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미국은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했다. 유럽 주요국가도 3분의 1 이상이 접종을 마쳤다. 현재 접종 속도가 유지될 경우 2~5개월이 지나면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접종률이 75%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 집단면역까지는 아니어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할 정도는 된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접종속도가 늦다. 접종률이 10%를 조금 넘었는데, 하루 60만명 이상 백신 접종을 하고 있어 앞으로는 수치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백신 접종 확대에 맞춰 정부에서는 접종자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지 계획을 밝혔다. 7월부터 접종자는 모임 금지 인원에 포함되지 않는 등 정상 생활에 들어가게 된다.

한국은행이 금융완화정책 조절 가능성을 언급했다. 너무 빠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늦지도 않게 완화정책을 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해 향후 금리 인상을 포함한 긴축 정책이 시행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해당 발언이 나온 후 시장에서는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2분기에는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전이라도 유동성 공급 과정에 비정상적으로 시행됐던 정책들을 바로 잡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통해 자금 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도 완화정책 수정에 들어갔다. 시중금리가 한차례 올랐고,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3분기에 미국의 근원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경우 또 한번 테이퍼링 얘기가 나오고 금리가 상승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금리 상승으로 금융주 혜택 볼 듯

두 경우 모두 주식시장에는 종목별 주가 움직임에 영향을 준다. 코스피에 미치는 영향은 초기에 나타난 후 약해지는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관련주가 상승하는 등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작년 하반기에 선진국 통화 증가율이 피크를 친 후 정체되고 있어 유동성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있다. 유동성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주식시장에 높은 평가를 주기에는 가격이 너무 높다. 따라서 그 동안 저금리의 수혜를 많이 입었던 자산이 반대 상황에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금리가 오를 경우 가상화폐가 가장 불리하고 주식, 원자재 등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다. 지난 1년간 낮은 금리와 유동성 증가가 주식시장을 끌고 왔던 핵심 동력이었던 만큼 주식시장이 금리 상승을 견뎌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주식 내에서는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금리 상승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성장기업은 과거 돈을 많이 벌었던 경험이 없는 회사들이다. 내부에 쌓아 놓은 자산이 없기 때문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사업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금리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보게 된다. 혜택을 보는 업종도 있다. 대표적인 게 금융주이다. 은행은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 차이를 이용해 영업을 한다. 금리가 오를 경우 둘 사이에 차이가 커지기 때문에 이익이 늘어난다. 보험사는 판매한 상품을 계약이 끝날 때까지 보상해 줘야 한다. 따라서 과거 높은 금리에 들었던 연금 보험은 금리가 떨어질 경우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금리가 상승하면 해당 손실이 줄어들게 된다.

대면 접촉이 늘어날 경우 수혜를 보는 주식 상승

백신 접종으로 경제가 정상 궤도를 찾는 것도 다양한 종목에 영향을 준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게 운송, 조선 등 산업재와 철강을 포함한 소재산업이었다. 이들은 대규모 장치를 가지고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경기가 바닥을 쳐 수요가 늘더라도 빠르게 대응하기 힘들다. 이번처럼 원자재 확보가 힘들고, 운임 비용이 증가할 경우 대응이 더더욱 어렵다.

경기 관련주가 주춤한 사이 유통, 호텔, 레저 등이 매수세를 이어받았다. 대면 접촉이 늘어날 경우 수요 회복이 예상되는 업종으로 3월까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전 주가 수준을 소폭 넘는데 그쳤다. 그 동안 대면 서비스 업종의 회복이 더뎠던 건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느리게 진행돼 질병이 언제쯤 잡힐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을 빠르게 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발표되지 않았던 것도 회복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시간은 미국보다 4배 가까이 더 소요될 걸로 추정될 정도였다.

백신 접종은 속도의 문제일 뿐 접종 확대와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라는 방향은 정해져 있다. 따라서 주식시장은 계속 대면 서비스 수요가 정상화된다는 가정하에 움직일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업종별 소비지출을 보면 외식, 숙박, 레저, 운송 서비스 부문은 한동안 거의 회복되지 못했었다. 속도가 붙기 시작한 건 봉쇄조치가 풀리면서부터인데 보복 소비 증가가 회복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우리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 조사에서 향후 6개월 후 지출 전망 중 가장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꼽은 부문이 외식, 여행, 교양·오락·문화 등이었다.

주식시장이 크게 상승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하락하지도 않고 있다. 이미 많은 종목을 대상으로 순환매가 진행된 만큼 앞으로는 재료를 가지고 있는 종목에 국한해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어떤 종목이든 한번 상승 흐름을 타면 큰 폭으로 오른다. 종목별 흐름에 잘 올라타야 한다. 그래서 코로나19 이후를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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