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공사 개장 1순위 한무 계약해지 놓고 로비설·음해설 등 소문 난무
카지노 사업 왜 삐걱대나? 관광공사 개장 1순위 한무 계약해지 놓고 로비설·음해설 등 소문 난무
출발 당시부터 운영 주체 및 업체 선정과 관련해 논란을 빚었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이 지난 7월 선정 업체와 한국관광공사(이하 관광공사) 간의 법률적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채 첫 발을 뗄 준비를 하고 있다. 9월10일께 카지노 자회사가 출범하면 외형상 관광공사가 주도하는 카지노 사업이 궤도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관광공사가 7월15일 신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영업장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강남 ㈜한무컨벤션(이하 한무)과 영업장 임대차 가계약을 해지하면서 카지노 사업의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9월3일 정부가 카지노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표방하며 시작된 호텔의 ‘카지노 전쟁’에는 서울에서 5개, 부산에서 3개 호텔이 뛰어들었다. 그리고 11월17일 서울의 한무(강남)와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강북), 부산 롯데호텔 등 3곳이 신규 카지노 후보 영업장으로 선정됐다. 당시 주간한국이 단독으로 입수한 ‘외국인전용 카지노영업장 선정 심사집계표’에 따르면 한무가 종합점수 200점 만점에 150.42점을 얻어 144.50점을 얻은 L호텔과 103.71점을 받은 R호텔을 제치고 강남지역 영업장 임대사업자로 선정됐다. 강북지역에서는 밀레니엄힐튼 호텔이 112.46점을 얻어 89.42점을 받은 C호텔을 따돌렸고, 부산에서는 부산롯데호텔이 173.43점으로 각각 151.71점과 116.00점을 얻은 경쟁 호텔을 제치고 외국인전용 카지노 영업장 임대사업자로 선정됐다. 관광공사의 ‘외국인 전용카지노 사업계획(안)’(2005년 4월)에 따르면 올해 말에 한무 카지노 영업장을 개장하고 이어 내년 상반기에 부산 롯데호텔과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 순으로 개장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개장 1순위인 한무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카지노 사업 전체가 삐걱거리고 있다. 관광공사는 지난 7월 한무측이 영업장 공고규정을 위반했다며 계약 해지 통고를 했다. 한무측이 영업장 신청시 부속서류로 제출한 ‘임대건물 일람표’에 1,500억 원대인 근저당을 500억원대로 축소신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무측은 서류작성상 착오일 뿐이며 계약을 해지할 만큼 큰 잘못이 아니라며 7월27일 ‘본계약 체결과 지위 확인 등의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한무컨벤션 김경환 상무는 “회사 소유의 오크우드호텔과 한무컨벤션 별관 등 2개 건물에 1,530억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사 측에 서류제출 시 문의한 결과 영업장 예정지인 별관분에 해당하는 535억원만 기재해도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정확한 재무제표를 냈고 해명을 했는데도 일방적으로 취소결정을 내린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광공사측은 “별관분만 기재해도 된다고 통보한 (관광공사)직원을 밝혀라”고 했다가 한무측이 경위서와 해당 직원 실명을 각각 관광공사와 법원에 넘기면서 한발 물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건물 근저당 설정액을 분리 신고한 것이 계약해지에 갈만큼 중대 과오냐를 놓고 논란이 많다. 한무측은 “부속서류로 제출한 ‘임대건물 일람표’에는 근저당을 안분 비례(오크우드 호텔과 컨벤션 별관 분리)해 신고했지만, 재무제표는 제대로 된 것을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관광공사 카지노설립준비위원회 조용담 홍보팀장은 “민간기업이 아니라 정부에서 하는 만큼 작은 흠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재무제표 비중이 5% 정도에 불과해 계약해지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사업자를 선정한 관광공사가 7개월이 지난 올 5월에야 서류상의 문제점을 발견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관광공사측은 “5월에 한무가 본계약안을 보내온 뒤 재차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에서 표기상 오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무측은 “제출된 재무제표에는 1,530억원으로 정확히 기재돼 있어 두 서류를 한번만 비교해봤어도 초기에 파악할 수 있었고, 근저당 설정액은 등기부 등본 한 통만 떼어봐도 누구나 확인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관광공사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국회 문광위 소속 민주당 손봉숙 의원에게 제출한 ‘외국인 전용 카지옜돗汰櫻?선정 보고서에는 서류 심사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게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심사위원 들은 서울 후보 호텔의 서류 심사를 지난해 11월11일 오전 11시와 오후 21시부터 각각 4시간, 3시간씩 진행했다. 