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에서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검토하고 있는 계획내용이 알려짐에 따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두 가지 안은 모두 원전의 발전비중을 7%로 대폭 축소한다는 점에서 일치하나, 1안은 석탄발전의 완전 퇴출, 2안은 석탄발전비중을 1.5%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를 선택해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무려 60% 수준에 이르도록 계획하고 있다.

즉, 장기적으로 석탄발전 및 원전을 대체하기 위해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급속히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 현실성이 있을지 우려된다. 원전과 석탄발전을 급속히 축소하는 경우 부족한 발전을 채우기 위해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은 11.7 TWh에서 752 TWh로 2018년 대비 64배나 증가하게 된다. 발전비율로 봐도 2018년 6.2% 수준인 재생에너지 비중이 무려 60% 정도로 확대되어야 하는데 실제 우리나라의 국토면적과 기상여건을 고려했을 때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그만큼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석탄발전과 함께 대표적인 기저발전인 원전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원전의 발전비중이 23.4%였는데 이를 7%로 낮추겠다는 과감한 구상을 하고 있고 이것은 현 정부의 탈원전 행보를 가속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저발전인 석탄과 원자력을 모두 급속하게 축소 또는 퇴출시킨다는 정부의 계획은 너무 극단적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정부의 계획은 2050 탄소중립에 대한 현실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이 네 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 번째,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경우 풍량 및 일사량 등과 같이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힘든 자연적인 제약조건들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불안정한 발전출력을 보이는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이유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간헐적 발전’으로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급속히 늘리겠다는 계획은 전력수급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석탄발전을 퇴출하거나 급속히 감소시키는 경우 국내의 전력공급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로 인한 막대한 비용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전국에서 대규모 석탄발전소를 7기나 건설하고 있는 상황이고 특히 강원도 삼척에 지어지는 석탄발전소는 국내 최대 규모이며 강원도 안인에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도 이에 맞먹는 규모이다.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7기의 규모가 현재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 규모의 20%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석탄발전을 퇴출하겠다는 계획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세 번째,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동북아 그리드’를 이용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전기를 수입하겠다는 무모한 계획이다. ‘동북아 그리드(Grid, 전력망)’는 2017년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일을 비롯하여 러시아와 몽골 그리고 북한 등의 전력망을 연결하자는 협의를 제안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러시아와 일본 등이 동북아 그리드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국가 간의 여러 가지 견해차이로 인해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 현실을 고려하면 애당초 동북아 그리드의 경우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다. 왜냐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전통적인 우방국가가 아니며 해외에서 전기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송전설비가 필요한데, 한반도의 지리적 여건상 북한의 송전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동북아 그리드를 검토하면서 대북 리스크를 거의 고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북한을 경유해 전기를 수입한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국민 상당수의 반응이 부정적일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북한의 송전망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북한정권이 요구하는 상당한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고 북한의 송전시설이 낙후되어 있거나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국내기업들이 직접 송전시설을 건설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북한의 송전시설에 많은 투자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북관계가 악화되거나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져 북한이 의도적으로 송전망을 끊거나 전력을 가지고 협박을 하는 등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을 때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이다. 따라서 동북아 그리드는 탄소중립 2050계획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것이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타당하다.

네 번째, 정부의 계획은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을 무시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 소형모듈원전(SMR)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SMR은 제외한 채 원전비중 축소와 석탄발전 축소라는 맹목적인 정책기조를 유지하는데만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은 과연 국익을 진정으로 고려하고 있는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특히 원전은 탄소배출량 측면에서 전통적인 화력발전은 물론 재생에너지에 비해서 막대한 강점이 존재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발전원별 탄소배출량을 비교했을 때, 원전의 탄소배출량은 LNG발전의 100분의1, 태양광발전의 10분의1에 불과할 정도로 현저히 낮다. 탄소감축을 위해 대부분의 에너지소비를 전기로 전환하려는 추세 하에서 원전 비중을 급격히 축소하는 행위는 탄소중립 목표와 완전히 모순되는 어리석은 정책인 것이다.

그리고 원전의 사고 위험 때문에 원전을 축소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SMR의 등장으로 인해 빛을 잃게 되었다. SMR은 발전규모 300㎿ 이하의 소형 원자로이며, 전력이 아니라 공기를 이용하여 원자로를 냉각시키기 때문에 지진이나 쓰나미로 전력공급이 중단되어도 폭발할 위험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에 더해 소형 원자로이기 때문에 투자비가 작게 들고 건설기간도 짧다. 이러한 여러가지 장점 때문에 SMR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SMR에 대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부가 투자, 육성해야 하는데 현재의 정부계획에는 SMR 자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문가들의 비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 및 추진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국내의 경우 탄소중립이 사실상 시작단계라도 봐도 무방한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중립적인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2050 탄소중립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송전망을 이용해 중국과 러시아 전기를 수입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탈원전이라는 대통령 공약 등 정권 아젠다에만 집중하여 국내 현실과 에너지안보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면 취소되어야 한다. 반면에 SMR을 적극 개발, 육성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은 안보와 직결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산업경쟁력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정권 아젠다의 관점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하며 국가전체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반드시 명심하기 바란다.



●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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