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도 익히고 재미도 만끽… 뮤지컬 전문학원 강남서 인기몰이미 명문대 교수·브로드웨이 공연팀이 직접 교육… 미현지 견학도

30여 평 조그만 무대 위에서 아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는다. 잔뜩 기대에 부푼 아이들이 악보를 손에 들고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메모리, 올 어론 인 더 문라이트, 아이 캔 드림 오브 더 올드 데이즈(Memory, All alone in the moonlight, I can dream of the old days).”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놀랍게도 뮤지컬 <캣츠>의 아리아 ‘메모리’. 미국 초등학교 음악 시간이 아니다. 강남의 어느 뮤지컬 학원의 전경이다. 이 학원은 ‘영어로 뮤지컬을 가르치는’ 독특한 컨셉트로 문을 연지 한 달 만에 350여명의 학생이 등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뮤지컬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수 있어 유치원,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대단하다.

■ 미국 명문 아카데미서 따온 커리큘럼

한국의 뮤지컬시장은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 캐나다 토론토와 함께 세계 4대 뮤지컬 시장으로 손꼽힐 만큼 성장했다. 매년 새로 무대 올려지는 창작 뮤지컬은 150 여편으로 세계 최다 수준. 이런 한국의 뮤지컬 붐을 타고 해외 뮤지컬 팀이 속속 한국에 시장에 투자를 시작했다.

서울의 대치, 분당 송파에 직영점을 두고 있는 ‘워릭(Worwick)’과 역삼동에 본사를 둔 코넬스쿨(Cornell school), 브로드웨이 진출 배우 황수경 씨가 대표로 있는 한국영어 교육예술협회 등에서 영어로 뮤지컬을 가르치고 있다

이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역삼동에 위치한 아이씨에이 에듀(ICA:Institute of Creative Arts). 이곳은 예일대와 뉴욕대, 스텔라 애들러 컨서바토리의 교수진과 브로드웨이 공연 팀을 초빙해 설립한 뮤지컬 전문학원으로 미국 연기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을 국내 정서에 맞게 변형했다.

커리큘럼을 담당한 밀튼 저스티스 전 뉴욕대 교수는 스텔라 애들러의 제자로 그의 연기 커리큘럼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전세계 단 5명 뮤지컬 전문가다.

미국 현대 연기의 스승이라 일컬어지는 고(故) 스텔라 애들러의 이름을 딴 ‘스텔라 애들러 컨서바토리’는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 배우들을 길러낸 최고의 명문 아카데미.

스텔라 애들러에게 연기를 사사 받은 할리우드 배우 말론 브란도는 “나에게 있어 스텔라 애들러는 연기 스승 이상이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영화 제작자들이 스텔라 여사의 연기 교수법에 의해 발전된 미국 영화의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우리는 그녀에게 많은 것을 빚졌다”고 찬사할 정도로 스텔라 애들러의 연기론은 현대 연기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스텔라 애들러의 연기론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커리큘럼으로 학생들은 3개월에 걸쳐 뮤지컬 기본기를 익힌다. 우선 기초적인 예술 개념, 기초 연기과정과 발성을 연습한다.

이후 캐릭터에 맞는 발성과 호흡, 요가와 마임 등으로 신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인식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연기의 기초를 닦으면서 자연스럽게 활발한 성격을 지니게 된다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한 8명의 외국인 강사들이 무용과 노래, 발성과 연기 등 전 수업을 담당하며 한국인 강사가 추가로 투입돼 학생들의 수업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배우는 생활영어는 ‘덤’이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경우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 듣기와 말하기를 배울 수 있다.

3개월이 지나면 학원에 마련된 30여 평 소극장에서 뮤지컬을 공연한다. 학생들은 매 분기 마다 작품을 발표하며 1년 지나면 실제 극장을 빌려 정식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기획실 김승민 팀장은 “아이들이 굉장히 적극적이다. 처음 외국인 선생님에게 낯을 가리는 아이들도 선생님이 질문을 하고 노래와 춤을 가르쳐 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업을 즐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 여름방학엔 브로드웨이 견학

놀이를 통한 영어 학습에 초점을 둔 일반 영어 뮤지컬 학원과 달리 아이씨에이 에듀는 연극과 뮤지컬 연기 지도에 초점을 맞추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입시반과 브로드웨이 진출을 목적으로 한 수업 등에서는 발성, 호흡, 노래, 춤 등 뮤지컬 연기에 대한 집중트레이닝이 이뤄진다. 물론 미국과 영국 등 유명 연기 학교의 유학 관련 업무도 도와준다.

아이씨에이 에듀 관계자는 “집중반의 경우 한 클래스 당 8명 미만으로 운영되며 연극영화과를 목표로 한 입시생, 데뷔를 앞둔 연예인, 현직 배우 등이 수업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수업의 하이라이트는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로 떠나는 뮤지컬 견학. 신청자에 한 해 학생들은 7월 여름방학을 맞아 뉴욕 브로드웨이와 LA 할리우드를 3주간 견학을 할 수 있다.

아이씨에이 에듀 관계자는 “직접 무대에 오른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와 뮤지컬 제작 시스템을 익히면서 연기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다. 브로드웨이 견학은 학부모들의 기대가 가장 큰 부분 커리큘럼 중 하나”라고 밝혔다.

■ ICA 설립자 저스티스는 누구…
아카데미·골든 글로브·에미상 휩쓴 거장

아이씨에이 에듀를 설립한 밀튼 저스티스는 예일대와 뉴욕대 교수를 역임한 뮤지컬 전문가다. 미국 현대 연기의 스승이라 일컬어지는 고 스텔라 에들러의 제자인 그는 ‘트리플 크라운’이라 불리는 아카데미상과 골든 글로브상, 에미상을 휩쓴 브로드웨이의 거장.

명문 캠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중반의 나이에 코미디언 밥 호프에게 발탁돼 ‘밥 호프 쇼(Bob Hope Show)’의 프로듀서로 입문한 그는 1977년 연출한 ‘Vieux Carre’의 성공으로 이후 브로드웨이에서 그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토니상과 브로드웨이 작품을 평가하는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 두 번이나 노미네이트 된 그는 이후 할리우드로 무대를 옮겨 영화감독과 프로듀서로서도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다

영화 ‘Nobody’s Child’로 골든 글로브 최우수 프로듀서상을 수상했고 벤 애플릭, 셀마 하이액, 마크 루팔로, 패트릭 스웨이지, 캐빈 베이건, 션 오스틴 과 같은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을 길러내기도 했다

2000년 이후 한국 뮤지컬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게 됨을 감지 한 그는 3년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 3월 국내뮤지컬 교육시장에 진출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