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으로의 완벽 변신 "이 지독한 연기의 맛"

거침없다. 제대로 독기를 품은 듯하다. 10월31일 첫 전파를 탄 KBS-2TV ‘이 죽일 놈의 사랑’을 통해 연기자 정지훈으로 안방극장을 두드린 가수 비(23)의 눈빛은 강렬했다.

“(연기할 때) 가수 비는 땅에 묻어두고 온다”거나 “이미지 생각할 바에야 돈 벌기 위해 사업하는 게 낫다”라는 말들로 비장하리만큼 치열한 연기 열정을 내비친다.

비의 드라마 출연은 지난해 9월 종영된 ‘풀하우스’ 이후 1년여 만이다. 그러나 이는 산술적인 기간일 뿐 연기의 질은 “확 달라졌다”고 자신했다. “이전까지는 어떻게 하면 멋진 모습으로 비칠까, 이렇게 하면 슬픈 모습으로 비치겠지 하며 연기해왔어요. 하지만 이젠 느껴지는 대로 연기하려고 합니다.”

‘이 죽일 놈의 사랑’에서 그는 식물인간이 돼버린 형의 옛 애인과 지독한 사랑에 빠지는 이종격투기 선수 강복구 역을 맡았다. 가슴 아픈 사랑의 주인공이라지만, 로맨스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백마 탄 왕자님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챔피언이 되어 튀는 게 싫어 일부러 맞아주고 져주는 오만함에, 어릴 때부터 안 해본 나쁜 짓이 없는 양아치다.

비는 강복구를 두고 ‘악의 극치’를 보여주는 남자라고 정의했다. “굉장한 악역이에요. 여자가 와서 키스하면 침 뱉고 가버릴 정도로요.”

악의 극치 보여주는 역에 만족

놀랍게도 그는 이러한 악역이 “지금까지 한 배역 중 가장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라고 강조하면서 요즘에는 배역에 몰입해서 평소 건방진 모습까지 보일 때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겉모습도 강복구에 철저히 맞췄다. 날렵한 모습의 이종격투기 선수가 되기 위해 아침 저녁으로 줄넘기 500번, 쌩쌩이 2,000번씩을 하며 체중을 7㎏이나 줄였고 액션스쿨에서 하루 6시간이 넘도록 몸을 다지기도 했다. “작품 끝나면 병원에 입원할 거예요”라는 말이 농담 만은 아닌 듯 하다.

“죽어가고 있어요. 액션 신 한 번 찍고 나면 골절상을 많이 입어요. 그런데 정말 힘든 건 감정 연기예요. 드라마의 7할 이상이 감정 연기인데 한 장면 찍고 나면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에요.”

코피를 연신 쏟는다면서도 지친 기색은 전혀 없다. “한 시간 투자하면 평생 얻을까 말까 한 사랑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그 든든한 뒷심이다.

이미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류 스타지만 비는 여전히 꿈이 많다. “내년엔 쇼킹한 발표가 많이 있을 거예요. 연기와 노래 양쪽 모두에서요.”

쇼킹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비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단다. “쉬는 시간이 정말 없어요. 촬영 끝나면 안무 연습실 가서 춤 추고, 해외 진출을 위해서 영어와 중국어 일어를 공부해요. 조금 시간 나면 댄서들과 대화 나누고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게 고작이에요.”

최근에는 영화계에서도 러브 콜이 쇄도한다. 이에 대해 언젠가 영화계에 진출할 계획이지만, 아직은 상업 영화에 출연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더 큰 인기나 국제 진출 같은 프리미엄은 그리 중요하지 않거든요. 정말 바라는 건 좋은 감독 밑에서 첫 발을 잘 내딛는 거예요.” 그 이유가 더 걸작이다. “나중에 스타성 없어지더라도 실력으로 남고 싶어요.” 가수 비와 탤런트 정지훈의 경계를 그토록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건 이 같은 진중함 덕이 아닐까.

본명: 정지훈

키: 184㎝ 몸무게:74㎏

취미: 영화감상, 음악감상, 신발과 의류수집

학력: 경희대학교 포스터모던 음악과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