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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속 터져, 복장 터져"
만두로 확인된 불량식품의 천국, 솜방망이 처벌…푼돈만 내면 OK

“ 토할 것 같다. 정말 토해 내고 싶다. 냉장고에 쌓인 만두와 떡볶이용 떡 등 냉동 식품들을 보지도 않고 내버렸다. 언제까지 이런 일이 계속돼야 하나. 이 나라를 정말 떠나고 싶다(좋은 생각)”, “ 해당 업주들을 사형 시켜도 시원찮을 판에 적발되면 겨우 영업정지 20일이라니. 이는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이 모두 썩었기 때문이다. 쓰레기 만두 먹고 열불 터지는 것도 유분수지, 솜방망이 처벌은 재발을 부추기는 꼴이다(무한자유)”, “쓰레기 만두는 그나마 안전한 만두다. 만두소에 사카린이 들어 갔다면 더 큰 문제다. 쓰레기 만두보다 더 치명적이고 무서운 방부제 표백제를 국민들은 먹고 있다(민 박사).”



- 서비스 군만두도 '아, 옛날이여!'



어린이등 한국생협연합회 회원들이 6월11일 서울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앞에서 쓰레기단무지 사용 식품업체에 대한 강력처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이종철 기자



쓰레기 만두 파동이후 성난 시민들의 목소리가 식품의약품안전청(www.kfda.go.kr) 홈페이지에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개탄조의 의견에서 해당 업주나 식품 위생 관리에 소홀한 정부에 대한 욕설에 이르기까지 성난 울분은 삭히기 힘들 정도다. 잘 먹고 잘살기를 꿈꾸는 웰빙 시대에 아직도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는 그치지 않는다.

당분간은 만두를 만나보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배달 시키면 영락없이 서비스로 따라오던 군 만두. 그 만두가 왜 서비스용이었는지 그 이유를 대충 알 수 있을 법한, 천지 개벽할 사건이 벌어졌다. 우리가 흔히 ‘만두 속’이라고 부르는 ‘만두 소’는 만두를 만들 때 맛을 내기 위해 익히기 전에 속에 넣는 여러 가지 재료를 말한다. 만두가 터지면 드러나는 양념 뭉치가 바로 ‘만두 소’. 만두의 재료는 고기와 두부, 야채 등인데 무덤덤하지 않고 싸각싸각 씹히는 맛을 내기 위해 다진 무를 넣는다. 이 무가 말썽이다.

폐기해야 할 쓰레기 무로 만든 만두 소가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불량 식품이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2,000톤이 넘는 쓰레기 무가 만두를 생산하는 여러 업체들에 납품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너도 나도 한 점씩은 먹은 셈이다. 간편하고 싼 맛에 즐겨 먹는 만두가 불량 식품이라니 괜히 속이 메스꺼워지는 것은 당연할 일. 할인점에서 큰 봉지에 든 냉동 만두를 사다 냉장고에 넣어 놓고, 아이가 출출해 할 때마다 밖에서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기름에 대충 튀겨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었던 신세대 아빠들도 당분간 아들에게 면목이 없을 수 밖에 없다.


- 중국이 무색한 불량식품국가, 한국

그러나 그 동안 아무런 의심조차 없이 불량 만두를 먹거리로 삼았다는 사실보다 더 속 터지는 것은 쓰레기 무를 납품한 으뜸식품이라는 업체가 불량식품 제조로 첫 적발된 것이 3년 전이고 이후 두 차례나 더 적발되고도 그간 잠시 1개 월여를 제외하곤 계속 제품 판매를 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도 불량 식품 문제는 만두 속 터지듯 계속 터져 나올 것이 불 보듯 뻔한 일. 나날이 성장하는 중국 경제를 바라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식품에서 볼트와 쇳덩어리가 나오고, 자국에선 불량 분유를 먹은 유아들이 사망하는 등의 소식을 접하면 “ 그래 중국은 아직 멀었어” 라며 자위하곤 했는데 ‘ 대~한민국’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앞으로 과연 만두는 먹어도 될까.

