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내 삶의 최고 가치MBC드라마 에 신데렐라 꿈꾸는 캐릭터로 3년 만에 컴백

[스타 줌인] 탤런트 이승민
'연기'는 내 삶의 최고 가치
MBC드라마 <사랑찬가>에 신데렐라 꿈꾸는 캐릭터로 3년 만에 컴백


이름이 낯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얼굴을 보면 어딘가 많이 본 듯한 친숙한 인물이다. 연기자 이승민(27). 중간에 잠시 쉬긴 했지만 이 바닥에 발을 들여 놓은 지 어느새 7년이란 세월이 흘러 갔다.

18세 되든 겨울, 모델로 활동한 게 계기가 되어 21살에 드라마 ‘학교2’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승민은 ‘동감’ ‘4월의 키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등 각종 드라마의 조연으로 활약하며 오랜 기간 숙련의 시간을 거듭해왔다. 그리고 얼마 전 본명 ‘김민주’에서 ‘이길 승, 민첩할 민’자인 ‘승민(承敏)’으로 개명해 연기자로 새롭게 태어나려는 의지를 보였다.

아픔 만큼 성숙해진 그녀
작년까지 그는 3년 여의 공백기를 가졌다. 그 동안 꾸준히 연기 생활을 해왔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위치에 가 있지 않을까 하는 주변의 안타까움에도 그는 “나름대로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밝힌다. 정신없이 달려온 연기자로서의 삶에 재충전의 기회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자의식이 강한 그는 “내가 연기를 왜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쌓여 혼란을 느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시간을 절실히 원했던 것이다.

그 혼란 가운데 “연기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제일 컸다. “일단 얼굴이 알려지면 다른 일을 시작하기가 힘들잖아요. 연기도 어떻게 보면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라 돈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요. 거기에서 혼란이 왔어요. 그러고 보니 연기자 생활하면서부터 저는 매니저분들을 비롯한 주위 분들의 도움만 받았지 나의 일 모두를 자력으로 하지 않았더라고요. 연기 외의 부분에서 저는 바보가 되어 있었던 거죠.”

며칠동안 식음을 전폐하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길 수백 번. 그의 연기에 대한 의욕을 불타오르게 한 계기는 공교롭게도 대학 연기수업시간 교수님에게 대사가 빼곡히 적힌 종이를 받으면서부터 였다.

“대사의 대략적 내용은 주인공이 ‘사람들에게 울림을 줘서 변화를 이끌겠다’는 것이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무대에 나가서 그 내용을 힘차게 읽는데, 저는 그 대본을 읽으면서 울음이 터진 거에요. 전율이 왔어요. 근데 그 떨림이 부끄럽지가 않았어요. 나중엔 격해져서 카타르시스마저 느꼈죠.” 어떤 행동을 할 때 ‘왜’에 대한 분명한 이유를 알고 해야 의욕이 생긴다는 그에게 그때의 경험을 통해 얻은 “세상을 바꿔야겠다”는 의식은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 셈이다.

이승민은 확실히 다른 또래보다 진중하고 냉철했다. 연기자 이승민에 대해 주위에서 친절하고 착하다는 평가가 있다고 하자, “저는 항상 ’왜’를 묻고 그 동기가 부여되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아요. 친절도 동기부여가 되니까 하는 거죠. 그런 면에서 오히려 저는 이기적이에요”라고 말한다.

공백기간 동안 연기자의 길에 대한 성찰이 연기자 이승민을 변화시켰다면, 인간으로서의 이승민을 변화시킨 건 ‘실연의 아픔’이었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시절에 대해 “ 아픔의 시간들이 허무맹랑하진 않았어요. 인생을 배운 계기가 되었어요”라며 긍정적으로 승화시켰다.

그로 인해 실연 전과 후의 그는 완전히 달라졌다. “전에는 염세적이고 시니컬하며 사람을 만날 때 ‘저 사람이 나에게 진실을 말하는 걸까. 아님 가식인 걸까’를 따졌어요. 대인기피증세도 있었고요. 그런데 실연을 겪은 후 달라졌어요. ‘밝아졌다’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이 바뀐 거예요. 사람을 만날 때의 두려움이 없어지더라고요. 부정적 정보를 극복하는 노하우가 생긴 거죠.”

연기 아니면 살 수 없을 것 같아
이승민은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풍겨나온다. 최근 열연하고 있는 MBC드라마 ‘사랑찬가’에서 신데렐라를 꿈꾸는 허진주의 캐릭터가 맘에 드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그는 “연기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 자체가 감사해요. 연기는 죽어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볼 필요가 있어요”라며 우회적으로 답했다.

극중 이승민의 연인으로 나오는 선우재덕은 실제 그와 18살이나 차이가 나는 대선배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는 “나이 많으신 상대역이 편하다. 어색하지 않고, 인생경험이 풍부한 수용력이 있어 좋다. 그런 면은 연인 역으로 감정몰입을 할 때 매력으로 다가와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렸을 적 다섯 손가락에 엄지손가락부터 차례대로 좋아하는 남자배우를 쓰기도 했다. 선우재덕 선배님이 엄지손가락에 쓰여 있을 때가 많았다”고 털어 놨다.

고정적으로 발랄한 캐릭터만 해와서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었던 그는 마냥 귀엽게만 보이던 덧니도 교정하고 연기에 있어 한껏 의욕적으로 임하고 있다. “연기자로의 미래를 그려보면 남자나 결혼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연기가 아니면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자칭 ‘연기 못하는 노력파’인 그는 전보다 한층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연기를 하다가 혼나게 되면 너무나 속상해 하는 이승민에게 사람들은 “너는 언젠간 크게 될 거야”라며 희망을 얘기한다.

“앞으로 남은 연기생활은 순전히 제 몫이죠. 저는 여자로서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고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를 벗어나 큰 틀을 깨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중심이 잡히고 건강한 에너지가 발산되어 나오는 배우로요.”


홍세정 인턴기자
사진=홍기복 기자


입력시간 : 2005-07-13 18:47


홍세정 인턴기자 weekly72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