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의 여름은 깊숙하게 들어설수록 호젓하고 청량감을 더한다. 영북면의 비둘기낭은 포천의 ‘은밀한 폭포’다. 현무암 침식으로 형성된 폭포는 독특한 지형과 함께 청량한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비둘기낭 폭포는 불무산에서 발원한 불무천의 말단부에 현무암 침식으로 형성됐다. 길을 걷다 숲속 절벽 아래로 내려서면 폭포가 불현듯 모습을 드러내고 협곡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폭포 주변으로는 하식동굴과 절리 등 수직절벽으로 채워져 있다.

비둘기낭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두 가지 사연에서 비롯됐다. 예전부터 비둘기들이 폭포 협곡의 하식동굴과 수직절벽에 서식했다는 얘기도 있고, 동굴 지형이 비둘기 둥지처럼 움푹 들어간 주머니 모양이어서 명명됐다는 설도 있다. 최근에는 이곳에서 비둘기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천연기념물 등재된 하식동굴

폭포 일대는 천연기념물 537호에 등재됐으며 한탄 임진강 지질공원의 주요 포인트로 등록됐다. 한탄 임진강 지질공원은 국내 최초로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질공원이다. 지질공원의 명소중, 경관과 접근성 모두 별5개 최고점을 받은 곳은 비둘기낭이 대표적이다. 비둘기낭 폭포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모 심는 마을이 있고, 그 마을에서 시골체험이 진행되는 일상의 삶속에 폭포는 들어서 있다.

은밀한 폭포는 6.25 한국전쟁 당시에는 수풀이 우거지고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아 마을주민의 대피시설로 이용됐다. 인근 군부대의 휴양지로 알음알음 사용되기도 했다.

폭포의 존재는 한탄, 임진강 지질공원이 정착되며 세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명장면을 찍은 숨겨진 촬영포인트였던 점도 한 몫을 했다. 드라마 ‘추노’, ‘선덕여왕’ ‘괜찮아 사랑이야’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는데 폭포 초입에는 촬영장면 포스터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으실으실 ‘냉골’ 지장산 계곡

비둘기낭 폭포는 이어지는 협곡의 형세로 더욱 존재감을 드러낸다. 400m 가량 현무암 협곡이 연결되는 데 깎여나간 주상절리 협곡의 높이가 30m를 넘는 곳도 있다. 비둘기낭 협곡은 절벽지대를 병풍처럼 드리운 한탄강 협곡으로 연결된다. 이 일대의 현무암 협곡들은 북한 평강군 일원의 화산폭발 이후 흘러내린 용암대지가 비와 강물에 깎여나가며 형성된 것이다. 그 세월을 유추하면 수십만년의 나이를 간직한 셈이다. 폭포에서 나서면 협곡과 한탄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한탄강이 아름답다.

폭포 인근의 교동 가마소는 한탄강 지질공원의 바통을 이은 곳이다. 가마소는 협곡 모양이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가마솥을 엎어놓은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너른 현무암 바위들이 도드라지며, 궁예가 가마를 타고 내려와 목욕했다는 전설이 서린 옥가마소와 폭포소가 대비를 이룬다.

덜 알려진 계곡을 쫓자면 교동 가마소에서 연결되는 지장산계곡이 귀에 솔깃하다. 해발 877m의 지장산은 계곡물이 얼음처럼 차가워 ‘지장 냉골’이라는 별칭이 붙은 곳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따라 시원한 계곡이 이어지는데 계곡길의 차량진입과 취사를 금지해 한산하고 깔끔한 분위기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지장산 계곡에서는 화산재가 떨어지며 굳은 응회암도 목격할 수 있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퇴계원·구리 방면 47번 국도에서 철원, 운천방향 37번 국도를 경유해 대회산리 방향으로 향한다. 포천시내에서는 53번 버스를 타고 대회산리(비둘기낭)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숙소=비둘기낭 인근의 교동 장독대마을은 팜스테이와 함께 다채로운 시골 체험이 진행되는 곳이다. 장독대마을 에서는 직접 수확한 야채로 신토불이 식사를 맛보는 체험이 가능하다. 폭포 옆에는 대규모 캠핑장도 조성됐다.

▲기타정보=비둘기낭 폭포는 토, 일요일에는 지질공원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폭포 탐방이 가능하다. 비둘기낭에서는 한탄강 지질지대를 잇는 생태탐방로를 따라 걷기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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