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이나 황기만큼 기운을 보할 때 많이 등장하는 것이 백출이다. 초기에는 방향화습약인 창출(蒼朮)과 구분 없이 단일하게 출(朮)로 쓰이다가 후대로 오면서 효능이 차이가 있음을 알고 백출과 창출로 구분해서 쓰게 되었다. 세종 때 향약집성방에서 봐도 따로 백출과 창출을 특별히 분리해서 쓴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백출(白朮)은 국화과 ‘큰 꽃 삽주’나 ‘흰 삽주’의 뿌리줄기로 중국에서만 자라며 그 중에서 절강성의 어잠(於潛)에서 산출되는 것이 품질이 가장 좋아 '어출(於朮)'이라고 한다. 구하기가 어렵다. 남창출, 모창출, 북창출 같은 창출도 역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지 않은 관계로 수입해서 사용한다. 동의보감에 보면 백출을 ‘삽?탄蘆煉??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서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서 썼던 백출과 창출 대신에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삽주뿌리’를 쓴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모든 백출과 창출은 국산 ‘삽주뿌리’라고 보면 되고, 그걸 나눠서 백출과 창출로 쓰기 때문에 이 둘을 구분할 필요 없이 거의 같이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필자도 가끔 백출이 부족하면 창출이 들어 있는 한약장을 기웃거린다. 독자들은 국산 백출이나 창출이 효능이 좋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은 중국산의 효능이 좋다. 맹독성이 있는 미치광이 풀의 뿌리를 낭탕근(莨菪根)이라고 하는데 이것 또한 썰어 놓으면 창출이나 백출과 거의 비슷해서 쉽게 구별할 수 없다. 혹시 백출이나 창출이 들어간 처방을 복용한 환자가 한약을 먹고 입과 목이 너무 타서 숨이 막힐 정도이고 이어서 정신이 혼미해졌다면 맹독성이 있는 낭탕근을 의심해 봐야한다. 기운에 좋은 한약이라고 함부로 아무데서나 구입해서 달여 먹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백출은 성질이 따뜻하고 약간 쓰고 달다. 향약집성방에 보면 출(朮)의 효능 9가지를 기술했는데 진주낭(珍珠囊)에서 말한 문구를 따와서 말했다. 그 첫 번째는 온중(溫中)으로 비위를 따뜻하게 한다. 한 여름에 아이스크림이나 얼음 같은 것을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은 비위가 냉골이 되어 음식물을 삭일 수가 없어서 소화력이 급격하게 저하되게 되고, 심하면 설사를 할 때 쓴다. 둘째는 비위의 습사(濕邪)를 잘 제거한다. 특히 비장(脾臟)은 건조한 것을 좋아하고, 습기를 싫어하는데, 비장의 양기(陽氣)가 비장의 습기(濕氣)를 제거해서 뽀송뽀송하게 하는데 이 기운이 부족하면 비장은 습기가 범람해서 수종(水腫), 설사(泄瀉), 비만(痞滿, 체해서 가스가 차고 배가 빵빵함)등의 증상이 생기게 된다. 이 때 따뜻하고 마른 기운을 가진 백출을 쓰면 습기를 제습해서 이런 증상을 없앨 수 있다. 셋째는 비위의 열(熱)을 제거해서 적절한 온도를 유지한다. 이는 위장과 관련이 있다. 위장이 너무 뜨거워 달아오른 프라이팬 같으면 음식이 삭혀지는 것이 아니라 타게 되어 영양분의 섭취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 상태를 소갈(消渴) 즉 당뇨로 볼 수 있다. 넷째는 비위가 강해져서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도록 한다. 다섯째는 비위를 조화롭게 해서 진액이 잘 생성되도록 한다. 여섯째는 살갗에 있는 열을 끈다. 일곱째는 눈뜨기도 싫을 정도로 피곤해서 만사가 귀찮고 사지가 늘어져서 게을러지고 잠만 자려고 하고 입맛이 없는 것을 치료한다. 여덟째는 갈증을 멈추게 한다. 아홉 번째는 안태(安胎) 즉 태아를 편안하게 한다. 백출이나 창출은 많이 건조한 성질이 강해서 바싹 마른 사람에게 쓸 때는 수치(修治)를 해서 쓴다. 쌀뜨물(米泔水)에 반나절 담가서 70%정도 수분이 침투되었을 때 꺼내서 썰어서 말려 쓴다. 창출이 백출보다 더 맵고 더 건조한 성질이 있어 비(脾)에 습기(濕氣)가 가득차서 빵빵하고 소화가 안 되고 그득할 때 비장의 습기를 말리려고 할 때는 창출을 쓴다. 체기(滯氣)에 평위산(平胃散)을 쓰는 데 평위산의 주 한약이 창출이다. 중기가 허약해서 기운을 올리려고 인삼, 황기와 같이 쓸 때는 당연히 백출을 쓴다. 습기를 건조하게 하면서 빨아들인 진액을 한 데 모아 소변으로 내 보내므로 소변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소변이 잘 안 나올 때 이뇨작용이 있는 백출을 쓰는 이유다. 이 때는 수치하지 않고 날것을 그대로 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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