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날개를 활짝 펴고'그림'의 환상 속으로 오세요"네번째 콘서트 '파란대문의 집'서 퍼포뮤직 선보여

[감성25시] 퓨전국악그룹 < The 林 >의 리더 신창렬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펴고'그림'의 환상 속으로 오세요"
네번째 콘서트 '파란대문의 집'서 퍼포뮤직 선보여


눈을 감고, 귀 기울여 봐. 재잘거리는 오후의 햇살이 기억의 한 자락을 붙들면 낯익은 골목길이 보일 거야. 페인트 칠이 군데 군데 벗겨진 낡지만 정겨운 파란색 대문, 유년의 꿈이 숨어있는 파란 대문, 문이 열리면서 쏟아지는 빛, 빛, 빛. The 林(그림)의 네 번째 단독 콘서트 ‘ 파란 대문의 집’ 은 우리의 무의식에 감추어둔 상상력을 자극하는 비밀의 화원이다.

-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퓨전 국악 그룹 The 林(그림)을 보면, 1990년대 아이돌 스타로 뭉친 그룹 HOT와 GOD가 떠오른다. 10대들이 에쵸티와 지오디에 열광할 때, 눈치 없는 20대들은 영문 이니셜을 보고 “ 핫” 과 “ 갓”을 용감하게 외쳤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영어와 한자가 결합해 만들어진, 그 숲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이 그룹을 가리켜, 사람들은 “ 더 림”이라고 용감하게 불러 주었기 때문이다.

“ 그림 같은 팀, 숲 같이 그림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 7명의 젊고 발랄한 국악 전공자들이 뭉쳐 오늘의 그림이 되었죠.”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위해 그룹 그림을 만든 그는 리더 신창렬(31).

타악기(신창렬, 황근하), 거문고(박찬윤), 관악기(김남희), 해금(김주리), 가야금(정혜심), 피아노(신현정)가 만들어 내는 화음은 상상 이상의 오묘한 느낌을 준다. 국악과 서양 음악의 만남은 어찌 보면 한복에 구두를 신은 것처럼 어설프고, 불협화음 같은 조바심까지 지녔다.

거문고와 전자 기타, 대금과 신디 사이저가 한 무대에서 도대체 무얼 만들 수 있을까. 아무리 퓨전 국악 그룹이라지만 힙합에 더 익숙한 10대들이 과연 그림의 음악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국악과 양악 두 영역을 잘 아는 전문가 신창렬이 만들어 낸 그림의 음악을 들으면 이런 편견은 금세 사라진다. 음악을 듣는 순간 입가엔 미소가 번지고 어깨가 절로 움직인다. 흥겹다! 전통 악기가 만들어내는 음색은 애잔하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그림이 연주해 내는 음악은 황무지에서 꽃을 피워내는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그것은 젊은 국악인들이 신들린 듯이 만들어 내는 열정과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 위한 도전 의식 없이는 불가능할 일일테다.

“ 국악을 전공한 사람의 책임이라고 생각했어요. 왜 국악은 어렵고, 고리타분하고, 젊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것인지, 그 책임은 국악 전공자 모두의 것이라 생각했죠.”리더 신창렬은 중학교 때 우연치 않게 사물놀이를 배웠다. 사물놀이패 선배가 국립국악고등학교에 입학하자, 국악고등학교의 교복이 그렇게 멋지고 특별해 보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 후 그에게 국악은 운명처럼 늘 주변에서 맴 돌았다. 단국대 국악과에 들어가서 타악기를 전공하고 국악과 전통 문화와 인연을 맺고 살던 그는 졸업하던 해 창작욕에 목말라 하고 있었다. 국악이 일반 대중에게 쉽게 받아 들여지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은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 맛있고 예쁜 퓨전국악 만들기

“ 제가 생각해도 환상적인 그룹이죠. 소금, 대금, 해금, 가야금, 거문고, 피아노, 기타, 세계 여러나라 악기들이 모여서 연주하고 그 속에서 국악기의 따뜻하고 맑은 느낌을 간직하는 그림은 퓨전 음악을 하는 밴드라고 할 수 있지요.” 국악 전공자라면 누구든지 한 번쯤 꿈꿔 보았을 인간 문화재.

