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뇌부 대 이동설, 경호실장 경질설 등과 맞물리며 소문 증폭

경찰청장…바뀐다면 누가?
수뇌부 대 이동설, 경호실장 경질설 등과 맞물리며 소문 증폭

경찰청장 자리가 또 한 번 들썩거렸다. 최근 ‘ 차관 인사’와 관련, 국가정보원 1ㆍ2 차장이 교체되고 그 자리에 경찰청 수뇌가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이 진원이었다. 이라크에서 피살된 고 김선일씨 문제로 염돈재 1차장이 물러나고 이상업 경찰대학장이 옮겨간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과 국정원은 며칠간 비상이 걸렸고, 국정원장 교체설과 함께 분위기 일신 차원에서 경찰청장까지 도마위에 올랐다.

결국 청와대가 소문을 부인하면서 파문은 일단락됐지만 여진은 아직 남아 있다. 최기문 경찰청장의 임기가 내년 3월인 상황에서 ‘자리’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러한 배경에 이상업 학장의 거취에 관한 여러 설도 한 몫하고 있다. 앞서의 국정원 1차장설 외에 청와대 경호실장설, 차기 경찰청장설 등이 그것이다.

경찰 주변에서 이 학장을 둘러싼 소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가 노무현 정부의 실세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매제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또 이 학장이 경찰 수뇌부 중 연령상 최고참급(57세)으로 내년 초 임기가 끝나면 경찰을 떠나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그 배경이다.


- 이상업 경찰대학장 거취가 변수

이 학장을 비롯해 경찰청장 자리를 둘러싼 크고 작은 소문은 올 초부터 있었다. 첫 진원지는 경찰 출신으로 처음 청와대 경호실장이 된 김세옥씨와 관련한 것이다. 지난 3월 처남이 경영하는 IT 벤처 기업 P사와 김 경호실장 간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다는 소문으로 경질설이 나돌면서 경찰이 술렁거린 것. 김 경호실장이 경질 될 경우 이상업 학장이 청와대로 가고, 경찰대학장에 당시 권지관 부산경찰청장이 내정될 것이란 소문도 덩달아 퍼졌다. 김해 출신인 권 청장이 노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어서 노 정부의 권력 후반기 관리 및 차기 대선 등을 위해 경찰대학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차차기 경찰청장을 맡을 것이라는 그럴듯한 시나리오도 회자되던 터였다. 하지만 ‘ 김세옥발(發) 경찰 대이동설’은 탄핵 정국에 묻히면서 잦아들었다.

그러나 4ㆍ15 총선을 계기로 ‘경찰청장 교체설’불거지면서 또 다시 경찰은 긴장했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넘기는 압승을 했지만 ‘호남 완승, 영남 참패’라는 결과때문이었다. ‘ 올인’전략에 따른 영남 진출을 위해 여러 차례 출마를 권유했음에도 끝까지 버틴 영남(경북 영천) 출신의 최기문 경찰청장이 여권내 비판의 도마위에 올랐고, 교체설로 이어졌다. 경찰의 양대 핵심요직인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허준영,대구) 자리를 모두 TK출신이 차지하고 있는 것도 대선에 이어 한결 같은 지지를 보내준 호남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함께 경찰 주변에선 호남 출신의 이승재 해양경찰청장이 차기 경찰청장으로 부각했다. 이 해경청장은 사법시험(24회)을 패스한 엘리트로 YS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됐을 때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는 등 노 정부의 개혁 코드와도 일치하는 인사라는 평이 뒤따랐다. 경찰청 정보과장, 정보심의관 등을 거친 정보통으로 정치권에 광범위한 인맥이 있다는 설과, 당시 유인태 정무수석과 광주일고 동문인 정찬용 인사수석이 뒤를 밀어준다는 소문도 ‘이승재 경창청장설’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이 해경청장과 관련한 소문은 문자 그대로 소문 이상은 아니었다.

‘ 경찰청장 교체설’은 5월 들어 좀더 구체화됐다. 경찰관의 성폭행 사건이나 금품수수ㆍ절도ㆍ폭행 사건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면서 여론이 악화된 게 직접적인 이유였다. 경찰 내에서 가장 촉망받는 간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던 권지관 부산경찰청장이 동성여객 정관계 로비사건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돌연 사표를 쓰고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교체설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청와대 주변에서 국정 2기를 새롭게 시작하려는 노 대통령이 경찰 쇄신 차원에서 경찰청장 교체 카드를 빼들 수 있다는 얘기가 급격히 확산됐다.

왼쪽부터, 최기문 경찰청장, 이상업 경찰대학장, 허준영 서울경찰청장

때맞춰 새 경찰청장 후보로 허준영 서울경찰청장, 이상업 경찰대학장, 김홍권 경찰청 차장 등이 거론됐다. 이승재 해양경찰청장, 하태신 경기경찰청장도 후모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실을 중심으로 경찰청장의 임기가 보장된 데다 교체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교체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는 후문이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 경찰청장은 쉽게 바꿀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사회 분위기나 자가 발전 차원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며 경찰청장 교체에 ‘정치적 고려’가 내포될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 향후 정치 상황(지방 선거와 차기 대선)도 고려해야 한다”는 그의 언급도 그 같은 관측과 궤를 같이 한다.

한동안 조용하던 ‘ 경찰청장 교체설’은 6월 중순, 이상업 경찰대학장이 청와대를 방문한 것이 알려지면서 급작스럽게 요동쳤다. 이 학장이 경찰 인사를 좌우할 수 있는 문재인 시민사회수석을 비롯해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 총무 비서관 등을 만난 게 그 배경이었다. 이에 따라 이 학장이 차기 경찰청장 또는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급속히 퍼졌다. 파문이 확산되자 이 학장은 “ 휴가 중에 청와대 내 경찰 관계자들을 만났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구체적으로 해명, 그의 청와대행을 둘러싼 소문은 단발성 해프닝으로 끝났다.

앞서 국정원 1ㆍ2 차장 교체설과 맞물린 경찰대이동설은 새로운 불씨를 잉태하고 있다. 올해 말 경찰청장 교체가 확실시 된다는 것과 이상업 경찰대학장이 청와대 경호실장이나 새 경찰청장으로 오를 수 있다는 예상이 그것.

최 청장이나 이 학장의 경우, 내년 초가 되면 임기 만료로 경찰을 떠나게 된다. 최근 청와대내에선 이들의 역량이나 지명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최 청장의 경우, 경북 영천 출신으로 지난 4ㆍ15 총선때 이 지역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이덕모 의원(경북 영천)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 여당의 재보선 후보로 나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임기 만료 전에 자리에서 물러나 여당 후보로서 ‘몸 만들기’에 돌입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상업 학장은 최기문 청장이 교체되거나 김세옥 경호실장이 고령으로 물러날 경우를 전제로 차기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경찰청장을 둘러싼 소문이 연말로 접어 들면서 점차 구체성을 띨 것이라는 점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7-21 11:59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