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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케이블TV' 갈 데까지 갔다
여성 가슴 노출은 애교 수준… 포르노급 장면까지 버젓이 방영
음란 시비 넘어 낯 뜨거운 성희롱·성폭력 등 범죄행위 조장도





‘2,3분에 한 컷’, ‘러브호텔을 방불케하는 무차별 테러’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조직 재편을 둘러싼 공백기를 틈 타 케이블 TV 프로그램의 선정성이 극단적인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최근 방영되기 시작한 케이블 채널 CGV의 ‘파이브 걸즈 란제리’는 특히 대표적.

안방용은 물론 일반 영화관에서도 보기 어려운 과도한 포르노급 장면이 몇 분 간격으로 연쇄 등장, 종전의 선정성 시비 수준에 더욱 대담한 정면도전을 벌이고 있다. 여성의 가슴 등 반라 노출은 숫제 애교 수준.

스토리가 아닌 도발적 영상 및 정사 장면을 중심으로 빽빽히 덧이은 듯한 전개 방식, 여성의 은밀한 신체 부분을 최대한 자극적으로 비칠 수 있도록 의도한 카메라 앵글 등으로 ‘갈 데까지 갔다’는 시민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표현의 자유’, ‘연령별 등급제’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음란성 시비를 넘어 성희롱, 성폭력 등의 범죄행위 정당화 문제, 여성의 상품화 및 인권 침해, 실효성 없는 규정과 제재 등 여러 면에서 뜨거운 불씨로 번지고 있다.

■ 네이키드 스시, 벌거벗은 케이블 방송

이보다 앞서 최근 논란이 된 대상은 지난달 여성민우회에서 ‘이달의 나쁜 프로그램’상으로 발표한 ETN의 ‘백만장자의 쇼핑백-네이키드 스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규정하고 있는 인권 차별 문제 및 특히 성희롱 및 성폭력 등의 범죄행위를 정당화한 것이 지목 사유다. 3월 25일 밤 11시경 방송된 문제의 내용에서는 여성이 알몸으로 누운 채 그 위에 초밥을 올린 모습으로 등장, 여성 진행자까지 동원해 ‘가담’하게 함으로써 여성계 및 시민단체의 거센 지적을 받았다.

특히 여성 진행자를 시켜 직접 같은 여성이면서 알몸으로 누운 여성모델의 몸 위 초밥을 집어먹게 한 설정과 도중에 불을 끄고 초밥을 먹게 하면서 모델의 몸 여기저기를 젓가락으로 찌르는 상황을 연출한 것 등 다수의 선정적 설정과 성희롱으로 간주되는 원색적인 발언, 등장 모델에 대한 인격 비하 발언도 문제시됐다.

게다가 이처럼 성인에게도 왜곡된 성의식과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장할 우려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15세 이상가’로 등급을 부여한 점도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여성민우회 미디어팀 윤정주씨는 “최근 방통위의 공백이 생긴 후로는 예전과 달리 제작진측에서 철저히 무반응으로 일관하며 방송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더 양산되지 않도록 현재 온라인을 통해 프로그램 추방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3월에도 서울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약 8개 시민단체가 연합해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며 음란물 무방비 노출에 대한 각성과 시정을 촉구한 한편, 12월에도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주관해 <케이블 TV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방송미디어의 여성연예인 성상품화 실태와 개선방안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케이블 TV 프로그램의 선정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 네이키드 스시는 빙산의 일각. 도처에서 활개치는 배짱방송

그러나 이같은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케이블 채널의 선정적인 도발 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의 여성 상품화, 선정성 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 그러나 여론의 공세로 한동안 잠잠한 듯 했던 논란이 다시금 재점화된 것은 지난해 11월 채널 CGV의 ‘색시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색시몽은 럭셔리 섹시 코미디를 표방한 탐정물 형식의 성인드라마로 방영 당시 마찬가지로 ‘성희롱, 성폭력의 미화 및 정당화, 합법화 시도’라는 점에서 여성계와 시민단체, 학부모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내용중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는 상황에서 처음에는 완강히 저항하는 듯 하던 피해여성이 나중에는 야릇한 신음을 내는 등 성폭행범에게 마치 동조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 여성 또한 이를 즐기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 문제시 됐다.

