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정서를 꽃피운 21세기 피카소세계를 놀라게 한 광기의 천재아티스트

[감성 25시] 화가 몽우 조셉 킴
한국적 정서를 꽃피운 21세기 피카소
세계를 놀라게 한 광기의 천재아티스트


1999년 겨울 뉴욕, 한국 미술과 고미술을 사랑하는 컬렉터들의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그 자리에서 거래되는 작품가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미국의 유명한 아트 포스터 제작자가 이중섭, 박수근, 중광의 작품을 지나쳐 귀퉁이에 전시된 화가의 작품 300점을 몽땅 사버린 것이다. 일년 동안 판매될 예정이었던 것들이다. 컬렉터들 사이에서 서서히 이름이 알려진 이 화가의 작품은 뉴욕 전시회에서 이틀 만에 500여점이 팔려나가기도 했다. 한국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그는 몽우 조셉 킴(30)이었다.

천재가 흔한 세상에서 ‘천재’ 가 나타났다 한들 놀라거나 환상을 갖는 순진한 고등학생 같은 대중은 드물다. 역대 천재 아티스트를 흉내 내는 ‘가짜 천재' 때문에 대중은 이미 ‘천재 불감증’ 에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천재성을 지닌 아티스트들이 무척 손해 보는 시대에 마침 꿈쟁이란 뜻을 가진 몽우(夢友) 조셉 킴이 등장했다. 그것도 천재화가란 수식어를 달고 말이다.

몽우 조셉 킴을 추적 중 그의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뿐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검정고시를 치른 것도 아니다. 작품에 영감을 받으면 사흘 밤 낮 구분 없이 잠도 자지 않고 그림만 그린다. 사흘치 밥을 한꺼번에 먹어치우고서 말이다. 그림을 그린 건 두 살 부터고 14살 때부터 그린 그림들이 해외에서 인정을 받았다.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태우거나 찢어버리기 일쑤다. 극도로 예민해져있을 때는 자해도 일삼아 정신병원에 다닌 적도 있다. 빚보증을 잘못 서서 3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채무에 시달리고, 백혈병 증세를 겸비한 고질적인 임파선 암과 10년 넘게 투병중이다. 괴짜, 광기, 불치병, 비운의 주인공. 여기까지가 몽우 조셉 킴을 만나기전 그에 대해 입수한 간략한 정보다.

예술과 감성의 유산을 물려받다
안산 2001 아울렛 매장 6층에 그의 작업실이 있다. 백화점처럼 공개된 곳이어서 쇼핑 하다가 도장 파러 오는 손님들이 많다. 전각 작업은 그의 예술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작품 구경만 실컷 하다 그냥 돌아가곤 한다. 최소한 한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고 써 있지만, 이미 일년 치 예약이 끝난 상태다.

3억이란 빚이 있기에 비싼값을 치른다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작품 활동을 할만한 감수성이 동반되지 않는 날이라면 헛수고다. 전각은 집안 대대로 이어지는 가업이다. 처음 쓰인 고려시대부터 지금까지 가업으로 물려 받아 고수해온 가문의 후손이라고 작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도장이 아니라 고차원적으로 작품화된 도장이라고 소개하는데 도장 가격은 그래선지 만원대부터 천만원대까지 이른다.

“혼자 작업을 하면 자기만의 세계 속에 푹 빠져 버리죠. 그러다 보면 과거, 현재, 미래가 혼동이 되기도 하구요.” 혼자 있으면 비현실적으로 돼 위험해 진다는 그는 사람들 속에 묻혀 살고 싶어 쇼핑 공간 속에 작업실을 얻었다. 작업실 사방엔 동양화, 서양화, 조각, 전각 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작품이 진열되어 있다. 그의 작품이다.

“두 살 때가 생생하게 기억나요.” 세살 이전의 기억은 카오스다. 하지만 그는 두 살을 기억해 낸다. “눈을 뜨면 사방이 그림과 글 투성이었죠. 장판에 수놓인 꽃이 너무 아름다웠어요.장판에 종이를 대고 꽃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그림을 그리면 그는 잠을 자지 않는 이상한 병에 걸렸다.

몇날 며칠동안 그림 그릴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몰두하기에 작품이 완성되면 그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께서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하셨죠. 그림 그리는 것 외에 공부해서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10대 초반에 작품에 몰두하다가 방에서 정신을 잃은 적이 있어요. 코피가 나고 몸이 가라 앉고 이유 없이 머리칼이 빠지기 시작했죠. 그 후 두부만 먹고 살았어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그의 형처럼 그도 가정교육을 받았다. 화가인 아버지는 두 아들에게 외국어와 서예와 판화를 가르쳤다. “ 아버지는 두 아들에게 예술과 감성이라는 유산을 남기신 거죠.”

