여 썩게 된다. 이런 경우에 인공물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안 될 때 수중정화식물을 긴급하게 투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부레옥잠, 갈대, 수련, 창포, 부들 같은 식물을 심을 수 있다. 부레옥잠은 질소화합물이 주된 구성성분인 유기물을 빠르게 흡수해서 COD/BOD를 급격하게 떨어뜨려 자정하는 작용이 탁월한 것으로 드러나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질소화합물을 다량으로 흡수한 관계로 퇴비로 사용할 경우 질소비료 대신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하지만 번식속도가 너무 빨라 물의 흐름을 막을 수 있어서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오늘 말할 한약재는 ‘부들’이다. 부들이나 애기부들의 꽃가루가 포황(蒲黃)이라는 한약재다. 흔히 강가나 늪지대에 가 보면 줄기 가운데 갈색의 ‘핫도그’와 비슷한 모양을 한 식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핫도그 부위가 바로 포황이라는 한약재다. 포황은 성질이 차거나 덥지 않고(平) 독은 없으며 맛은 달다(甘). 포황은 어디에도 치우쳐져 있지 않아서 성질이 포악하거나 맹렬하지도 않다. 수치하지 않고 쓰면 성질이 매끄러워 행혈소어(行血消瘀)의 역할이 있다. 혈을 잘 운행시켜 어혈을 제거한다는 뜻이다. 생포황은 일정한 지혈작용을 겸하고 있어서 각종 내장출혈에 가루나 환제로 복용하기도 하고 상처 난 부위에 발라 지혈시키기도 한다. 까맣게 태워서 초탄(炒炭)으로 만들어 쓰면 출혈부위를 잘 틀어막아서 지혈하는 작용이 우수하게 된다. 실소산(失笑散)은 <방약합편> 하통 160번에 있다. 포황(蒲黃)과 오령지(五靈脂)으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산후 아침통(兒枕痛) 제복통(臍腹痛)에 가루를 내어서 복용한다.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라고 할 때는 ‘어이가 없어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이지만 여기서는 아랫배가 아파서 웃음기가 사라진다는 말로 온도차이가 있다. 아침통(兒枕痛)이라고 명칭이 붙은 이유는 ‘아이의 베개’ 크기만 한 덩어리가 아랫배에 있다는 뜻이다. 아랫배가 단단하고 아파서 누군가가 아랫배에 손을 데려고 하면 피할 정도로 통증이 있다. 혹은 손으로 촉진할 때 손 안에 잡히기도 한다. 산후에 오로(惡露)가 빠져 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찬 바람을 쐬면 손발이 차고 얼굴색이 창백하며 특히 아랫배가 차서 생긴 아침통에 실소산은 대표적으로 쓰인다. 산후조리하면서 산모의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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