이외에도 지나치게 상세하고 긴 성폭행 장면 묘사, 성폭력 문제를 사회적 범죄가 아닌 ‘인간적 고민’ 차원으로 취급했다는 점, 심지어 결국 경찰에 체포돼 성폭행범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경찰이 이유를 추궁하자 ‘너무나 사랑해서..’라고 답변, 경찰이 용의자를 용서하고 풀어주는 등 성폭력의 미화와 합법화, 법적 용인에까지 이르는 광범위한 反사회, 反인권적 내용이 문제로 지목됐다.

모방범죄 가능성 때문에 실제 범죄사건의 용의자 검거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폐지된 모 공중파 방송사의 인기 공개수사 프로그램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더욱더 대비되는 시대역행적 발상이다.

심지어 색시몽은 방송위의 제재가 가해진 뒤에도 최근까지 계속 기존 내용을 재방송해 온 데 이어 지난 23일부터는 그 속편인 ‘색시몽 리턴즈’로 재무장, 다시 포문을 열었다.

그야말로 ‘선정성 고수의 귀환’이 벌어진 형국이다. 그밖에도 OCN의 ‘메디컬 기방 영화관’, 슈퍼액션의 ‘S클리닉’, 스토리온의 ‘스토리쇼!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 CGV의 ’라디오야설극장 색녀유혼‘, tvN의 ‘러브룰렛 연상연하’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만큼 무수한 다양한 방식의 선정적 프로그램들이 최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여성민우회 미디어팀 윤정주씨는 “우리 역시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존중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단순히 여성의 알몸 노출 차원이 아니라 성희롱, 성폭력과 관련된 왜곡된 성의식의 조장이란 점에서 문제”라며 차후 이로 인한 모방 심리로 언젠가 사회 성범죄를 야기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음을 상기시켰다.



■ '심야시간 방송, 19세 이상 관람가'는 눈 가리고 아웅?

문제는 내용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규정상 심야시간대, 19세 이상 관람가 등 등급 표시를 지키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현실성 없는 공약(空約)에 불과하다.

고교생 아들을 둔 40대 맞벌이 직장인 L씨는 “수험생이라 늘 저혼자 새벽까지 공부하는 아들이 안스러웠는데 어느 밤 자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거실로 나갔다가 TV볼륨을 낮춘 채 몰래 성인방송을 보고 있는 아들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며 “다음날 바로 케이블 TV를 해지하고 TV도 우리가 자는 안방으로 옮겼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약 10년간 미국에서 생활하다 지난해에 들어왔다는 H씨는 “귀국한 뒤 TV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이같은 포르노 영상이 더구나 온 가족이 깨어있는 애매한 저녁 시간대부터 버젓이 개방된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된다는데에 너무나 놀랐다. 미국에도 300개 이상의 케이블 채널 방송이 있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논란대상인 성인물 중 일부 프로그램들은 심지어 낮시간에도 편성돼 방송중이다. 재방영 횟수도 평균 4~5회, 많게는 8회까지 반복 방송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른 아침시간대부터 수시 안내자막으로 고지하는 것은 물론, 이른 오후에도 선정적인 장면들을 모아 편집한 예고편까지 내보내기도 한다. 특히 입시지옥으로 불리는 국내 교육환경상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청소년들이 상당수. 심야시간대 방송원칙을 철저히 지킨다해도 마음만 먹으면 사실상 청소년 누구든 접근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이를 동영상으로 녹화해 주변 친구들이나 인터넷에 올려 공유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K씨는 얼마전 아들의 컴퓨터에서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듯한 케이블 채널 음란물이 십여편 들어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한바탕 아들과 낯을 붉히는 일전을 치렀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미디어팀 지향씨는 “성인인증을 받지 않으면 해당등급 이외의 시청자는 볼 수 없도록 하는 등 제도적 보완 장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선정적 방송의 두 얼굴- 겉으로는 자숙, 속으로는 박수.