그의 형이 열 일곱, 그가 열 네 살이 되던 해 형제는 동대문에 공방을 낸다. 몽우 조셉 킴을 세상으로 인도한 장본인 유태계 화가 아브라함 차를 만난 곳이기도 하다.

학벌주의 화단의 아웃사이더
서양화가의 이름조차 모르고 시작한 서양화. 그는 뒤늦게 피카소와 샤갈을 알았다. 아브라함 차 덕분이다. “외국 작가의 경향과 기법에 대한 훈련을 받았어요. 한국의 교육이 낚은 고기를 쥐어주는 스타일이라면 그분은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신 분이었죠. 늘 위대한 존재가 되라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죠.” 그의 작품이 한층 고차원적으로 발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림엔 사상이 들어가야 한다고 하셨죠. 학력은 그림을 그리는데 불필요할 뿐이라며.” 그의 그림을 인정한 것도 외국인 컬렉터이고 그의 작품을 전시한 곳도 뉴욕이다. 한국의 화단은 그에게 보수적이었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외국에서 인정받자 뒤늦게 인사동에 그의 그림이 전시되기도 했지만 학벌 위주로 돌아가는 한국 화단은 그림보다 프로필을 먼저 보길 원했다. 검증 받지 않았다는 거다. 몽우 조셉 킴이 한국의 화단에서 무관심 속에 파묻힐 즈음 뉴욕에서는 “한국 작가 조셉킴이란 작가는 마르크 샤갈의 꿈과 호안미로의 시상과 피카소의 낭만을 한국정서로 꽃 피운 화가다.”라는 찬사가 돌고 있었다,

“아, 저는 함부로 넘어지지 못해요. 넘어져도 손을 이용해 머리가 땅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해요.”

‘자살하지 말 것, 누워서 울지 말 것, 힘들고 피곤할 때 작품을 그리지 말 것.’ 몽우 조셉 킴의 작품 세계에 빠져들어 그의 작품을 수집하던 독일의 화가이자 컬렉터인 토마스 마틴과의 계약서 조항의 일부다.

그가 빚보증으로 3억원의 부채를 지게 되고 그림조차 압류되자 반 고흐나 이중섭처럼 우울증으로 정신과 신체의 감정적 균형이 깨질까봐 토마스 마틴은 몽우 조셉 킴의 후원자로 나서게 된 것이다. 그는 빚의 일부를 값아 주고 생활비와 병원비를 지원해 준다.

대신 2012년까지 10년 계약 기간 동안 몽우 조셉 킴은 작품 활동을 통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몽우 조셉 킴에겐 느닷없이 날라온 행운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그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자유가 없어 보이지만, 토마스 마틴씨와 계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한동안 채권자들의 빚 독촉 협박 전화로 스트레스를 받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는 그는 이제야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수 있어 기쁘다고 말한다. 매장 한가운데 위치한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에 몰두하며 이따금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평화롭고 행복한 모습에 사색에 잠기곤 한다.

“백석의 시를 읽고 있어요. 백석 시를 읽으면 그림이 떠올라요. 그를 잘 모르지만 왠지 저와 비슷한 정서를 가진 사람 같아요.” 그는 시가 마음속에 흘러들 때야 붓을 드는 감성의 화가이기도 하다. 이미 부산에서 첫 개인전을 치르고 한국 화단에 한 걸음 다가온 그는 조만간 깜짝 놀랄 만한 전시 하나를 국내에서 열 계획이다.

“파블로 피카소와 몽우 조셉 킴의 작품전”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서정적인 피카소”라는 평을 받은 그는 피카소와 대등한 입장에서 전시회를 갖는 것이 부담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생각만으로도 벅차오른다고 아이처럼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밥을 먹다가 갑자기 김치에 그림을 그리고 깍둑이로 조각을 하는 그, 물감이 없으면 된장, 고추장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그, 한쪽 손만으론 심심해서 양손으로 그림 그리는 그는, 그림 그리기를 무지 좋아하고 평생 그림으로 먹고 살 것 같은 엉뚱한 괴짜 화가임엔 틀림없다.

“천재인지 아닌지 그건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 마음속에 달려 있어요. 전 그걸 받아들일 거구요.” 몽우 조셉 킴. 한국 화단에 프로필 없이 작품 하나만으로 인정을 받겠다는 이방인의 용감한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피카소와 나란히 작품 전시를 하는 것만으로 그는 주목받을 만한 화가임엔 틀림없다.


유혜성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5-08-03 16:18


유혜성 객원기자 cometyo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