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부, 韓紙분야에서 다른 회사 제품 전시한 부적격 업체에 시상말썽나자 뒤늦게 취소 소동… 제1회 한브랜드 박람회에 상처 남겨

지난 9월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인 한글, 한식, 한복, 한옥, 한지, 한국음악 등이 아주 새롭게 국민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올해 처음 열린 ‘2006 한(韓)브랜드 박람회’에서 그동안 ‘전통’이라는 틀에 갖혀 일반 생활과 유리된 전통문화가 옷을 확 갈아입고 생활화, 산업화, 세계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선보인 것.

경기도 일산 킨텍스홀에서 열린 박람회는 4일간(9월 28~10월 1일) 무려 4만여 명의 국내외 관람객들이 찾아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산업화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람회를 주최한 문화관광부는 지난 11월 14일, 행사 기간 동안 한식, 한복, 한지 3개 분야에서 전문가(70%)와 일반 관람객(30%)으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우수 업체를 선정해 시상하였다.

한식 분야의 ㈜놀부, 한복 분야는 ㈜들실나이, 한지 분야에서는 ㈜우리한지가 각각 최우수상을 받아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들 업체는 200만원의 상금 외에 문광부가 주관하는 전통문화 관련 행사에 우선적으로 추천받을 수 있는 특전도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런데 한지분야의 수상자에 문제가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첫 한브랜드 박람회의 성과와 투명성에 흠을 남기게 됐다. 박람회에 참여한 피엔스코리아의 이삼용(54) 대표는 감사원에 제출한 민원에서 “㈜우리한지 유진명(44) 대표는 한지 전문가가 아니고, 박람회에 전시된 한지 청바지ㆍ넥타이ㆍ스카프 등은 내(이삼용) 제품인데 마치 자기 것처럼 홍보하고 업체 등록도 약속을 어기고 ㈜우리한지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에 따르면 유 씨가 3월부터 이 씨 사무실로 찾아와 한브랜드 박람회에 이 씨의 제품을 전시하고 자기는 호남지역에 이 씨 제품을 판매하겠다며 박람회 참여를 종용했다는 것. 유 씨는 부스(전시관)를 얻고 콘텐츠는 이 씨의 제품으로 채우려 했다는 것이다.

이산용 PS코리아 사장.
이삼용 PS코리아 사장.
이 씨는 9월 초에 열리는 국내 섬유업계 최대 행사인 ‘2006 대한민국 섬유교역전(PIS 2006, 9월 6~8일)’을 준비하느라 한브랜드 박람회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고 9월 섬유교역전에서 한지로 만든 니트, 넥타이, 스카프, 가방 등이 국내외 바이어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상당한 판매계약을 체결해 굳이 박람회에 참가하지 않아도 됐다고 한다.

그러나 유 씨의 거듭된 요청과 호남지역에 제품 판매망을 구축해주겠다는 유 씨의 약속을 받고 이 씨는 피엔에스코리아로 등록 전시한다는 조건으로 박람회에 참가하였다고 한다.

유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콘텐츠가 없어 처음엔 박람회 참가를 생각조차 않다가 박람회 주관사인 KBS미디어가 기획을 의뢰한 모 업체의 지인 L씨가 권유해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 씨는 한지분야 최우수상을 받은 것에 대해 “콘텐츠에 대한 평가는 이삼용 씨 제품을 대상으로 했지만 참가업체 등록을 우리한지로 해 수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품사인 이 씨 업체로 등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지와 관련한 전문성에 대해 묻자 유 씨는 “공부를 해 많이 알고 있다”면서 “한지 전문가는 한지에 대한 식견 외에 한지 관련 행사를 잘 해도 그런(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지 분야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 씨는 한지에 관한한 문외한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한지를 실제 안다는 것과 한지 관련 지식을 몇 가지 암기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

강갑석 전주한지사업조합장은 “유 씨는 한지와 무관한 사람이다. 90년대 말 조합장 일을 잠시 거든 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전주의 한국니트산업연구원 김우영 기업지원센터장은 “㈜우리한지는 한지를 생산하지 않고 있으며 판매하는 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감사원 최성철 감사관은 “이삼용 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면서 “문광부 감사실에 사건을 이첩했다”고 말했다.

한브랜드 박람회 실무를 담당했던 문광부 김현준 사무관은 “한지 분야 심사는 심사위원들이 박람회 기간 중 제품에 대한 평가를 했을 뿐 등록업체는 알 수 없다”면서 “문광부도 등록업체에 대해 시상하다보니 유 씨가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씨는 11월 22일 김 사무관과 함께 감사원에서 최 감사관의 조사를 받은 뒤 스스로 수상을 철회했다. 감사원과 문광부를 불편하게 한 것이 유 씨의 철회 이유라는 게 김 사무관의 설명이다.

한편 이삼용 씨는 등록업체가 아니어서 문광부 규정에 따라 최우수상을 수상할 수 없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