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서 생산자로… 창조하는 소비자들

대학생 황유리(24.여)씨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다. 평소 시중에 판매되는 사각형책상을 사용하면서 자신만의 특별한 책상이 갖고 싶었다. 머리 속으로 막연하게 그림을 그려오던 '원형 책상'. 때마침 그는 친구를 통해 '나만의 가구 만들기'라는 G마켓 이벤트를 알게 됐고, 구상했던 아이디어를 공모해 1등으로 뽑혔다.

황씨는 "책상에서 작업하는 동안에는 집중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기능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기존의 네모난 모양의 책상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둥근 형태의 책상을 구상하게 됐어요" 라며 이벤트 참여 계기를 설명했다.

이런 그의 생각이 '360도 원형 책상'을 만들어 냈다. 제품은 20만원에 육박하는 경매가를 기록하며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곧바로 G마켓은 30개를 추가 제작해 판매했다.

미스터피자는 여자들의 입맛에 맞는 피자를 만들기 위해 일반인 참여 피자 콘테스트인 '그녀들의 피자 콘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2006년 콘테스트에서 샐러드 토핑을 모티브로 대상을 받은 '시크릿가든'은 제품으로 출시돼 현재까지도 여성 고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기업이 내놓는 제품을 단순하게 구입만 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직접 생산자의 입장이 돼 '아이디어'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기업의 상품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프로슈머(Producer+Consumer)'들이 직접 나서서 작품에 대한 구상과 도안, 제작까지 해내는 'DIY형 프로슈머'인 '크리슈머(Creation+Consumer)'로 변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효과적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면서 크리슈머의 활동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소비는 물론 제품개발과 유통과정 등 전통적으로 기업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생산분야에까지 참여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찍이 영국의 소비자 트렌드 전문가들은 'Customer-Made'라는 개념으로 기업과 협업하며 소비자가 자신들이 가진 경험, 독창성, 지적자본 등을 응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현상을 설명했다. 이 개념이 곧 스스로 제품을 창조하는 소비자 '크리슈머'인 셈이다.

이들의 활동이 비단 국내에서만 활발한 것은 아니다.

프랑스 벤처기업 '크라우드스피릿(crowdspirit.com)'은 CD플레이어나 게임기, 조이스틱, 웹카메라 등을 대중이 직접 디자인하고 있다. 제품 설계는 물론 어떤 기능을 추가할지, 어떤 기술을 사용할지 등이 모두 소비자가 직접 결정하고 제작해 출시하고 있다.

중국의 '펩시(Pepsi)'지사 역시 'Pepsi Creative Challenge 대회'를 개최해 소비자들이 직접 TV광고를 제작하고 실제로 방영하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의견을 반영하고 직접 나서서 제품 제작을 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참여 행사를 진행한 국내 한 관계자는 "실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 개선점 등에서 출발한 고객의 아이디어 상품은 상품 만족도가 높고 소장가치가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이벤트를 확대해 소비자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실제 시장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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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