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마이클 베레로위츠 화이자 선임부사장한국 제약사 양적·질적 성장, 신약 개발 아시아 허브 발돋움 가능성 커

“한국이 아시아의 제약 연구개발(R&D) 허브로 떠오를 것이다.”

세계 1위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죠셉 팩츠코 부회장 등 R&D 분야 최고책임자 17명이 대거 한국에 왔다. 6일 서울 코엑스(COEX) 전시장에서 막 오른 ‘바이오코리아 2006’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한 마이클 베레로위츠(Michael Berelowitz) 화이자 글로벌 연구개발 그룹 선임부사장은 7일 기자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한국의 의료인프라는 선진국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한국 제약사들도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화이자 본사 R&D 최고책임자들이 대거 방한안 목적은 뭔가.

“화이자는 세계 1위 제약사로서 우리가 함께 일하는 국가의 제약산업 발전에 앞장서 왔다. 한국화이자는 한국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 중인데, 2박3일 동안 한국 내 연구개발 시설을 둘러보고 이 분야 관계자들을 두루 만나면서 신약 개발에 대한 파트너십 체결과 투자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 한국의 제약, 바이오 수준을 볼 때 아시아 R&D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보나.

“최근 한국의 제약 R&D시장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성장세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본다. 한국은 의료 인프라 개선에 관심이 많고 글로벌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열의도 대단하다. 임상시험 결과의 신뢰성이나 오차 면에서도 글로벌 평균에 근접하는 등 전반적으로 제약 분야 R&D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R&D 투자 유치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도 한국이 신약 개발의 아시아 허브로 발돋움하는 데 긍정적인 기여를 하리라 기대한다.”

- 다국가 임상시험 확대 등 향후 한국에 대한 투자계획은.

“현재 한국은 본사에서 진행하는 대부분의 주요 제품 임상시험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결과도 좋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항암제에 대한 다국가 임상에서 서울대병원 방영주 교수(종양내과,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장)와 연세대세브란스 라선영 교수(암전이연구센터, 종양학)가 각각 위암 적응증 연구, 신장암 증상의 지속적 복용에 대한 연구를 총책임지고 있을 정도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화이자의 한국에 대한 투자 계획을 구체적인 수치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앞으로 R&D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2002년에 200만 달러 수준이던 화이자의 R&D 투자 규모가 지난해 800만 달러, 올해 1,900만 달러 선으로 점차 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 중 최대 투자 규모일 것이다.”

- 화이자가 한국과의 협력에서 중점을 두는 분야는.

“우리는 한국인의 우수성과 열정에 감탄하고 있다. 한국을 주요 R&D 파트너로 여기는 이유다. 이번 방문 기간 중 한국의 연구 시설을 돌아보고 연구자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그 규모와 우수한 수준에 강한 인상을 받았고 한국에 대한 믿음을 더욱 굳히게 됐다. 한국은 특히 위암 및 간암을 포함, 다양한 분야의 임상 시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한국은 항암 물질 개발을 위한 다국가 임상 시험의 주요 참가국이며, 이 분야에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 한미 FTA 협상으로 어려움에 처할 한국 제약업계가 선택해야 글로벌 전략은 뭔가.

“신약 개발은 막대한 돈과 시간, 인력 투자를 요구한다. 이런 점에서 각국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국제적인 R&D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신약 개발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 역시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 한편 나머지 분야들은 화이자 같은 다른 제약사들과 면밀한 파트너십을 갖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화이자 역시 전 세계의 학계 및 업계의 250개 연구소와 파트너십을 갖고 있다.”

- 화이자의 최근 실적을 평한다면.

“화이자는 현재 고혈압, 고지혈증, 발기부전, 관절염, 우울증, 에이즈 등 주요 질환분야에서 14개의 세계 1위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신약개발에 대한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다. 이들 약들은 매일 3,800만 명이 넘는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또 세계 최초의 흡입형 인슐린인 ‘엑슈베라’를 내놓아 당뇨병 환자들이 주사를 맞는 고통 없이도 병의 치료가 가능하게 했다. 먹는 금연약인 ‘챔픽스’도 미국 내 승인을 받아 시판 기다리는 중이고, 에이즈 치료제 ‘마라비녹’, 정신분열증 및 조울증 치료제 ‘아제나핀’, 폐암 치료제인 ‘PF-3512676’, 피부암 치료제 ‘CP-675’ 등도 개발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

- 화이자의 R&D 인프라 현황은 어떤가.

“2004년의 경우 R&D 투자비가 7조4,00억원에 달했다. 매출 대비 17% 선으로 제약업계 최고 수준이다. R&D 투자가 활발한 자동차, 전자, 정보통신 분야를 훨씬 웃도는 비율이다. 현재 1만2,000여 명의 연구진이 18개 치료 분야에서 400개가 넘는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화이자의 의약품 라이브러리에는 200만여 가지의 신약 후보 물질들이 보관돼 있으며, 현재 130 여 건의 신약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세계 1위 제약사인 화이자의 R&D 목표는 뭔가.

“화이자는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는 인류를 더욱 건강하게, 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믿고 있고 또 이를 위해 헌신해왔다. 화이자의 이 정신이 오늘의 화이자가 있게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