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섬유종 선준이 가족, 안면기형은 의료보험 적용도 안돼 경제적 고통 가중

부모는 자식이 아프면 가슴에 피눈물을 흘린다. 대신 아파 줄 수 없는 안타까움이 오죽하랴.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병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신경섬유종을 앓는 열살 난 아들을 둔 김영중(40) 씨도 그런 아버지이다. 그가 얼마 전 기자에게 신경섬유종에 관한 안내 책자와 함께 편지를 보냈다. 다음은 그의 편지 사연.

“신경섬유종은 인구 3,000명 당 1명 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종양이 신경계를 타고 온 몸에 발생하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환자의 일부는 안면기형, 가관절증, 척추측만증, 뇌종양 등으로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지만 현대의학으로 고치지 못합니다. 질환의 중요성 때문에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이 병에 대하여 연구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병에 대하여 연구는커녕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의사선생님도 드문 실정입니다.

안면기형 환자는 의료보험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피부에 발생한 종양으로 인하여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하고, 취업 거절을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사회에서 우리를 보는 시선이 마치 전염병 환자를 취급하는 것 같아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신경섬유종도 기사화하여 주었으면 합니다.”

아빠와 아이의 마음은 하나이다. 왼쪽 이마에서 눈까지 커다랗게 뒤덮은 커피색 반점으로 인해 사람들이 아이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도, 부자는 마주보며 씩 웃는다.

“아빠, 나 같이 생긴 사람 또 있어요?”
“많지, 우리 선준이처럼 자꾸 앞으로 나서 병을 알려야 하는데, 바보처럼 자꾸 뒤로 숨어서 잘 보이지 않는 거야.”
“아빠, 그럼 나 바보 아니야?”
“아니, 용기 있는 거야.”

선진국에서도 종양제거가 유일한 치료법

선준이 얼굴에 조그만 종양이 돋아난 것은 생후 20개월 무렵. 처음엔 반점이 작아서 그냥 갈색 점이려니 했는데, 차츰차츰 색깔이 진해지고 크기도 커졌다. “점이 있는 부분에 종양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어요. 그게 커지는 거죠.”

‘신경섬유종’ 진단을 받은 뒤 부부는 미국 LA를 다녀왔다. 국내에 용하다는 병원은 이미 다 돌고 난 후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어요. 우리보다 의학이 발전한 곳에는 혹 치료법이 있나 싶어서요.”

현재로서는 선진국에서도 종양의 절제가 유일한 치료법. 하지만 이것도 크기와 위치에 따라 가능성이 달라진다. 아버지 김 씨는 “신경과 종양이 뒤엉켜 있어 쉽지 않은 수술”이라고 설명한다.

다행히 선준이는 지난달 17일 종양 절제 수술을 받았다. 무려 15cm 정도 크기의 종양을 잘라냈다고 했다. 겨우 손바닥만한 아이얼굴에서. 하지만 아이는 그 힘든 수술을 앞두고서도, 수술 후 대기실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마취에서 막 깨어나 견디기 힘들 만큼 아픈 상황에서도 아이는 엄마에게 속삭였다고 한다. “엄마, 나 수술 받아서 참 좋아요. 이 정도는 거뜬히 참을 수 있어요.”

선준이는 언제나 애교가 많은 사랑스러운 아들이다. 쉴새 없이 엄마 아빠를 끌어안고 입 맞추고 장난친다. 얼굴에 난 종양으로 인해 잘 뛰지 못하면서도 “축구선수가 꿈”이라는 개구쟁이다. 지난해 장래 희망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미술시간엔 하얀 도화지에 대통령을 그려내기도 했다.

이렇게 꿈 많고, 해맑은 선준이의 웃음을 언제까지 지켜줄 수 있을까. 고대했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이것이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선준이처럼 안면에 종양이 발생한 경우 시력ㆍ청력 등의 손실이 함께 나타난다. 종양 재발의 가능성도 있다.

병마와 더불어 험한 세상과의 싸움을 헤쳐나가야 할 일이 부모에게는 또 다른 걱정이다. “앞으로 어려운 일 많을 텐데 슬기롭게 이겨낼 힘이 키워야죠.” 엄마 아빠는 어떤 물질적인 도움보다 강한 정신력을 길러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믿는다.