“성인인 나도 차마 낯 뜨거워 보지 않는 프로그램을 어린 아들이 언제든 볼 수 있는 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K씨는 “하지만 방송심의기구가 다시 가동된다하더라도 얼마나 나아질지 솔직히 별 기대가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색시몽’을 위시해 지난해만 해도 성범죄행위의 정당화 등을 사유로 ‘YTN-STAR의 <무조건기준 그 속이 알고 싶다>, 코미디TV <조민기의 데미지>에서부터 지난 3월 ETN의 <백만장자의 쇼핑백>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이달의 나쁜 프로그램’이 지목되는 등 시민단체의 꾸준한 감시와 강도 높은 시정촉구 움직임이 이어져왔지만 방송심의위의 제재와 효과는 잠시 그때뿐.

결과적으로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오히려 시민계의 비판과 방송위의 관련조치를 제작사측에서 은근히 반기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자성의 제스추어를 취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홍보에 성공했다는 자축분위기와 함께 해당 프로그램 제작자들을 시상하고 격려하는 이중적인 태도다.

얼마전 방송위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와 ‘해당 방송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처분을 받았던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에서도 이후 제작사 측에서 진행자에게 감사패까지 주었다.

지난 1월 방송위원회에서 실시한 케이블과 위성방송에 대한 심의결과 경고 조치 6건, 주의 처분 10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4조(성 표현 관련) 위반 프로그램이 8개에 이르렀다. 앞선 지난해 9월에도 성표현 관련 조항을 반복적으로 위반한 XTM에 대해 과징금 1,500만원을 부과, 11월에도 tvN에 대해 3,000만원의 고액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현재 시청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란 거의 전무 상태다. 오히려 갈수록 악화일로다.

전체 가구중 케이블 보급률 80% 시대. 고려대 언론학부 허철 교수는 “이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막기위해서는 방송관련법상 합의된 룰을 철저히 준수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의 도입을 포함해 시민단체를 포함한 국민 전체의 공감대 형성과 여론화, 그리고 이 힘을 바탕으로 정부 및 방송심의기구가 보다 현실적이고 강력한 통제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유기적인 연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통위의 심의기구 정상가동후 이 끝모를 케이블 TV의 선정적 과열경쟁은 과연 어느 선에서 멈출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 논란에 휩싸인 케이블 TV 문제작들



△ OCN ‘메디컬 기방 영화관’,‘이브의 유혹’,‘천일야화’, ‘직장연애사’△ 슈퍼액션 ‘도시괴담 데자뷰’, ‘S클리닉’, ‘서영의 스파이’ ‘러브액션 3’△ ETN '백만장자의 쇼핑백‘△ 스토리온 ‘스토리쇼!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 △ 코미디 TV '독고영재의 데미지’,‘무조건 기준! 그 속이 알고 싶다’ △ CGV ‘연애’ ‘라디오야설극장’,‘색녀유혼’, ‘파이브 걸즈 란제리’△ tvN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리얼 스토리 묘’,‘러브룰렛 연상연하’,‘범죄의 재구성’ △e채널 ‘블라인드 스토리 주홍글씨’ △ XTM ‘앙녀쟁투’ △ Q채널 '살인의 현장','원더풀 섹스 월드’ △ YTN-STAR '깊은 밤 초이스 2.0' △ Mnet '아찔한 소개팅 파이널' '비키니 하우스‘ 등 다수

■ 방통위 심의조직 언제쯤 정상화 될까



방통위의 공백기는 시청률에 목 매인 케이블 채널쪽에서 대단한 ‘호재’다. 구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구 방송위원회의 심의조직이 통합되면서 구성된 새 민간독립기구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새 조직이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면서 관련 업무의 일시 중단 상태가 다소 장기간 지속돼 왔다.

24일 현재까지도 아직 본격적 가동은 벅찬 상태. 그러나 곧 조직이 제자리를 찾더라도 과거 ‘솜방망이 규제’라는 인식을 면치못했던 구 방송위의 위상에서 얼마나 획기적으로 달라질 지 의문이다.

학부모들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에서는 향후 방통위의 역할과 제재 또한 강화하는 등 현재 벌어지고 있는 케이블 채널 문제만큼 이에 상응한 강력정책과 집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가족부에서도 문제해결에 합류, 유해방송에 대한 청소년 보호를 위해 가까운 시일내 이들의 시청 보호시간대를 확장, 통제강화하는 방안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행 법을 보완해 앞으로는 평일을 기준, 청소년 시청 보호시간을 오전 6시~밤12시로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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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5/01 13:27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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