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은 의무방어전 불과, 회화공부에 전념해야 영어실력 향상

▲ 김대균 강사 / 박철중 기자
국내에서만 한 해 약 200만 명이 응시하는 토익(TOEIC) 영어시험의 출제 방식이 지난 5월 일부 개정됐다. 실용영어 능력을 보다 정확하게 검증하기 위해 듣기와 독해 영역의 난이도를 높인 게 골자다.

이처럼 ‘뉴(new)토익’ 시대가 열리면서 학원가도 분주해졌다. 특히 여름방학을 맞아 달라진 토익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려는 대학생들의 발걸음이 크게 늘었다. 토익 강사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뉴토익의 출제 경향을 파악하고 이에 맞춘 효과적 강의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유명 강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까지 100여 차례가 넘게 토익 시험을 치러 현역 강사 중 최다 응시 기록을 갖고 있는 김대균(42) YBM어학원 강사는 이번에도 직접 뉴토익 시험을 치른 뒤 새로운 경향을 분석하고 있다.

“지난 5월과 6월 토익 시험을 치러 보니 응시자들이 충격을 받을 만큼 큰 변화는 없었어요. 물론 예전 토익보다 좀 어려워진 건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는 해볼 만한 수준입니다.”

뉴토익과 관련, 김 강사는 토익 응시자들이 크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진단이다. 공부를 좀 더 많이 해야 하지만 넘기 힘든 장벽은 아니라는 것. 다만 김 강사는 “기출문제만 달달 외우는 예전 방식의 공부로는 점수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평소에 기본기를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느냐가 뉴토익 정복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기본기가 뉴토익 정복의 관건

그는 1997년 1월부터 매번 토익 시험을 치러 직접 체득한 노하우를 토대로 강의하면서 수강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요즘은 토익 강사라면 누구나 시험을 치지만 90년대 후반에는 그런 경우가 드물었다. 그는 만점도 여러 번 받았다.

“몇 번 토익 시험을 치르다 보니 어떤 규칙이나 유형 같은 게 보였어요. 그때 문득 시험을 치는 게 강의에도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로는 매번 응시하게 됐는데 시험 내용 분석을 바탕으로 강의를 하니까 수강생이 늘더라구요.”

그는 스타 강사의 반열에 오른 이후 뜻밖의 큰 시련을 겪은 적도 있다. 동료 강사가 기출문제를 유출한다는 누명을 씌워 그를 토익위원회에 고발한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2001년부터 2년 동안 국내서 토익 시험 응시 기회를 박탈당했다.

이 사건 때문에 그는 크게 낙담했지만 주저앉지는 않았다. 일본과 인연을 맺은 것도 이때다. 국내서는 토익 시험을 치를 수 없었지만 이웃나라에서는 응시가 가능했던 것. 김 강사는 자신을 믿어준 한 수강생의 도움을 얻어 2년 동안 일본에서 계속 토익 시험을 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전화위복이 이뤄진다. 일본에서도 수 차례 토익 만점을 기록하자 ‘한ㆍ일 양국 만점 강사’라는 새로운 경력이 추가된 데 이어, 그의 능력을 알아본 일본의 유명 출판사 고단샤(講談社)와 손을 잡고 현지 토익 교재 시장에 진출하는 기회도 얻게 되었다.

“시험을 치기 위해 토요일에 일본으로 갔다가 일요일에 서울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하며 돈도 많이 쓰고 고생도 많이 했죠. 하지만 제가 쓴 토익 교재가 일본어판으로 출간돼 현지서 베스트셀러가 된 덕분에 여행 경비는 다 만회할 수 있었죠.”

토익은 영어능력 시험으로는 변별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 말하기와 쓰기 영역이 없다보니 답을 고르는 ‘요령’만 잘 터득하면 얼마든지 고득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스타 강사에 대한 기준도 ‘요령을 전달하는 능력’ 즉 문제와 답을 얼마나 잘 찍느냐로 평가해 왔다. 그래서 학원 수강생이 90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아도 실전에서 영어회화 구사력은 형편없이 더듬거리는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뉴토익이 등장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김 강사는 이 같은 토익 비판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듣기와 읽기 능력이 바탕이 돼 있으면 말하기 실력은 훨씬 수월하게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때문에 토익은 ‘의무방어전’ 정도로 여기고 일정 점수를 따낸 뒤에는 회화 공부에 전념하세요. 그러면 영어 실력이 탄력을 받을 겁니다.”

그는 해외 유학이나 연수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 강사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때는 사전만으로 영어를 공부했고 대학교 시절에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나 영화를 벗삼아 실력을 키워나갔다. 비단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스타 영어강사 중에는 토종이 적지 않다.

“토익 강의는 어차피 시험에 대비한 강의이기 때문에 국내파든 해외파든 기출문제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해설하느냐 하는 데서 능력이 판가름 납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전달력이죠. 제 경우는 가급적 많은 문제를 풀어주고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는 YBM어학원에서 가장 큰 강의실을 쓰고 있다. 160여 명이 들어가는 규모다. 하루 강의 시간은 8시간이니 수강생은 모두 1,300명이나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방송이나 온라인 동영상 강의도 맡고 있다.

“강사라는 직업도 한 철이에요. 계속 이렇게 생활하다가는 죽기 십상이죠.” 웃음 띤 얼굴로 너스레처럼 말했지만 그의 모습은 실제로 피곤해 보인다. 그래서 건강관리를 위해 주말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등산을 한다고 한다.

그는 평소 재충전에도 상당한 공을 들인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한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억지로 짬을 내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기도 하고 타 분야 영어 강사들을 만나 한 수 배우기도 한다. 연말에는 영미 문화권 국가들을 순례하며 부족한 외국 체험을 채워나가고 있다.

그는 아직도 도전할 것이 남았다고 한다. ‘회화도 잘하는 토익 강사’가 바로 새로운 목표다. 멀지 않아 토플처럼 말하기와 쓰기 영역이 토익에 도입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영어 시장이 회화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돼 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사에게 대중성은 숙명과도 같아요. 수강생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거죠. 토익과 회화의 접목은 그런 점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이라고 볼 수 있어요.”

김대균 강사가 말하는 뉴토익 공략법

▲ 파트1, 파트2 = 미국식 발음과 영국식 발음이 절반씩 나왔다. 비교적 정직한 영국식 발음에 빨리 익숙해지도록 듣기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다양한 발음을 수용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 파트3, 파트4 = 다양한 문제가 나왔지만 대답이 까다롭거나 많은 생각을 요구하는 문제는 없었다. 다만 지문이 지루할 정도로 길어서 이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대체로 예전보다 난이도와 비중이 많이 높아졌다. 따라서 듣는 연습을 늘려야 한다. 반복만이 살 길이다. 예전보다 1.5배 이상 반복해서 들어야 한다.

▲ 파트5, 파트6, 파트7 = 파트5는 기존 출제 형식과 비슷했다. 파트5를 위한 특별한 공부보다는 파트6과 파트7과 같은 독해 문제를 많이 풀어보고 최종적으로는 기본 어법 중심의 어휘 문제를 푸는 연습을 많이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설된 파트6은 어휘를 많이 물어보고 문맥에 맞게 적절한 단어를 넣는 문제였는데,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공략할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독해의 비중이 커졌다. 고품격 영어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독해 능력 향상이 중요하다. 또한 독해와 듣기를 별개의 것으로 보면 안 된다.

파트7은 총 13개의 지문으로 구성되었는데, 단어의 의미가 다양해졌다. 앞으로는 영영사전을 활용한 학습이 필요하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