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들어선 흰 가옥
세계적인 일몰 포인트로 손꼽히는 명소가 그리스 산토리니다. 산토리니 섬 북서쪽에 자리한 이아마을은 에게해 너머로 해가 저무는 ‘인생 선셋’을 감상할 수 있다. 에게해의 눈부신 태양은 붉은 장막을 드리우며 하얀 담장과 교회당 사이로 서서히 가라앉는다.

산토리니는 화산섬이다. 섬 서쪽은 이 가파르게 펼쳐져 있다. 절벽 북서쪽 끝에, 이아마을은 매달려 있다. 흰 담장, 교회당과 풍차, 비좁은 골목길로 채워진 이아마을은 ‘매달려 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담장 옆 흰 테라스를 품은 집들은 벼랑 아래 계단 따라 자리를 채운다. 그리스식 레스토랑인 ‘타베르나’도 절벽 사이에 테이블을 갖춰야 명당이다.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이어진 숙소와 골목길에서 사람들은 에게해 너머로 지는 해를 본다.

이아마을의 일몰
화산절벽

‘빛에 물든’ 세계적인 선셋명소

이아마을은 이른 오후부터 부산하다. 산토리니에 발을 디딘 여행자들은 일찌감치 이아마을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산토리니의 번화한 도시인 피라에서 이아로 향하는 버스에도 사람들이 빼곡하다.

이들은 굴라스 성채로 연결되는 골목길을 오가고 기념품 가게와 교회당을 기웃거리거나 여행자들이 자원봉사로 운영하는 ‘아틀란티스’ 서점을 방문하며 오후 시간을 보낸다. 마을을 찬찬히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남짓. 같은 길을 반복해서 오가는 행위는 일종의 ‘워밍업’이다. 이들은 적당한 자리를 찾아낸 뒤 담소를 나누며 ‘이아의 일몰’ 의식을 기다린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손을 맞잡고, 어깨에 기대 에게해를 바라본다. 해넘이의 감동은 해가 저물고 푸른 바다, 하늘과 담장이 붉은 색으로 젖어들 때까지 이어진다. 노부부의 얼굴에 미소가 깃들고 연인들은 입맞춤으로 화답한다. 흰 담장과 푸른 지붕의 섬인 산토리니는 이아마을의 석양이 더해지며 ‘빛에 물든 섬’의 방점을 찍는다.

일몰을 기다리는 노부부
풍차와 이아마을 일몰
이아의 연인

지진의 상처 딛고 일어선 마을

이아는 상처를 씻어낸 마을이다. 산토리니 북부의 항구마을이었던 이아는 1950년대 중반 지진으로 마을이 훼손되는 아픔을 겪었다. 붉은 화산토에 생채기 난 마을은 에게해 전통양식의 흰 가옥들을 건축하며 본격적인 관광지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고 세계적인 선셋 포인트로 알려지며 CF와 엽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명소가 됐다.

이아마을 건너편의 거대한 섬이 티라시아다. 티라시아와 산토리니 본 섬은 본래 한 몸이었는데 수천년 전 화산폭발로 갈라졌다고 전해진다. 예전 이오니아, 시실리아인들은 바닷가에 도시를 세웠으며, 산토리니에서는 고대 키클라데스 문명이 번영했다. 그리스인들은 산토리니를 전설 속에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로 믿고 살아간다.

산토리니에서 시장이 들어서고 당나귀가 오가는 번잡한 풍경을 만나려면 피라로 향한다. 피라 북쪽의 이베로비글리 마을은 이아보다는 한적한 분위기에서 일몰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피르고스 마을은 비잔틴 양식의 성채를 간직하고 있다.

풍차 기념품
산토리니 와인
피라의 당나귀

여행메모

교통 : 산토리니까지 항공과 페리로 이동이 가능하다. 숙소가 밀집된 피라에서 이아까지 버스가 30분~1시간 간격으로 오간다. 현지에서 렌트카를 빌릴 수도 있다.

음식 : 타베르나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맛볼수 있다. 산토리니는 와인으로 유명하며, 와인박물관이 있는 메사고니아 마을의 현지 농가에서 와인시음이 가능하다.

기타 : 여름 성수기때 이아 일대는 인파로 붐빈다. 산토리니는 찬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아지면 비수기에 접어든다. 숙소 가격은 절반 가량 저렴해지며 거리 역시 한산해진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서진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