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륜차 시장 강자, 신세대 문화 아이콘으로 부상통학·레저·출퇴근용으로 활용 빈도 늘어

델피노 125 / 대림
‘붕, 붕, 붕, 부릉…’.

핑크나 검정색, 혹은 빨강, 노랑 등의 알록달록 화려한 색상에 예쁘장한 몸매(?)까지. 패션쇼장의 모델 얘기 같지만 실은 거리를 달리는 스쿠터들의 모습이다. 지금 2007년의 거리에는 스쿠터들이 넘쳐나고 있다.

도로 위에 스쿠터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오토바이로 불리던 일반 모터사이클의 자리를 스쿠터가 대신하고 있는 것. 때로는 오토바이보다 스쿠터가 더 많아 보이기까지 한다. 적어도 스쿠터가 부쩍 눈에 띄는 것만은 사실이다.

스쿠터란 흔히 ‘오토바이’라고 부르는 일반 모터사이클보다 크기가 작고 엔진이나 바퀴도 더 작은 소형 2륜 차량을 가리킨다. 즉 두 바퀴로 굴러가는 모터사이클의 일종이다. 일반 모터사이클과 달리 여성이 타기에도 편하다.

스쿠터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들은 대학생 등 젊은 층이다. 실제 자신의 스쿠터를 타고 골목골목을 누비는 이들 대부분이 젊은이들이라는 사실은 거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학가는 이미 스쿠터가 점령한 지 오래다. 대학생들이 집, 혹은 하숙집이나 원룸에서 학교를 오가는 통학용으로, 혹은 대학가 인근을 돌아다니는 데 스쿠터를 널리 쓰고 있는 것.

캠퍼스 내에도 스쿠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학가에는 스쿠터는 젊은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스쿠터는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 대상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스쿠터를 타는 100인의 여대생 홍보대사’ 모임인 ‘투워 라이더’가 대표적 사례.

동영상 포털인 프리챌이 게임포털 프리챌 게임(www.freechalgame.com)에서 서비스하는 자사의 온라인 FPS게임 투워(2WAR)의 홍보대사로 뽑힌 이들 여대생 100명은 '투워'의 이미지가 부착된 스쿠터를 무상으로 사용하며, 홍보대사로서 브랜드 세미나, 투워 UCC 만들기 등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된다.

프리챌의 김재인 홍보팀장은 “처음에는 버스 겉면을 랩핑하는 홍보 방식도 생각했지만 게임의 주 소비층인 여대생들에게 가장 실용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안으로 떠오른 것이 스쿠터”라고 말한다.

대학생들이 평상시 몰고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필요할 뿐더러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각적 마케팅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프리챌은 스쿠터 100대를 일제 스쿠터 제조사인 야마하로부터 임대받아 학생들에게 빌려 주는 형식인데 학생 중 5명은 홍보 실적에 따라 타던 스쿠터를 선물로도 받게 된다.

이처럼 여대생들까지 스쿠터의 마니아로 등장하게 된 것은 스쿠터가 누구나 타기 쉽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스쿠터가 일반 모터사이클보다 유리한 점은 구조학적 측면에서도 금방 드러난다.

프리챌의 투워 라이더

■ 자동변속 등 편리성 높아

우선 차체와 바퀴가 작은 것은 무게 중심을 낮춰져 안전도를 높여 준다. 바퀴는 바깥지름 13인치 내외가 주종인데 이는 일반 모터사이클의 16인치보다 훨씬 작다.

또 미니 스커트 등 짧은 치마나 양복, 정장을 입은 채로도 올라 타는데 무리가 없다는 점도 오토바이와 비교할 수 없는 강점이다. 이는 철봉 같은 ‘바형(形)’ 받침대만 있는 모터사이클과 달리 폭이 넓은 발 받침대 역할을 하는 프로판넬이 바닥에 설치돼 있기 때문.

특히 스쿠터의 엔진이 차체의 뼈대, 즉 차대(프레임) 밑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큰 차이다. 일반 모터사이클은 엔진이 대부분 시트와 프레임 사이에 있다.

엔진이 밑에 놓여 있기 때문에 두 발이 놓여지고 움직이는 공간이 빈 공간으로 남겨져 탑승자가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다. 여기에 좌석 밑에 공간이 적재물함으로 사용돼 짐을 넣을 수 있다는 것도 편리하다.

운전 방법도 스쿠터가 일반 모터사이클 보다 단순하다. 오토바이라 부르는 2륜차는 우선 1단부터 4단까지 기어 변속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핸들 왼쪽에는 클러치가, 오른쪽에는 액셀러레이터, 또 왼발 옆에는 기어, 오른 발 밑에는 브레이크가 있다.

