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버섯 추출액 이용한 항암쌀 개발 도전

1970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1950년대 말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추방돼 입원해 있을 때 말기 암 판정을 받았다.

솔제니친은 자작나무 군락지 근처 원주민들이 난치병에 걸리면 무엇인가를 달여먹고 완치되는 것을 목격하고 그것을 복용해 암을 치료했다.

솔제니친이 1968년 발표한 소설 ‘암병동’에는 그러한 과정들이 자세히 묘사돼 있다.

소설 속 원주민들이 암을 비롯한 난치병에 걸렸을 때 이용한 것은 16세기부터 시베리아 지역에서 불치의 병을 치료하는 민간 비약(秘藥)으로 알려져 온 ‘차가버섯’이다.

차가버섯은 원래 러시아, 일본의 홋카이도, 북유럽의 핀란드 등 극한 지역의 산자작나무에 기생해 수액을 빨아먹고 자라는 것으로 버섯 중 최고의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계의 연구 결과 차가(Chaga)에는 인간의 면역력과 자연 치유력을 높여주는 항산화효소(SOD)와 베타 그루탄 등이 다른 약용 식물에 비해 수 백배 이상 들어있는 특이한 구조로 돼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차가버섯을 이용해 기능성 농작물을 만들어보겠다는 사람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1990년부터 러시아와 농업 협력을 거듭해온 국제농업개발원 이병화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 원장은 항암 성분을 가진 차가버섯 추출액을 이용해 항암 기능이 있는 농작물을 만들겠다며 지난 10월 발명특허출원을 했다.

특허출원한 기술의 핵심은 차가버섯 추출액을 쌀이나 다른 농작물에 주입하는 것으로 암과 당뇨 환자들이 이러한 농작물을 섭취하게 되면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식물은 차가버섯 추출액을 잘 흡수하지 않는다.

따라서 농작물에 차가버섯 추출액을 주입하려면 특수한 기술이 필요한데, 이 원장은 러시아 기술진(국가 천연물질연구팀 A.A 데민 박사외 11명), 국내 박상제 박사 등과 협력해 이를 개발해냈다.

‘초면(初面) 현상’ 기법을 이용해 농작물이 차가버섯 추출액을 흡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초면현상은 거위나 오리 같은 새가 알에서 깨어났을 때 처음 보는 대상을 어미로 인식하거나, 막 태어난 호랑이 새끼도 돼지 젖을 빨게 하면 젖을 물린 돼지를 어미로 알고 자라는 것처럼 탄생 초기 처음 접한 것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려는 현상이다.

이 원장 등 연구진은 1950~60년대 구 소련 학자(T.D 루이센코, 쿠비악 박사 등)들의 연구를 계승, 초면현상을 식물에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작물별로 다양한 실험을 반복한 끝에 식물에서 초면 현상이 언제 일어나는지를 찾아냈을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농도의 차가버섯 추출액을 흡수케 해야 작물이 가장 강한 항암 능력을 가진 채 잘 성장할 수 있는지를 발견해냈다.

이 원장은 이 연구에 국내 학자들을 참여 시켜 얻은 방법을 국내에서 특허출원한 것이다.

이 원장은 “항암 성분이 강한 쌀이 생산된다면 쌀 시장 개방으로 위기에 처한 국내 농업이 활기를 찾을 수 있고 다른 농작물에도 적용이 가능해 커다란 농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암, 당뇨 등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