하지만 젊은 그는 보다 젊은 대중과 함께 이고 싶었다. 맛있고, 이쁜 퓨전 국악 음악을 대중 앞에 내 놓고 함께 시식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림의 대부분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까지 하는 신창렬은 “ 처음부터 퓨전을 지향한 것은 아니었어요. 악기의 조화를 고려해 곡을 만들고 연주하다 보니 음악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퓨전이 되었답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목적은 한결 같네요.”

첫 번째 콘서트 ‘ 기억을 찾는 주문’에 이어, 두 번째 콘서트 마술과 영상의 퍼포먼스 ‘ Dejavu’와 악기들이 가지고 있는 소리의 구현에 주력한 ‘ Echo’까지 그림의 콘서트는 몽환적인하룻밤의 꿈이다. 이번 ‘ 파란 대문의 집’ 또한 그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 나지 않지만, 기존의 콘서트와 구별된다. 콘서트도 연극도 아닌 새로운 장르, 퍼포뮤직(performusic)에의 도전이기 때문이다. 스토리와 음악, 영상이 함께 하는 ‘ 파란 대문의 집’은 마치 한 편의 판타스틱 동화책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음악이 관객의 정서를 이끌고, 연주자들이 직접 배우가 되기도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한마디로 그림의 음악이 관객에게 이야기 책을 읽어 주는 것이다.

“ 그림만이 관객에게 드릴 수 있는 회화적인 콘서트라 할 수 있죠. 지난 공연들에서 보여 주었던 시행착오를 조금씩 보완해서 그림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발상을 조금씩 바꿔보고 싶은 욕심에서 시작된 거죠. 색다른 감성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주었으면 해요.”

- 아름다운 동화를 읽는 듯한 콘서트

‘ 파란 대문의 집’의 스토리는 작가 백하룡씨가 그림의 음악을 듣고 영감을 얻어 몽환적이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인간에게 남은 유일한 생명체를 간직한 연이와 그녀의 수호천사 버들의 러브 스토리에, 연이를 해치려는 새엄마와의 갈등이 기본적인 내러티브다. 동양적인 정서가 가득한 이야기는 대중 문화라는 폭력 속에서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순수 예술가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 저희처럼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나가는 예술가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공연을 관람하시는 관객들의 몫을 남겨 놓았죠. 느끼시는 대로 공감하고 가셨음 해요.”공연이 끝나면 우리는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책을 덮은 셈이다.

“ 이번 콘서트 때문에 10월에 예정된 일본 공연 계획을 연기했죠. 내년엔 미주 투어와 일본 공연 계획이 잡혀있죠. 그림이 지향하는 음악은 국경과 세대를 초월하는 음악이예요. 그림은 전통 음악의 뼈대를 갖추고 세계화 시대에 맞는 음악적 코드로 월드 뮤직을 지향합니다.”

The 林(그림)이 꿈꾸는 세상은 어떨까. 음악처럼 공감각적인 세상일까. “ 음악을 듣는 사람들 마음 속에 가장 아름다운 여백을 선물해 주는 것이예요. 그 숲 속(The 林 )에서 신선한 공기로 그림과 함께 맘껏 숨 쉴 수 있는 세상이었음 하네요.”그리움에 눈 먼 자, 잡으려 해도 자꾸만 멀어지는 꿈 때문에 마음 아픈 자, 잃어버린 사랑을 찾고 싶은 자, 그 숲 속(The 林) 어딘가에 숨겨진 보물을 찾으러, ‘파란대문의 집’ 을 두드려 보자.

문이 열리면 쏟아지는 눈부신 빛! 을 보러. (공연:11월 13 ~14일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

유혜성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4-11-10 16:41


유혜성 객원기자 cometyo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