질병의 주요 증상 외에도 신경섬유종 환자들은 외모 콤플렉스와 사회적인 냉대로 인해 마음의 병을 더 깊게 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 박 씨는 “부모가 아무리 잘 키운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데, 아이들의 정신적인 성장을 도와줄 체계적인 프로그램이나 시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깊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아빠는 이러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환자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신경섬유종을 이기는 사람들’의 모임 활동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갈 길은 아직 험난하기만 하다.

모임(www.nfkorea)의 회원은 현재 100여 명. 이중 등록만 해놓은 사람들을 제외하고 약 절반 정도가 실질적으로 활동한다. 이들도 대외적으로 나서야 하는 일에는 대부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병을 알리기 위해선 “전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따가운 사회의 시선 앞에선 도무지 엄두를 내는 것이 쉽지 않다.

비뚤어진 주위 시선으로 가족들 고통

솔직히 선준이네도 언론에 나서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방송 매체를 탄 이후 사람들로부터 오히려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왜곡된 얘기들을 수없이 들었기 때문이다. ‘애 팔아서 돈을 갈고리로 걷어간다더라.’ 소문은 일파만파 퍼졌다. 후원 기금이 전해지는 방송이 아니었음에도, 근거 없는 루머는 집요했다.

“하루는 큰 애 다니는 미술학원에 학부모가 찾아와 막무가내로 따지더래요. 모금하는 집 애가 무슨 돈으로 미술학원에 다니냐고.” 세상 인심은 가혹했다. 이제 겨우 열한 살짜리 선준이 누나의 가슴에 멍을 들였다.

엄마 아빠는 그래서 큰 딸 민지(11)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아픈 동생 때문에 늘 부모의 관심 뒷전에 있는 아이인데, 어린 나이에 이런 모멸감까지 안겨주게 돼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아빠는 다짐한다. ‘희귀섬유종’의 치료법을 찾아낼 때까지 사회의 관심을 끌어내는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되뇌인다. 김 씨는 “모임의 사무실을 만들고, 전담 사회복지사가 활동하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당면 목표”라고 말했다.

이러한 아빠의 궁극적인 소원은 단 하나. 그가 살아있는 동안, 선준이 같은 희귀병 환자들이 ‘몸’만 가지고 병원에 가면 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 발병 원인 및 증상

말초신경에서 발생하는 양성종양의 일종. '카페오레 스팟'이라는 밀크 커피색 반점이 대개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상염색체 우성 유전으로 발병한다. 그러나 환자의 30~50%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한 생긴다.

심한 경우에는 출생 시부터 신경섬유종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아주 경미한 경우에는 어른이 돼서 커피 반점 몇 개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나 친척들 중에 신경섬유종 증상이 나타나는지 잘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종양이나 이상이 발생할 수 있어 세밀한 진찰 및 검사가 필요하다. 피부와 신경계에 중요한 변화가 나타나고, 뼈와 연부 조직 등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전신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제1형(NF1), 제2형(NF2), 그리고 슈반종이다.

제1형은 주로 말초신경에서 종양이 많이 발생하며 중추 신경계(뇌, 척수)의 병변은 없거나 약하게 나타난다. 전체 환자의 85%가 이 유형이다. 인구 3,000명당 1명 꼴로 발생.

제 2형은 중추신경형으로 뇌신경이나 척수신경에 다수의 종양이 생기고 특히 양쪽 청신경에 많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첫 증상은 청소년기 청력 저하로 나타난다. 4만 명당 1명 꼴.

슈반종은 제2형과 비슷한 양상을 띄나 제2형의 주요 증상인 내이강 신경섬유종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 진단 및 치료

제1형 신경섬유종의 피부 증상은 출생 시나 영아기부터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10세 경에는 거의 대부분 나타난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 일반적으로 생활하고 자녀를 갖게 되나 일부에서는 심한 기능 장애를 동반한다. 특히 얼굴이나 팔 다리의 노출 부위에 신경섬유종이 나타나는 경우 심각한 외관상 문제를 초래한다.

제2형의 경우 청력 감소가 나타나며, 조기 증상으로 이명과 평형 장애 등이 발생한다. 두통, 안면통, 안면 감각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외에도 척추측만증, 이분척추(척추의 끝부분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것), 뼈의 선천성 결함, 신경계의 이상, 거두증, 성 조숙증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현재로선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고 증상 자체에 대한 치료가 주로 이뤄진다. 척추측만증은 보조기와 수술로 치료하고, 통증을 유발하거나 보기 싫은 종양들은 수술로 제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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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