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상현상 잦아 예측 틀려"기상 흐름이 규칙성 벗어나면 국내서 제일 빠른 슈퍼컴도 적중률 낮아져

‘기상청 항복 선언?! 앞으로 예보 더 빗나간다?’

장마에 집중호우, 폭염 등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이어지는 최근 기상 상황을 놓고 기상청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예보의 적중율이 부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온다고 해 휴일 외출을 미뤘는데 맑은 날씨가 왠 일입니까?” “장마가 끝났다는데 비가 계속 오는 것은 예보가 틀린 것 아닌가요?” “그 비싼 슈퍼 컴퓨터까지 사 놓고선 뭐하는 거예요?” 올 여름 기상청을 향한 일반인들의 볼멘 목소리는 유난히도 자주 터져 나왔다.

시민들의 질타와 원성으로 기상청 직원들도 사실상 좌불안석이다. 유난히도 예상 외의 날씨가 많았던 이번 여름에는 날씨와 관련된 언론 보도도 넘쳐 나 기상청 공보실 또한 취재 기자들로 북적대기 일쑤였다.

최근 기상청의 예보 적중율은 최저 30% 내외. 전국 주요 도시와 지역 별로 예상을 하는데 10 곳중 맞히는 곳이 3곳도 안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그 만큼 전문가들과 슈퍼컴퓨터까지 동원해도 정확히 맞히기가 어려울 만큼 기상 상황이 불규칙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대기의 변화라는 것이 원래 카오스(혼돈)적인 현상”이라고 우선 설명한다. 마치 팝콘 기계 속의 팝콘이 어디로 튈지 모르듯 날씨 또한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것.

실제 날씨는 혼돈스럽게 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어느 정도 규칙성을 보인다. 기상청도 이를 토대로 예보를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유독 이상 현상이 많고 잦다는 것이 예보 관계자들의 변명 아닌 변명(?)이다. 그런 규칙성을 벗어나면 예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원래 일기 예보의 적중율은 여름 시즌에 더 떨어진다. 대기의 활동이 활발한 시기여서 일정한 패턴을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돌변하기 때문이다.

“여름이여, 제발 빨리 가다오”하고 가을을 학수고대하던 기상청 직원들은 다행이 8월 마지막 주부터 날이 선선해져 한숨을 돌렸지만, 올 가을에 또 어떤 괴변이 일어날지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국가 기상용 슈퍼컴퓨터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슈퍼컴퓨터는 주로 과학기술연산에 사용되는 초고속 컴퓨터. 기상 예측과 모의 핵실험 등 여러 분야에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

기상청에 슈퍼컴퓨터가 도입된 것은 1999년 기상재해로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후 2004년 말에 도입한 기상용 슈퍼컴퓨터 2호기가 지금 가동중이다. 연산처리 능력은 계산속도가 18.5 테라플롭스로, 이는 초당 18조5,000억번의 부동소수점연산이 가능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기상청 슈퍼컴퓨터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빠른 계산 속도를 자랑한다. 그래도 세계 53위의 수준에 불과하다. 기상용 슈퍼컴퓨터는 기상 예보자료 생산을 위한 기본 장비로서, 수치예보, 황사예측 등 다양한 기상 예측에 활용되는데 이 역시 한계는 있다.

즉 슈퍼컴퓨터 역시 사람들이 설정해 놓은 규칙적인 방정식을 연산하는 기계인데 이 규칙에서 벗어나게 되면 어쩔 수 없다는 것.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과학적으로 계산하는 도구일 뿐 모든 자연 현상을 커버할 만큼 정확히 예언하는 기계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예전에 볼 수 없는 기상 현상이 반복된다면 어쩔 수 없이 적중율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기상 예보는 더 맞히기 힘들고 결국 일기예보를 더 믿기(?) 힘든 상황이 도래한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다.

● 한반도 아열대 기후로 바뀔까
지구촌 평균 온도 상승률보다 2배 올라 논란

한반도 날씨 아열대 기후로 가는 것 맞나?

왠지 따뜻해지는 것만 같은 한반도 날씨를 두고 많은 이들이 얘기하는 주제다. 이에 대해서도 적잖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아열대화 되고 있다는 징후(?)는 여러가지로 나타난다. 열대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나나까지 열리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거나 국지성 호우가 열대지방의 스콜(squall)과 비슷하다는 것 등이다.

실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한반도 온도도 급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금 전 지구적으로 평균 온도가 예전 보다 0.74도 올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한반도 온도는 1.5도 오른 것으로 실측되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 진행 속도가 빠른 만큼 한반도 온도 상승률이 지구 평균의 2배에 달한 셈이다.

온도가 올라가서인지 최근 한반도 늦서리가 내리는 시기도 예년 보다 뚜렷이 빨라졌다. 그만큼 봄철 햇볕이 일찍 찾아 온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트레와다란 기상학자가 설정한 기준에 의하면 섭씨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인 경우 아열대로 구분한다. 이 기준에 의하면 "한반도, 적어도 남해안과 남부 지방에서는 이미 아열대화하고 있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고 권원태 기상연구소 기후연구실장은 말한다. 미래에는 당연히 아열대 지역이 확장할 것이라는 것 또한 불문가지.

한반도는 아직 아열대 기후까지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한 겨울에 얼음이 얼리는 곳이 아열대 지방이지는 않다는 이유에서다.

권원태 기후연구실장은 "산업혁명으로 온실 가스 배출이 늘어난 지가 꽤 오래인데 이제서야 지구 온난화가 이슈가 된 것은 '온돌 효과' 때문"이라며 "마치 온돌처럼 달궈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식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인 만큼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사회적 노력이 앞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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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