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스크린 첫 경험, "야누스적 매력이 넘친대요"서 원조교제 여고생으로 '영화적 충격'청순미·섹시미 풍기는 샛별, "열정의 배우 되겠다"

[스타 데이트] 곽지민
아찔한 스크린 첫 경험, "야누스적 매력이 넘친대요"
<사마리아>서 원조교제 여고생으로 '영화적 충격'
청순미·섹시미 풍기는 샛별, "열정의 배우 되겠다"


“원조교제 하는 여고생이 되니까 세상이 달라보여요. 밝고 행복한 세상 이면에는 ‘무섭고 끔찍한 일도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땐 두려움도 생겨요.”

올해 여고를 졸업한 앳된 10대 소녀 곽지민(19)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 건 충격이다. 유복한 집안의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였다는 강남 8학군(진선여고)에서도 반에서 5등 안에 들었던 수재였고, 아나운서가 꿈이었다는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그녀다. 하지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원조교제의 끔찍한 악몽은 어디까지나 스크린 속의 아찔한 경험일 뿐이다.

그러나 원조교제 하는 여고생과 기성 세대와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영화 ‘사마리아’(감독 김기덕ㆍ제작 김기덕 필름)의 주인공 ‘여진’ 역을 맡은 곽지민의 상흔은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영화촬영 당시 실제 여고 3년의 몸으로 원조교제를 다룬 영화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그 논란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어느 누구도 제 편에 서지 않았어요. ‘오죽하면 그런 영화에 출연하면서까지 뜨려 하냐’는 비난이 빗발쳤죠. 반 친구들이나 담임 선생님은 물론 교장 선생님까지 ‘당장 촬영을 그만 두라’고 뜯어 말렸어요.” 그 와중에 코이프(수녀들이 쓰는 두건)만 달랑 쓴 채 상반신을 노출한 반라의 포스터를 찍었으니 외설에 대한 따가운 눈초리를 고스란히 감내할 수 밖에 없었다.

- '외설' 시선에 마음의 상처


■ 생년월일: 1985년 2월 13일
■ 키: 165cm
■ 몸무게: 45kg
■ 특기: 노래
■ 취미: 영화감상
■ 학력: 진선여고
“포스터를 촬영하는 날엔 온종일 울었어요. 그래서 더 슬픈 이미지가 선명하게 드러났나 봐요.” 비록 영화 속 설정이지만, 고등학생으로서 모텔에 출입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서울 화곡동의 모텔촌에서 찍었는데 모텔이라는 공간에 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죄를 짓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언론을 대상으로 한 촬영장 공개 땐 수십 개의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는 순간, 진짜 원조교제 하는 여고생이 된 기분이 들어 어디론가 숨고 싶었어요.”

촬영 3일 만에 몸무게가 4kg이 빠질 정도로 마음 고생을 심하게 치렀다. 그런데도 끝까지 촬영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론 외설적인 느낌이 많이 난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달랐다. “사마리아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시사하는 바도 있고 완성도도 있다고 느꼈어요. 제가 어떤 역을 맡는다는 것을 떠나서요.”

곽지민이 ‘여진’ 역에 애착을 가진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완전 신인이라고 영화사에서 저의 캐스팅을 반대했는데도 감독님은 절 믿고 역을 맡겨 주셨어요. 제가 노출을 꺼리니까 시나리오까지 수정해 주셨죠.”

그렇다면 김 감독은 왜 검증도 안된 신인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이토록 공을 들였을까. “청순하면서도 섹시함을 동시에 지녔다고 해요. 야누스처럼.”

- "여백 많은 배우" 감독 합격점

김 감독의 말처럼 극의 초반부에 원조교제 하는 남자들을 더럽게 여기는, 순수한 감성을 지닌 여고생으로 등장했던 곽지민은 친구 재영(서민정)의 죽음을 계기로 친구가 상대한 남자들을 찾아 성관계를 가지면서 삶의 의미를 되찾아가기 시작한다. “아직도 혼란스러워요. 어느 순간엔 여진이를 다 이해한 것 같다가도 돌아서면 하나도 모르겠어요. 이 영화가 갖는 매력인지 모르지만요.”

“뭐든지 빨리 흡수하는 것이 장점”이라는 곽지민의 연기는 신인인 만큼 전혀 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호한 캐릭터를 실감나게 전달했다는 것만으로 일단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김 감독은 영화 시사회 직후 곽지민의 연기를 두?“여백이 많은 배우다. 이 어린 나이에 너무 잘 하면 오히려 징그럽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여하튼 ‘사마리아’가 제54회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이후로는 그녀에 대한 시선이 너그러워졌다. 그 점에서 그녀는 행운아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못마땅한 게 많은 모양이다.

“할 수만 있다면 몽땅 다시 찍었으면 해요. NG없이 가느라, 다시 찍고 싶어도 말도 꺼내지 못했거든요.” 5억원의 저예산 영화이기 때문에 “4분 길이의 필름이 25만원이다. 신중하게 찍어라”던 김 감독의 당부는 큰 부담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곽지민은 고생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마리아’를 통해 연기에 대한 열정이 한 뼘은 쑥 자라났다. “여진 역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역할만 찾아 다녔을 것 같아요. 이번을 거울삼아 ‘자기를 버리고’ 가식 없는 삶을 연기할 수 있는 그런 배우로 거듭나고 싶어요. 그래서 ‘그 사람 정말 배우였다’는 소리를 들어야죠.”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3-04 13:52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