만두에 식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지만 과연 만두를 먹는 것이 안전한 것인가. 쓰레기 만두 파동 이후 시민들은 저마다 고개를 휘젓는다. 그렇다고 꼭 꼬집어 “ 이 만두는 먹어도 되고, 저 만두는 먹으면 안 된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식약청이 불량 만두로 규정하고 회수ㆍ처분에 나선 제품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예를 들어 고향냉동식품ㆍ비젼푸드ㆍ진영식품 서울공장ㆍ㈜진영식품 파주공장ㆍ원일식품 등이 생산한 만두가 여기에 속한다. 식약청이 이들 회사 창고에서 20여톤을 압류하고 각 회사가 50여톤을 자진 폐기했으나 아직도 일부 소규모 수퍼마켓 등에서 팔리고 있는 것이 말하자면 지뢰인 셈이다. 현실적으로 불량 만두를 전량 회수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냉동 만두를 살 때는 제조 회사를 확인하는 게 최선이다.

그렇다고 모든 만두를 식탁에서 완전히 밀어낼 필요까지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 경찰은 “ 단무지 자투리를 모아 만든 만두소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스타피로코쿠스, 오리쿨라리스 등 두 종류의 세균이 발견됐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유상열(식품공학) 서울대 교수는 “ 문제의 세균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은 맞다”면서도 “ 만두는 냉동했다가 끌이거나 튀겨서 먹는 식품이어서 완전히 익혀 먹지 않는다 하더라도, 세균의 양이 많지 않다면 식중독 위험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찜찜하다면 당분간 만두는 피하는 것이 옳을 지 모른다.

만두를 비롯해 유통 기한이 넘은 떡볶이용 떡 등 이 같은 불량식품의 출연은 왜 끊이지 않는 것인가.

우선 부정식품을 만들어 팔아도 적발될 가능성이 희박하고, 설사 적발돼도 처벌이 너무 약하다 보니, 식품 관련 범죄가 빈발한다는 것이 큰 원인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 본청 중앙기동단속반 인력은 9명에 불과하다”며 “ 신고ㆍ제보 받은 사건이나 기획 조사 외에는 손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시ㆍ군ㆍ구 등 지자체가 제대로 단속할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재발이 잦은 또 하나의 이유는 적발됐을 때의 손해는 작고 이익은 크기 때문이다. 현행법에는 썩었거나 상한 것으로 건강을 해칠 우려가 분명한 식품을 제조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영업 정지 대신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게 돼 있다.

게다가 처벌도 솜방망이다. 식품 관련 범죄에 징역 등 중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02년 식품위생법을 위반해 재판을 받은 1,741명 중 1심에서 유기 징역을 선고 받은 사람은 전체의 2.1%인 36명에 불과했다. 이 중 법정 최고형(징역 3년)을 받은 사람은 1명뿐이었다. 가령 연간 매출액이 5억원인 식품 회사가 유통 기한이 지난 재료로 제품을 만들다 적발되면 영업 정지 15일을 받는다. 하지만 공장 문을 닫지 않고 하루에 76만원씩 1,140만원(보름치)을 내면 계속 영업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으뜸식품도 3차례나 같은 사유로 적발됐지만 과징금만 내고 영업을 계속해 왔다.


- "강력 리콜제 도입", 목소리도

영세업체가 많은 것도 위생 관리를 어렵게 하고 있다. 1만4,100개 식품회사(2001년 기준) 중에서 종업원 10인 미만의 영세업체가 78.5%, 연간 매출액이 10억원이 안 되는 회사가 89%나 된다. 전문가들은 종합적인 식품안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진만(식품영양학과) 고려대 병설 보건대학 교수는 “ 미국의 식품공장이나 도축장에는 예외없이 공무원 신분의 식품위생 감시원이 복수로 배치돼 제조ㆍ유통의 전 과정을 살핀다“며 “강력한 리콜 제도를 운영, 비위생적인 식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은 살아 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감시활동이 실효성을 갖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인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 민간인으로 구성된 명예 식품감시원이 5,000명이나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며 “ 소비자 단체가 전문성을 키워 독자적인 감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4-06-1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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