출발 때부터 기어를 바꿔주기 위해 왼손으로 클러치를 당긴 후 다시 왼발로 기어를 변속해 주고 그리고 이를 반복해야만 한다. 작동 방법이 결코 간단하지 않아 일반인들이 쉽게 모터사이클을 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쿠터는 기어 변속에 신경을 전혀 쓰지 않아도 된다. 기어가 자동 변속이다.

클러치도 없고 핸들 좌우 손잡이에는 2개의 브레이크가 나란히 달려 있다. 정지할 때도 오른 발을 써야 되는지, 왼 손을 당겨야 되는지 헷갈릴 일도 거의 없다. 대신 발 받침대에 설치된 브레이크는 없다.

크기도 바퀴도 작으니 더 안전하다는 스쿠터는 평균 주행 속도는 크게 빠르지 않다. 자동차는 물론 일반 모터사이클보다도 비교적 느리다. 골목길이나 도로에서 시속 30~40km의 저속으로 달리고 간선도로에서 60~70km 이상 속도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스쿠터의 가속력은 일반 모터사이클과 별로 다르지 않다.

대림자동차 이권용 마케팅과장은 “스쿠터도 모터사이클과 같은 엔진을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달리려면 액셀레이터를 당기는 속도 그대로 난다”며 “보통 스쿠터가 느려 보이는 것은 엔진 용량이 작은 것들이 시중에 많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스쿠터 확산 초기부터 보통 50cc짜리 스쿠터가 많이 깔려 있는데 최근에는 125cc 등 100cc이상, 심지어 250cc 짜리 스쿠터도 나오고 있다.

■ 2륜차 시장 30% 차지

지난해 국내 스쿠터 시장 규모는 어림잡아 5만 5,000여 대. 전체 2륜차 시장 15만 대 중 벌써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배달이나 택배 등 업무용으로 일반 모터사이클을 이용하는 경우보다 출퇴근이나 레저, 통학용으로 스쿠터를 활용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 스쿠터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이다.

이때부터 매년 스쿠터 판매가 10% 이상씩 늘어나면서 고속성장을 했다. 지구 온난화 등의 이유로 국내 스쿠터 시장은 지금보다 몇 배 더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IMF 이전 국내 2륜차 시장이 연산 30만 대 이상이었는데 아직도 그 수치의 절반에 불과하다.

MS3 / S&T

특히 스쿠터는 승용차보다 더 나은 경제성 때문에 각광을 받고 있다. 대림과 S&T모터스 등 국내 양대 메이커에서 내놓은 모델의 최저가는 120만원(소비자가 기준) 선. 승용차를 사고 유지할 때 드는 비용보다 훨씬 적다.

하지만 국내 스쿠터 시장 확산에 가장 기여한 것은 중국산 스쿠터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값싸고 발빠른 모델의 스쿠터가 대량으로 유입되며 소비층을 확보한 것.

대부분 100만원 이하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대만산이 가세하고 있고 또 디자인과 품질을 내세운 일본산도 호시탐탐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는 형국. 하지만 부품확보와 A/S 등에서는 국산이 절대 유리하다.

확산일로의 국내 시장을 잡기 위해 국산 메이커들도 앞다퉈 신제품을 발표하고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대림은 지난해 ‘배스비’에 이어 올해 125cc급인 ‘비본’과 ‘네오포르테’ 등 2가지 럭셔리 모델을 내놓고 하이 엔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 S&T모터스도 MS3 125cc와 250cc짜리 두 가지 신모델을 내놓았다. 이들 제품은 국내 최초로 DOHC엔진과 수냉식, 그리고 전자제어식 퓨얼인젝션 기술 3가지가 함께 적용된 고사양의 스쿠터.

S&T모터스의 김태관 과장은 “기존 스쿠터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편한 승차감과 부드러운 주행성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과 기술 모두 업그레이드한 것이 최신의 컨셉트”라고 설명한다.

스쿠터를 타는 이들이 늘어나고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쿠터 레이싱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대림 주최로 지난 5월 20일 잠실 스피드 트랙에서 개막한 2007 코리아 스쿠터 레이스 챔피언십(KOREA SCOOTER RACE CHAMPIONSHIPㆍKSRC)는 국내 최대 규모의 스쿠터 경기로 6월 17일, 9월 2일, 10월 7일, 11월4일 등 총 5회의 경기가 잇따라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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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3(250) / S&T
대림 스쿠터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