각 호텔의 보고서가 수백쪽에 이른다는 것을 감안할 때 졸속 심사를 우려할만한 정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무 사태를 계기로 여러 ‘카지노 괴담’이 떠돌고 있다. ‘한무-정부간 불화설(또는 이면계약설)’이 그 중의 하나다. 정부가 한무측에 개장 비용 일부를 부담할 것을 요구한데 대해 한무측이 반발하자 근저당액을 문제 삼아 계약 해지를 했다는 것이다. 카지노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게 될 관광공사 카지노 자회사의 실질적 주도권을 놓고 관광공사와 한무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다는 설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 일각에서는 한무측이 비용 부담을 하되 향후 정부가 민간 사업자에게 권리를 양도할 경우 한무가 양수 받는다는 내용을 문서화해줄 것을 요구하다 역풍을 맞았다는 설도 있다. 이에 대해 한무측 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경쟁 업체의 음해”라고 잘라 말했다. ‘역로비설’도 있다. 현재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P사가 연간 5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을 우려해 방해공작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P사 관계자는 “카지노는 VIP 유치가 핵심으로 마카오 등 해외 카지노와의 경쟁력을 갖추는 게 급선무여서 그곳에 전력하고 있는 상황이라 국내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한무와 경쟁을 벌었던 L호텔과 R호텔의 로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L호텔은 전체 평점에서 2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깝게 탈락, 꾸준히 재기의 기회를 엿봐왔다는 것이다. 카지노 업계에서는 만일 한무가 탈락할 경우 L호텔이 1순위로 입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C-프로젝트’(L호텔의 카지노 영업장 확보 잔략)를 진두지휘했던 테스크포스팀의 정 모 실장은 “한무의 결과를 보고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재도전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정치권 개입설’은 여당 L의원과 관광공사 최고위층 K씨와의 특수관계가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L의원 덕에 최고위층에 오른 K씨가 다른 세력에 힘입어 카지노 업체로 선정된 한무를 과감하게 탈락시켰다는 것이다. L의원과 K씨는 역로비설의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사전 차단설’은 한무가 지난해 11월 카지노 영업장으로 선정될 당시 ‘사전내락’ 등 특혜설이 나돈 것과 관련 있다. 이 설에 따르면 올해 4월 관광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김종민 사장이 한무가 카지노 영업장으로 선정될 당시 있었던 특혜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덮기 위해 근저당 축소를 빌미로 삼아 계약을 해지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카지노 사업의 초기 투자비용을 위해 한무를 희생시켰다는 ‘희생양설’ 또는 ‘자금마련설’도 있다. 카지노 사업장 한 곳을 개장하는데 대략 150억~200억원의 비용이 들어 세 곳을 개장할 경우 최소 450억원에서 600억원이 비용이 소요된다는 계산이다. 관광공사는 카지노 자회사의 초기사업투자비용에 1,00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고 한다. 자금 마련과 관련, 관광공사가 300억원을 지원하고 은행에서 나머지 700억원 가량을 융자 받는 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관광공사가 자체에서 300억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관광공사는 9월부터 통일부로부터 대출 받은 남북협력기금 900억원을 상환해야 하고, 북한에 대해 관광 명목의 50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자금이 필요한 곳은 많은데 축적된 자금은 형편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관광공사가 현대아산에게서 매입한 북한내 온천장, 문화회관, 온정각 등의 수입은 6월 현재 고작 40여 억원에 불과하다. 올해 말에 한무 카지노 사업장을 개장하기가 어려운 처지다. 그래서 관광공사가 자금 사정 때문에 한무를 탈락시켰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관광공사가 한무와의 계약을 해지한 사유가 석연치 않음에 따라 국회와 감사원이 적극 나서고 있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 등 여야 의원 16명은 7월20일 ‘외국인 전용 카지노 후보영업장 선정 심사에 대한 감사청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감사원은 관광공사와 한무측의 법적 다툼이 정리되는 이후에 감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한무 사건은 결과에 따라 정식 재판으로 옮겨 갈 여지가 있다. 그렇게 되면 내년 6월까지 개장은 불가능해지고 한무는 카지노의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한무를 둘러싼 의혹의 진상이 무엇인지, 궁금증만 더해가고 있다.
입력시간 : 2005-09-0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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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