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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회산 백련지

하얀 연꽃 피어나는 초록빛 바다를 가다

야트막한 산자락으로 에워싸인 너른 들판 한가운데 호수가 들어앉았다. 아니 물을 거의 볼 수 없으니 호수 같지도 않다. 방석만한 연잎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수면을 덮어버린 까닭이다. 빈틈 하나 없는 완벽한 녹색 정원이다. 그냥 몸을 던져도 물에 빠지지 않고 연잎 방석 위에 사뿐히 내려앉을 것만 같다.

바람이 스치면 연잎들이 파도타기 하듯 덩실덩실 춤추고 개구리들은 연잎을 징검다리 삼아 뛰어 논다. 어디선가 날아온 고추잠자리도 연잎 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휴식을 즐긴다. 초록빛 바다를 연상시키는 광활한 연잎 물결 사이사이로는 주먹만 한 흰 꽃들이 고개를 내민다. 백련이다. 밤에는 꽃잎을 오므렸다가 아침이면 다시 피어나 더욱 신비롭다.

회산 백련지에 처음 간 사람은 누구나 깜짝 놀란다. 둘레 약 3㎞, 넓이 10만여 평이나 되는 너른 저수지가 온통 백련으로 뒤덮인 장관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흔한 홍련(紅蓮)이 아니라 희귀한 백련(白蓮)으로 이루어진 연못치고는 우리나라, 아니 세계 최대 규모일 것이라고 주민들은 자랑한다. 이곳을 연꽃 방죽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올바른 표현은 아니다. 방죽은 방축(防築)이 변한 말로 ‘물을 막기 위해 만든 둑’이라는 뜻이지 저수지 전체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8월 중순 무렵에 절정 이루어

이곳 백련은 봄에 잎을 내기 시작해 6월이면 수면을 거의 채우고 7월부터 9월까지 하얀 꽃잎을 내민다. 절정은 8월 중순 무렵이다. 그러나 일제히 꽃이 만발하는 장관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트리는 게 아니라 약 100일에 걸쳐 돌아가며 100만 송이 연꽃이 피고 지는 까닭이다. 사실 하얀 연꽃보다는 저수지를 뒤덮은 초록 연잎 향연이 더욱 가관이다.

회산 백련지의 본디 이름은 복룡저수지로 일제 때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만들었다. 그러다 한국전쟁 직후 인근 마을에 살던 정수동 씨(1979년 작고)가 아이들이 저수지 가장자리에서 발견한 백련 12그루를 이곳에 옮겨 심은 것이 시초라고 한다. 그날 밤 그는 학 12마리가 하늘에서 내려와 앉는 꿈을 꾸었는데 그 모습이 흡사 활짝 핀 백련 같아 정성껏 연꽃을 가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후 마을 사람들도 합세해 연을 심어 오늘날 이런 유례없는 이색 풍광이 연출되었다.

1999년 저수지를 동서로 가로지른 길이 287미터의 나무다리 ‘백련교’가 놓였고 다리 중간에 1미터 높이의 전망대도 만들어, 초록빛 연잎 바다 사이를 산책하는 운치를 만끽하면서 손쉽게 연꽃 천지를 굽어볼 수 있게 되었다. 호반에 놓인 원두막에서 편히 쉬면서 느긋하게 둘러보는 맛도 색다르다.

짜임새 있는 생태공원으로 발돋움

2001년에는 저수지 가장자리에 수생식물 생태학습장도 만들었다. 가시연, 애기수련, 개연, 왜개연, 어리연, 노랑어리연, 홍련 등 다양한 연꽃과 더불어 물양귀비, 물달개비, 애기부들, 부레옥잠, 노랑꽃창포, 올방개, 흑삼릉, 골풀, 줄 등 50여 종의 물풀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호반에는 비비추, 원추리, 동자꽃, 섬초롱, 요담 등을 심은 야생화 꽃밭도 펼쳐진다. 단순한 연꽃밭을 넘어서서 짜임새 있는 생태공원으로 발돋움해 가고 있는 것이다.

무안 백련은 잎도 크고 꽃도 크면서 연잎이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연잎으로 쌈밥이나 차를 만들어 먹기에 그만이다. 무안군이 2008년 ‘무안 대한민국 연(蓮)산업축제’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은 관광뿐만 아니라 산업적 측면을 고려한 까닭이다.

해마다 8월 중순 무렵에 여는 무안연꽃축제에 가면 다채로운 체험 관광과 풍성한 문화 행사도 누릴 수 있다. 20회를 맞이한 올해에는 8월 12일(금)부터 15일(월)까지 4일간 회산 백련지 일원에서 축제가 열린다. 번잡한 분위기를 꺼린다면 축제가 끝난 후에 찾는 것도 좋으리라.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1천5백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5,737㎡ 규모의 야외물놀이장에서 늦여름 무더위를 씻을 수도 있다. 특히 올해 6월 23일에는 4인용 및 6인용 캐러밴 20대와 23면의 야영장을 갖춘 오토캠핑장도 문을 열어 탐방객들의 숙박 편의를 돕는다.

몽탄면 사창리 무안역 인근에 있는 항공우주전시장도 들러볼 만하다. 이 지역 출신 옥만호 전 공군참모총장이 설립한 곳으로 3천여 평의 야외 전시장에는 한국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했던 전투기와 북한기, 훈련기 등 실물 항공기 11대가 전시되어 있다. 실내 전시관에는 실물, 모형, 사진 등 다양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세계의 우주항공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글ㆍ사진=신성순(여행작가) sinsatgat@hanmail.net

▲ 찾아가는 길=일로 나들목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벗어난 다음 일로 방면으로 1.5㎞ 남짓 달리면 월암5리 4거리에 이른다. 여기서 좌회전해 5㎞쯤 더 가면 회산 백련지다.

대중교통은 목포와 무안에서 일로읍으로 가는 버스가 자주 다닌다. 호남선 열차를 타고 일로역에서 내려도 되는데 읍내 중심지에 있던 역이 외곽(실제로는 삼향읍)으로 이전해 불편해졌다. 일로읍에서 회산 백련지로 가는 버스 하루 7회 운행. 연꽃축제 기간에는 무안과 일로에서 셔틀버스가 다닌다.

▲ 맛있는 집=회산 백련지에서 20㎞쯤 떨어진 몽탄면 사창리는 짚불에 굽는 돼지고기로 이름났다. 암퇘지의 삼겹살과 목살을 석쇠에 끼우고 볏짚을 태워 순식간에 구워내면 지방질이 줄어들고 고기도 부드러워진다. 이를 뻘게장 및 양파김치와 함께 먹으면 삼합(三合)을 이루어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한다. 두암식당(061-452-3775)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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