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챙기는 정성만큼 약자의 인권개선 고심새벽 6시 일어나 일과·집필 계획 정리, 7시엔 손수 아침 마련여성·청소년·아동문제 심각, 근본적 대책 수립에 몰두

[나의 아침, 나의 삶]
민주당 시민사회특별위 김강자 위원장

가족 챙기는 정성만큼 약자의 인권개선 고심
새벽 6시 일어나 일과·집필 계획 정리, 7시엔 손수 아침 마련
여성·청소년·아동문제 심각, 근본적 대책 수립에 몰두


이른 아침, 우면산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공기를 맡으며 그의 하루는 시작된다.

새벽 6시, 김강자 씨는 침실에서 일어나, 가장 먼저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연다. 산을 바라보며 크게 심호흡을 하고, 베란다 앞에 놓여 있는 식탁에 앉는다. 아침 6시부터 7시까지, 한 시간 동안 꼼짝 않고 이 자리에서 책 구상과 오늘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아침 7시. 아무리 바빠도 아침 식사는 직접 준비한다. 아침 메뉴는 주로,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야채 볶음밥을 한다. 전날 미리 각종 야채를 손질해 냉장고에 두었다가, 아침에는 다듬은 야채를 순서대로 팬에 볶고, 밥과 함께 버무리면 야채 볶음밥이 간단하게 만들어진다.

"가족들의 건강과 연관 있는 음식을 대충대충 할 수 있나요? 건강을 생각해 자연식품만 선택하고 조리할 때도 신경 써서 만들어요. 아무리 일을 하고 바쁘더라도, 주부라면 누구나 이렇게 할 거예요. 크게 자랑할 것은 없지만, 우리 집은 음식은 무공해 자연식을 고집해요. 건강과 직결되는, 먹는 음식만큼은 항상 신경 쓰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편이죠."

당근 버섯 감자 양파 피망 소고기 등 재료를 깨끗이 씻고 다듬고, 식물성 올리브유를 넣고 만드는 정성이 보통이 아니다. 또 식사 전에는, 토마토와 순수 꿀을 넣어 갈아 만든 토마토 주스 등 과일 주스를 아침마다 직접 만들어 마신다. 모든 음식 재료를 무공해 자연식으로만 하다 보니, 식비가 다른 집보다 많이 들지만 아깝지 않다.

"식탁에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먹는 아침 식사는 넉넉하고 여유가 있어 좋아요.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아침은 이렇게 꼭 챙겨 먹어요. 요리는 간단하지만, 몸에 좋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어 하루가 든든해요."


- 경찰의 스타에서 정계로 새로운 행보

김강자씨는 종암경찰서 서장으로 재직 중, 일명 '미아리 텍사스촌 프로젝트'로 미성년 매춘을 근절시켜 '경찰의 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며, 지난해까지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으로 근무했다. 그러던 지난해 12월, 그는 33년 동안 입었던 경찰 제복을 벗었다. 이유는 한 가지. 경찰 생활을 하면서 한계에 부딪혔던, 법안과 대책 마련 때문이다. 특히 여성과 청소년, 아동에 대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제도적인 법안이 개선되어야 했다. '누구라도 법안을 만들지 않는다면 내가 나서서 직접 법으로 만들자'는 생각이 절실했고 현장에서 뛰었던 경험자로서 이러한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싶었다. 그가 존경 받는 시민의 경찰에서 정계 쪽으로 방향을 바꾼 이유다.

"작년에 여러 당이 이른바 영입을 하겠다고 하면서 저를 찾아왔어요. 하지만 저는 정치에 대해 알지도 못해 모두 거절했어요. 그런데 민주당에서는 제게 정치를 하라고 하지 않고 여성과 청소년, 아동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습니다. 그 동안 경찰직에 몸담으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경찰로서는 한계를 느끼는, 제도적인 문제들이 많았어요. 순간, ‘이것이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민주당의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현재 민주당 시민사회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인터넷 매춘 및 음란 메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민주당의 '클린정당' 이미지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경찰 시절, 미성년 매춘과의 전쟁을 비롯해 미아실종센터 설치, 청소년 문제 등 굵직한 사안들을 주도했던 경력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기여하고 싶다'는 평소의 소망을 33년 간의 경찰 생활에서 펼쳤고, 그래서 나름대로 경찰 인생은 풍요로웠다고 회고했다.


- 33년의 경찰 경험 바탕한 책도 낼터

요즘, 그는 준비하고 있는 책 때문에 책상에 앉아 있는 시@?많다. 창 밖으로 녹습?짙은 산자락을 바라보는 곳에 앉아, 원고지에 직접 글을 쓰고, 차도 마시면서 하루를 보낸다.

"혼자 하는 작업이지만, 글 쓰는 일이 무척 재미있어요. 현장에서 겪고 느낀, 실제 경험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써 가고 있어요.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경찰 내부에는 아직도 ‘여자’라고 대놓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또 여성, 아동, 청소년, 성범죄 치안은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성폭행을 당한 어린이를 몇 번씩 오라 가라 수사하고, 또 검찰이 부르고 법원이 부르는 게 우리나라 성범죄 수사의 현실입니다. 이 모두가 고질적인 '가부장적 사고'가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남편한테 폭행당해 온 몸이 피멍 들고 옷이 찢겨져 파출소를 찾아 온 주부에게 형사과장이라는 사람이 "아주머니, 남편이 때려도 좀 참지 그랬어요?"라고 말했단다. 이는 단지 하나의 사례이며, 이밖에 책에도 다 밝힐 수 없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있다. 따라서 이번 책은, 그 동안 경험했던 경찰 생활을 통해 피부로 느낀, 한국의 가부장제를 낱낱이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어렵고 딱딱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써내려 갈 예정이다. 올해 12월 출간을 목표로 부지런히 펜대를 놀리고 있는 그는 "특히 이 책은 자신도 모르게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일반 남자들이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의 약자인 아동과 청소년, 여성의 대모로 영원히 남기 위해 한 단계 도약하고 있는 김강자씨.

아직까지는 제대로 된 정책도 없고, 대책도 없고, 인식도 없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지만,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도전할 것이다. 33년 간의 경찰 생활에서 숱하게 경험하고 뼈저리게 느낀 현실이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또 잘 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글 / 허주희 객원기자

사진 / 이상민(프리랜서 사진가)


입력시간 : 2004-07-07 11:47


글 / 허주희 객원기자 cutyhe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