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문반(文班)에 응시한 선비라면 사서오경을 한자도 빠지지 않고 외웠겠지만 무반(武班)에 응시한 사람은 아마도 무경칠서(武經七書)를 보았으리라고 생각된다. 무경칠서는 훌륭한 무장이 되기 위해서는 꼭 봐야할 일곱 가지 병서라고 보면 된다. 손자병법은 익히 들어서 알 것으로 생각되고 여기에 오자병법(吳子兵法), 사마(司馬)병법(兵法), 육도(六韜), 삼략(三略), 울요자(尉繚子), 이위공문대(李衛公問對)이 더해진다. 전쟁을 승리하기 위해 쓰여진 병서인 울요자(尉繚子)에 ‘천금불사(千金不死) 백금불형(百金不刑)’이란 말이 나온다. 천금의 뇌물을 쓰면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고 백금의 뇌물을 쓰면 감옥에 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노예해방법이 상하원 모두에서 통과되지 않을 것을 염려해서 링컨도 뇌물을 이용해서 그 법안을 통과시킨 사례가 있다. 닉슨 대통령이 집권했던 때 부패와의 전쟁을 강력하게 시행해서 시장과 판사 의원 등 소위 잘나가는 상류층을 무더기로 적발해 처벌을 하였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법에 의해 닉슨 자신도 ‘닉슨게이트’가 밝혀져 희생양이 되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로 잘 알려진 프란시스 베이컨 역시도 검찰총장, 대법관을 지냈지만 뇌물 때문에 런던탑에 갇혀서 보낸 적이 있었다. 그 유명한 황희 정승도 뇌물 때문에 몇 번을 의금부에 갇혔다가 그 재주를 아낀 세종에 의해 발탁되어 출사를 한 기록이 있다. 가까운 중국에서는 최근 우리나라의 3•5•10 으로 알려진 김영란법 눈 여겨 보고 있다.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이 나서서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지만 썩 신통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1억 원의 뇌물을 받고 국회의원 배지를 반납하고 감옥에 간 것이 중국에서 한때 큰 뉴스가 된 적이 있다. 중국에서는 통상적으로 뇌물의 기준이 적어도 1억 위안(160억원)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고작 1억 원에 감옥에 간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거액의 뇌물로 사법체계를 흔든 사건을 보았다면 ‘그러면 그렇지 한국이라고 별 것 있겠어?’하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명절이 되어 중요한 분들께 인사를 하는데 이것저것 많이 망설여지면 건강을 생각해서 누구나 곁에 두고 손쉽게 복용할 수 있는 경옥고 공진단 등을 떠올리지만 앞으로는 어려울 듯하다. 공진단의 주 성분은 녹용과 사향이다. 녹용은 보양제(補陽劑)의 대표적인 한약재다. 보양제란 인체의 양기를 보충해서 양허증(陽虛證)을 개선하는 한약재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말이 어렵다. 쉽게 말하면 양기를 보충한다는 뜻이다. 양기(陽氣)란 햇볕이 드는 쪽에서 느끼는 따뜻한 기운이라 체온과 관련이 있고, 또한 양기는 햇살과 같아서 양기가 셀수록 그 사람의 기세와 후광이 쭉쭉 뻗어 상대방을 압도하게 된다. 주어진 환경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나 중압감, 부담감을 극복하면서 얼마나 활기찬 삶을 살아가느냐가 양기의 척도인 셈이다. 이 부분은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에 대항해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일종의 스테로이드와 비견될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남성의 성기를 양물(陽物)이라고 하고 성기가 클수록 양기가 뻗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 몸에서 양기가 줄어들면 따뜻한 것이 줄어들어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몸이 추워 항상 손발이 싸늘하고, 소변줄기가 약하고 정력이 약해서 정액을 흘리고 다니고, 조루(早漏)증이 있게 된다. 소아들의 경우 양기가 부족하면 오지(五遲)증이 발생한다. 오지증이란 양기가 약해서 기를 못 펴고 사는 아이들이 다섯 가지의 신체 발달 상황이 느리게 진행되는 것을 말한다. 입지(立遲), 행지(行遲), 발지(髮指), 치지(齒遲), 어지(語遲)가 그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일어서서 걸어 다니는 시기에 여전히 못 일어나고, 모발이나 이빨이 늦게 나고 말을 늦게 배운다는 뜻이다. 여기다가 뼈가 단단하지 못하고 물러서 골격이 빠르게 성장하지 못해서 체격이 왜소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육체적인 성장이 지연되거나 뇌의 발달이 지연되어 총명함이 떨어질 때 녹용을 처방하게 되는 근거가 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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