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온도가 30도를 오르내리는 초여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날은 시원한 나무 그늘아래서 낮잠을 즐기는 것만큼 즐거운 것이 없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나무가 그늘을 제공해줘서 고맙지만 나무는 그 그늘을 만들기 위해서 엄청나게 노력해야한다. 어찌 보면 나무는 태양이 선물한 양식인 햇빛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다 받기 위해서 큰 줄기에서 작은 줄기들을 내서 반구(半球)처럼 모양을 갖추게 된다고 볼 수 있다.

한 겨울 잎이 떨어지고 앙상하게 남은 가지들의 형태를 보면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얼마나 처절하게 노력했는지 눈물겨울 정도다. 앙상한 작은 가지들이 비뚤 빼뚤한 모습을 보인 것이 마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처음 글씨 쓸 때 모습과 같아 정겹게 느껴지지만 그들은 햇빛 한 모금 더 마시려고 필사적으로 햇살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내밀기 위해서 그런 모습을 띠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의 저서 ‘상상력 사전’에서 “나뭇잎들이 서로에게 그늘을 만들지 않도록 떨어져 있는 거리와 나뭇잎의 길이가 황금비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황금비란 아름답게 보이는 모든 대상에서 볼 수 있는 비율이다. 사람들에게는 아름답게 보일지라도 나무는 필사적으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다.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말없이 자기자리를 지키는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더 없이 많은 자신의 후손이 보다 더 넓은 대지로 널리널리 퍼져 나가기를 원할 것이다. 후손을 퍼트리는 데 있어서 소나무는 열등생이다. 소나무는 곧고 우람하게 자라면 한옥을 짓는 대들보인 동량(棟梁)으로 쓰이고 햇빛을 못 받아서 왜소하고 삐뚤빼뚤하면 관상용이나 정원수로 많이 쓰인다. 일본에서는 철사로 소나무를 가학적으로 비틀어 자신의 입맛에 맞게 아기자기하게 해서 곁에 두고 본다. 이를 분재(盆栽)라 한다. 혹자는 벼랑 끝에 줄기가 꼬불꼬불 뒤틀린 상태로 얼마 남아있지 않은 토양에 뿌리박고 있는 낙락장송에게서 자연의 경이를 느끼며 아름답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 소나무는 생존을 위해서 몸부림치는 생명체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실은 소나무는 쥐라기 때 햇빛이 많고 습기가 많은 적도 부분을 점령하면서 전 지구를 호령했다. 하지만 소나무보다 더 진화한 속씨식물은 달콤한 꿀과 화려하게 핀 꽃으로 새들과 곤충들을 유혹하고 그들의 도움으로 멀리 멀리 씨앗을 퍼트리면서 백악기 말부터 빠르게 열대우림을 차지한다. 소나무는 삶의 거처를 온대지방, 툰트라와 한대지방으로 옮겨가서 오늘날에 이른다. 소나무는 한(恨)이 많은 나무다.

식물에게 있어서 번식이 매우 중요해서 여러 다양한 방법을 이용한다. 그 중 ‘도꼬마리’는 특이한 방법으로 씨앗을 옮긴다. 사람이나 짐승의 몸에 붙도록 만들어서 동물로 하여금 멀리까지 실어 나르게 한다. 일명 ‘찍찍이’라 불리는 ‘벨크로’는 이 놈을 현미경으로 관찰해서 만든 것이다. 도꼬마리는 ‘창이자(蒼耳子)’란 어엿한 한약재다. 우리나라 어디가도 볼 수 있는 흔한 한약재다. 성질은 따뜻하고 독은 없고 맵고 쓰다.(溫無毒辛苦) 폐경(肺經)으로만 약효가 흘러 들어간다. 폐(肺) 뿐 아니라 폐의 부속기관인 코와 피부의 여러 질환에 쓸 수 있다. 폐주비(肺主鼻), 폐주피부(肺主皮膚) 즉 코와 피부는 폐의 직할부위다. 코는 온도를 조절해서 폐가 직접적으로 외기의 찬 것과 더운 것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한다. 피부호흡은 폐호흡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감기가 걸려서 코가 막히고(鼻塞) 맑은 콧물이 끊이지 않고 줄줄 흐를 때(鼻流淸涕) 사용한다. 막힌 코를 뚫어주는 것을 통비규(通鼻竅)라 한다. 피부가 가렵거나 할 때 사용한다. 이 때는 도꼬마리 전초(全草)와 과실(果實)을 사용하는데 대량으로 사용하면 중독성이 있으므로 잠깐 동안 소량 사용하고 그쳐야 한다. 또한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도 옳지 않다. 백지(白芷)와 신이(辛夷)랑 잘 어울려 창이산(蒼耳散)이란 처방이 되는데 두통과 냄새를 맡을 수 없고 코가 막히고 콧물이 줄줄 흐를 때 주로 쓴다. 아니면 이 셋을 거칠게 갈아서 콩알 만 하게 해서 콧구멍에 넣고 있으면 휘산작용(揮散作用)이 있는 것처럼 코가 뻥 뚫린다. 피부가 가렵거나 습진이 있을 때 사용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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