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과 염전, 해송숲 사이를 걷는 기분은 싱그럽다. 신안 증도는 증도대교가 건설되며 뭍과 가까워졌다. 철부선이 오가던 시절의 추억은 해안도로따라 바닷바람에 너울거린다.

증도에서는 면소재지에 있는 털털한 민박에 하룻밤 묵으면 좋다. 자식 수발에 농사지으며 평생을 보냈다는 주인 할머니와 두런두런 이야기도 건네야 제 맛이다. 새벽이면 닭이 우는 수더분한 동네에서 태평염전, 짱뚱어 다리, 한반도 해송 숲까지는 제법 멋진 풍광들이 기다리고 있다.

근대문화유산인 태평염전

이른 새벽이면 태평염전 길을 걷는다. 고요한 새벽, 느리게 숨 쉬는 이 길이 좋다. 해무가 걷힐 무렵 염전 길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갯벌 염전 위에는 소금창고들만 가지런하게 도열해 있다. 그 길이 3km에 달한다. 이곳 갯벌염전은 우리나라 최대규모다. 전체 크기가 약 460만㎡로 여의도 면적의 2배다. 태평염전 전체가 근대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길을 지나치다 보면 허투르게 스쳐 지났던 염전의 숨은 진면목이 드러난다. 세월에 빛이 바랜 나무창고와 소금을 싣고 오가던 나무수레들이 낯설게 다가선다. 나무창고 가득 쌓여있는 천일염은 한때 천시 받았던 염부들의 땀방울로 얻어낸 귀한 결과물들이다. 국내 생산되는 천일염의 약 6%가 이곳에서 나온다.

태평염전길 끝자락에는 소금박물관과 염전체험장이 기다리고 있다. 소금박물관은 초창기 창고였던 곳을 박물관으로 재단장한 곳이다. 소금의 역사와 세계의 소금 등을 살려볼 수 있다. 박물관 옆 체험장에서는 장화를 신고 들어가 고무래로 대파질을 하며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소금밭전망대에 오르면 염전과 염생 식물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둑판처럼 연결된 소금밭에 세모지붕의 창고들이 늘어서 있고 그 뒤로 바다가 이어진 아득한 풍경이 연출된다. 전망대 아래로는 소금가게, 소금 레스토랑, 소금 동굴 등 소금을 테마로 한 공간들이 조성돼 있다.

갯벌위 노둣길 열리는 화도

소금 박물관에서 자전거를 빌리면 섬과 갯벌 사이를 지나는 화도로 가는 길이 흥미롭다. 화도는 물이 빠지면 섬을 잇는 1.2km 노둣길이 열리는 곳이다. 노둣길 좌우로는 증도의 갯벌이 가깝게 드러난다.

증도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승인된 곳이다. 갯벌도립공원은 이곳 화도까지 광활하게 연결된다. 물이 빠지면 짱뚱어, 농게, 칠게 등의 향연이 펼쳐진다. 살아 숨쉬는 갯벌의 모습을 실감하게 된다.

늦은 오후에는 짱뚱어 다리를 건너 우전해변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갯벌을 가로지르는 짱뚱어 다리는 이제 증도의 명물이 됐다. 470m 이어진 나무데크길은 증도주민의 삶터와 해변을 잇는다. 나무데크 아래로는 갯벌로 연결되는 계단도 마련돼 있다. 4km를 넘어서는 우전해변은 짱뚱어 해수욕장쪽이 한결 운치있다.

우전 해변과 나란히 들어선 해송숲길은 10만여 그루의 소나무가 동행이 된다. 해송숲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한반도 모양을 닮아 ‘한반도 해송숲’으로 불린다.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됐던 솔숲은 이방인들의 안식처가 됐다. 솔숲을 오가며 해변과 일몰의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은 증도 여행의 방점을 찍는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서해안고속도로 북무안IC에서 빠져나와 해제, 지도읍을 경유한다. 광주, 목포, 무안 터미널에서 증도행 직행버스가 운행한다.

▲숙소, 음식=증도 면소재지에 민박집들이 다수 있다. 성수기에는 예약이 필수다. 증도의 별미는 짱뚱어탕이다. 이학식당, 고향식당 등에서 구수한 된장이 곁들여진 짱뚱어탕을 맛볼 수 있다.

▲기타정보=증도에는 약 30km의 해안 일주도로가 이어져 있어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기에 좋다. 초보자라면 소금박물관에서 차량이 적은 화도까지 왕복하거나 우전해변 짱뚱어다리를 들리는 코스가 한적하고 운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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