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론(傷寒論)은 한사(寒邪)가 인체에 들어와서 어떤 식으로 변화되어 어떤 증상이 나타나고 이에 따라 한의사는 어떤 한약을 써서 이 질환을 물리쳐야 하는지에 대해서 처음으로 밝힌 책이다. 중국의 북부는 상한론이 나올 당시 상당히 추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때나 지금이나 기후의 큰 변화는 없겠지만 의식주면에서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한겨울의 칼바람을 막기에는 대다수의 백성들의 의복이 방한이 안 되었고 주거환경 또한 냉기를 못 막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거기다 먹을 것마저 부족하면 감기에 걸릴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인체는 이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 현대인의 얇은 두께의 피부와는 달리 아마도 많이 두꺼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추측이 가능한 것은 마황(麻黃)이란 한약재 때문이다. 마황은 안에서 밖으로 기운을 강하게 뿜어서 피부에 있는 한기(寒氣)를 없애주고 그 결과 피부 쪽으로 순환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한약이다. 마황은 약력이 강해서 다량을 먹으면 힘이 풀리고 입맛 또한 뚝 떨어지고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가 하면 정신적으로 몽롱하며 성욕 또한 급격하게 떨어지고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의식주가 형편없는 상태에서 마황의 힘을 빌린다는 것은 웬만해서는 체력적으로 견딜 수 없는데도 여러 처방이 있는 것을 보면 피부가 두꺼웠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마황은 발산풍한약(發散風寒藥)이다. 찬바람을 쐬었을 때 이것을 발산시켜서 풀어주는 한약이란 뜻이다. 한겨울에 밖에서 곁불도 쬘 수 없는 상황에서 하루 종일 찬바람을 맞았을 때 몸이 어떤 상태가 되는지를 생각해보면 독자들이 쉬 알 수 있을 듯하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인체 자체에서 온 몸의 근육 심지어 이빨까지 덜덜 떨리도록 해서 열을 발생시킨다. 온 몸이 찌뿌듯해서 따뜻한 차 한 잔이 간절하게 생각나고 뜨거운 탕 안에 들어가서 몸을 녹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날 정도일 것이다. 마황을 쓸 정도의 환자는 실재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뜨거운 국물을 연신 들이켜고 뜨거운 탕 안으로 풍덩 뛰어 들지만 전혀 몸살감기와 오한(惡寒)이 풀리지 않고 여전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 정도의 질환을 고치는 한약이라면 그 성질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마황은 함부로 쓰면 안 되고 반드시 한의사가 진맥하고 변증해서 써야 하는 전문한의약품이다.

한 동안 마황탕을 쓰다가 언제부턴가 마황탕과 비슷한 효능을 가지면서 부작용이 적은 처방을 찾게 된다. 여기에다 지금은 과거만큼 의식주에 있어서 장시간에 걸쳐 한기(寒氣)에 노출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마황탕의 효능보다도 조금 떨어져도 문제가 없다는 사항도 고려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찾은 것이 구미강활탕(九味羌活湯)이다. 필자도 조금이나마 몸이 찌뿌듯하면 구미강활탕에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을 습관처럼 먹는다고 앞선 칼럼에서 밝힌바가 있다. 하지만 마황의 쓰임새는 다른 영역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는데 ‘한방 비만 관리’가 그것이다. 모든 약이 그렇듯이 뛰어난 효능을 지닌 약일수록 양날의 검처럼 잘못 쓰면 그 칼에 베일 수 있다. 모든 약은 독(毒)이기 때문이다. 2011년 비만약이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유통된 일부제품에서 한의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인 마황을 대량으로 써서 부작용 때문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황에 대해 실험한 결과 60kg 성인 기준으로 하루 마황의 안전섭취량은 46g 쯤이 된다. 마황을 처음 투여하면 환자는 금방 살이 빠지지만 그 다음에는 내성이 생겨서 원하는 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 때 한의사는 처방에 들어가는 마황의 양(量)을 늘이기 보다는 양은 그대로 두고 다른 한약재로 인체를 적절하게 해독하면서 내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처방하게 된다. 막무가내로 마황의 량을 올리면 불면증이나 조급증, 심계항진이나 성욕저하 진전(振顫)같은 부작용을 겪게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황은 잘 쓰면 명약이 되지만 잘 못 쓰면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독약이 될 수 있으니 특히 주의해서 사용해야 할 한약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