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를 벗기다니" 법률시장 시끌시끌

사례1 :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최모(42ㆍ여)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된 남편의 석방을 위해 “담당 판사를 잘 아는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는 김모(46)씨(브로커)의 말을 믿고 A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러나 A변호사의 부실한 변론으로 수임료(500만원)만 날리고 최씨의 남편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 은평구의 조모(52)씨는 폭행혐의로 구속된 동생을 석방시키기 위해 부장판사 출신의 B변호사를 ‘전관’이라는 이유로 웃돈 400만원을 얹어 선임했다. 그러나 사건 자체가 경미해 조씨의 동생은 ‘전관’의 힘과 무관하게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사례2 : 서울 출신의 김모(31)씨는 명문대 법대를 나와 사법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지난해 4월 단독으로 변호사 개업을 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한달 평균 1~2건의 사건을 수임하는데 그쳐 로펌(법무법인) 취업을 고려하고 있다.

법률서비스 분야도 시장원리 작동해야

위 사례들은 지난해 실제 발생한 경우로 우리 법조사회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국민들은 법률시장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데다 법조브로커가 기승을 부리고 전관예우의 관행은 여전하다.

‘사시 1천명시대’에 연수원 출신 변호사 중 상당수는 박봉에 시달리거나 사무실 임대료를 못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법률시장의 왜곡된 구조는 근본적으로 법률 소비자(국민)와 공급자(변호사) 간에 정보가 부재한 데 기인한다.

그래서 소비자는 법률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이 원하는 최적의 변호사를 찾을 수 없고 브로커나 무능한 변호사에게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급자(변호사) 역시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정보의 소통구조가 없다보니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적고 전관예우와 현직 프리미엄이 작용하는 현실에서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법조인들의 관계(전문성, 소송 성적표, 인맥 등)를 일반인들도 한 눈에 볼 수 있고 그에 따라 소비자가 직접 변호사를 찾아가게 되면서 전관예우나 브로커의 폐단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2000년을 전후해 등장한 인터넷 법률사이트가 가져온 변화의 바람이다.

그러한 법률시장 변화의 중심에 사이버로펌의 선두주자인 로마켓(www.lawmarket.co.kr)이 자리잡고 있다.

최이교(42) 대표는 “법률서비스 분야도 이제는 시장 원리가 작동돼야 한다. 과거와 같은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태도로는 법률 소비자, 공급자 모두 피해자가 되고 다가올 법률시장 개방시대에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법률 소비자와 변호사가 투명하게 열린 공간에서 만날 때 법률시장에 닫힌 정보가 공개되고 전관예우나 불법적인 브로커가 사라질 것”이라며 “법률서비스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이교 로마켓 대표와 직원들. 박철중 기자

로마켓은 국내 변호사 7천여 명의 최근 10년간(1993~2005년 상반기) 수임사건 내역과 승패율, 전문분야를 보여주는 ‘전문성 지수’, 법조인들 간의 친밀한 정도를 나타내는 ‘인맥지수’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성 지수’는 그동안 일반인들이 막연하게 ‘판검사 출신 변호사=실력자’로 알고 잇는 등식을 수임사건과 승패 등을 통해 능력에 대한 통계를 객관화하였다.

이에 따르면 변호사가 연도별로 대법원, 고등법원, 지방법원, 행정법원 등 어느 법원의 사건을 맡았는지, 그리고 각각의 법원에서 얼마나 승소했는지 알 수 있다.

해당 변호사의 전문분야는 전체 사건 유형을 8개의 대분류(민사 형사 행정 노무 등), 173개의 중분류(민사의 경우 공탁 부동산 금융 신청사건 등), 525개의 소분류(민사 사건 부동산 중에서 ‘부동산 명도와 인도’등)로 나눴다.

소송을 할 경우 사건이 어디에 속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고 해당 변호사의 사건처리 결과를 볼 수 있다.

‘인맥 지수’는 해당 변호사가 사건 담당 판검사와 얼마만큼의 친밀도를 갖고 있는 지를 나타낸다. 출생지(0~3점, 인구별), 고교(2~20점, 연도차), 대학(1~10점, 연도차), 사법연수원(1~15점, 기수ㆍ인원수), 법원ㆍ검찰 근무(1~4점) 등을 주요 항목으로 점수화하였고 친밀도에 따라 1~3점의 가산점을 부여했다.

일반인은 소송할 경우 로마켓을 통해 해당 변호사의 사건수임 현황과 승패율, 전문성 외에 담당 판사와의 친밀도 등의 정보를 제공받고 승소를 기대할 수 있는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전문성 지수, 인맥지수 서비스 제공

로마켓의 등장은 일반인 뿐만 아니라 변호사 업계에도 큰 반향을 불러왔다.

로마켓의 손동욱 마케팅 팀장은 “작년 5월 인맥지수 공개 후 이용자가 평소보다 8배나 늘었고, 12월 전문성지수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하루 4천여 명이 신규로 가입하고 1천여 명이 유료정보를 이용했다”면서 “요즘도 하루 평균 500명 가량의 유료 이용자가 로마켓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한 회원들은 “변호사에 대한 정보가 없어 답답했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대문 시장에서 소매업을 권모(38)씨는 “어음사기 문제로 골치가 아팠는데 변호사와 담당 판사에 대한 정보를 얻게 돼 재판에 도움이 됐다”며 “주위 상인들 중에 브로커에 속아 변호사 수임료만 날리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고 말했다.

이준범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서울 중구청 인근에서 세무사를 하는 김모(46)씨는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가 필요한 데 로마켓을 통해 실력있는 변호사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통신회사에 근무하는 윤모(39)씨는 “로마켓의‘인맥지수’를 근거로 변호사를 찾아갔다가 사건 담당 판사와 친하지 않다고 해 당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맥지수와 실제 친밀도가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나타난 셈이다.

변호사계는 로마켓에 대해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법조타운이 있는 서초동에 개업한 지 6년차 되는 한 변호사는 “변호사 정보공개는 일반 서민들의 변호사 접근기회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브로커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 로펌의 김모 대표변호사는 “법률시장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변호사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체제로 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의 하창우 공보이사는 “승소율과 패소율은 법무법인도 공개를 꺼리는 부분으로, 제3자가 이를 분석해 공개하는 것은 명백한 영업비밀 침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준범 회장도 “로마켓이 자의적인 방식으로 변호사의 승소율과 패소율을 산출하는 것은 명백한 개인정보 침해일뿐만 아니라 수임실적의 잣대로 변호사의 능력을 평가하도록 호도함으로써 법률시장의 수임질서를 문란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으로 개업 11년차 되는 박성덕(사시 21회) 변호사는 “로마켓의 법률서비스는 양면성이 있다”면서 “일반인들에게 법률정보를 제공해 맞춤형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브로커와 전관예우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상황에 따라 정반대의 경우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승패율은 사건의 난이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데 결과만 놓고 통계화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기득권층 이익대변 구조 탈피해야"

로마켓의 최 대표는 “법률서비스 제공 이후 많은 얘기를 듣고 미비점을 보완하고 있다”면서 “특히 ‘전문성 지수’를 강화해 논란의 소지를 줄이고 법률보험 등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개척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한 “크게 봐서 법률시장도 세계의 흐름에 맞춰 변해야 하며 일부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마켓과 변호사단체는 2004년 첫 법적 공방을 벌인데 이어 지난 11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로마켓을 상대로 ‘개인정보등 게시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관련 재판 결과에 따라 로마켓의 운명과 국내 법률시장의 지각변동 여부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변호사 단체 VS 로마켓

"승패율은 영업비밀" "투명성 높이는 계기"

인터넷 법률서비스 제공을 놓고 법률 포털 로마켓과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단체간의 법정싸움이 3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양측의 다툼은 2004년 로마켓이 인터넷 볍률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 데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변호사법(제34조)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촉발됐다.

서울변회는 “인터넷 법률상담 등은 비변호사의 변호사업무를 금지하는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로마켓은 “인터넷 법률 서비스 제공은 사이트 시스템 제공이며 변호사업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2라운드는 지난해말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7천여 명의 승패율 제공 서비스 등을 시작한 로마켓을 상대로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확전됐다.

대한변협은 “변호사 승소율 등 공개는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로마켓은 “변호사 승소율 등은 대법원 사이트에 공개된 공적 정보로 영업비밀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11일 대한변협과 공조해 1,500명 변호사의 위임을 받아 로마켓을 상대로 ‘개인정보 등 게시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하였다.

로마켓의 인터넷 법률서비스가 변호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업무방해로 경제적 손실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로마켓은 “(법률서비스가)영업비밀이 아닌 공적 정보로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04년 불거진 로마켓 법률상담 고발건과 지난해말 추가 고발건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사건 결과에 따라 향후 법률시장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변호사 ‘승패율’에 대해 서울변회 이준범 회장은 “사건의 종류나 난이도에 대한 고려없이 자의적으로 승패를 나누는 것은 개인정보를 침해한 것일뿐만 아니라 공공의 이익과 인권옹호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들을 법률장삿꾼으로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로마켓 최이교 대표는 “지난 10년 간 4천만 건에 이르는 소송사건을 10여 가지의 엄밀한 기준으로 승, 패, 무승부로 나눴다”며 “자의적 분류라는 해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변호사단체는 “변호사 정보 공개가 오히려 ‘전관예우’를 조장하거나 ‘사건 소개 브로커’를 양산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인터넷을 통해 법률시장 유통구조가 투명해지면 사건브로커와 기존 법조인들이 갖고 있던 원시적인 이점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