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보아'로 일본무대서 주목받던 신인 가수데뷔앨범 타이틀곡 국내서 인기몰이

그녀에게서 풋내가 싱그럽게 난다. 열아홉 살의 나이 때문일까. 아직은 모든 것이 수줍은 듯 머뭇머뭇, 그러면서도 다부지게 자신의 얘기를 풀어 놓는 신인 가수 윤하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것은 바로 갓 돋아난 새싹에서만 맡을 수 있는 알싸한 향기, ‘풋풋함’이다.

‘피아노록’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데뷔하자마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지난해 12월 싱글 앨범 <오디션>으로 처음 국내 활동을 시작한 윤하는 올 3월부터 정규 1집 앨범 <고백하기 좋은 날>을 발매하고 본격적으로 끼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데뷔한 지 이제 겨우 석 달째 되는, 새내기 중의 새내기인 셈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윤하는 피아노를 치며 록 음악을 부르는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벌써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쾌한 느낌의 타이틀곡 ‘비밀번호 486’은 발표 두 달 만에 쟁쟁한 선배 가수들을 제치고 쇼 음악프로그램 1위를 차지한 뒤 여전히 그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어린 윤하 역시 쏟아지는 팬들의 사랑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그저 감사할 뿐”이라며 말문을 연다.

“의외였어요. 아무래도 전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니까 음악프로 1위는 전혀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돼 행복해요. 제 노래를 좋아해 주시는 팬들에게 가장 많이 감사해요.”

신인 가수로서는 얻기 힘든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마냥 들떠있을 법도 한데도 윤하는 “음악이란 사람들과 소통하는 도구의 하나”라며 나이에 걸맞지 않게 차분하게 얘기를 이어간다.

아무리 밋밋한 얘기라도 음악이라는 색깔을 입히면 더 맛깔스럽고 신나게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 윤하의 믿음이다. 그래서 예쁘게 포장하고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노래도 좋지만, 언젠가 음악의 힘을 빌어 사람들이 내비치기 싫어하는 부분까지 솔직하고 진실되게 얘기하길 꿈꾼다.

“음악을 통해 얘기하면 더 쉽게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꺼리는 부분, 그런 부분까지 드러내고 얘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록’ 음악의 정신이기도 하고요.

물론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할 수 있다고 해서 다 좋은 음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고 사랑해주는 음악과 맞아떨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진짜 좋은 음악이라 할 수 있죠. 제가 추구하는 음악도 바로 그런 거에요.”

■ 나이 답지 않은 프로정신 엿보여

수줍은 표정 속에 어쩌면 저런 다부진 꿈이 숨어있을까 놀랍다. 19세 소녀답지 않게 어른스럽다고 말을 건네자 그녀는 부끄러운 듯 “처음 가수가 되고자 했을 때만 해도 ‘스타’를 꿈꾸는 수많은 가수 지망생들과 같았다”고 털어놓는다.

어린 나이에 가수로 데뷔하고, 그것도 데뷔하자마자 스타가 된 윤하지만 그녀 역시 가수가 되기 위해 만만치 않은 고난의 길을 거쳐왔다.

중학교 3학년 철부지 때부터 수없이 많은 오디션을 치르고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노래를 할 수 있다면 초라한 무대라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그 고된 과정을 견디지 못한 동료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는 것도 숱하게 보아왔다.

“그때는 어렸으니까 그렇게 포기하는 동료들을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경쟁자가 줄어든다는 안도감이 저도 모르게 들었던 거 같아요. 철이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오히려 데뷔를 하고 난 뒤에는 가수 선배들을 보면서 각자가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데 놀라요.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가요계를 풍성하게 만들어가는 게 더 좋은 거 같아요.”

윤하는 지금 뭐라고 말하기가 쑥스럽기도 하지만, 꿈을 먹고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을 가수지망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뭐든지 ‘적당히’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굉장히 힘을 많이 쓰면 근육통이 오잖아요.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뜨거운 열정에 너무 몰아치다 음악을 놓아버리면 안 되잖아요.

또 하나, 가수는 노래하는 사람이니까 데뷔를 하고 안하고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순간만큼은 프로정신을 잃지 말고 당당했으면 좋겠어요.”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이기에 말에 무게가 실려 꽤 묵직하게 다가온다. 물론 윤하가 어린 나이에도 이토록 성숙할 수 있었던 데는 일본 활동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녀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에서 먼저 데뷔해 이름을 알린 뒤 국내 무대에 올랐다.“굳이 처음부터 일본 무대를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가수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던 때 저에게 처음으로 기회를 준 곳이 일본이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낯선 땅에서의 가수 생활이 쉽지 않았을 것은 쉽게 짐작이 가는 터.

고된 이국땅에서의 가수 생활이 조금씩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 건 일본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1년여 쯤 지난 뒤, 애니메이션 <블리치>의 엔딩 테마곡 ‘호우키보시(혜성)’를 부르면서부터다.

“‘호우키보시’가 오리콘 차트에 진입한 날 정말 하루종일 인터넷으로 차트만 확인했어요. 단지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게 다가 아니라, 그것 자체가 사람들이 제 음악을 얼마나 듣고 싶어하는지 또 얼마나 소장하고 싶어하는지를 말해주는 지표잖아요. 아직은 10위권에 진입해 있는 정도에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 노래를 들어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더 많이 올라가야죠.”

많은 사랑을 받았던 ‘비밀번호 486’의 후속곡으로 역시 발랄하고 경쾌한 신세대들의 사랑을 그린 ‘연애 조건’을 준비하고 있는 윤하는 앞으로도 한동안 피아노와 함께 무대에 설 계획이다.

무대에 색다른 재미를 더하기 위해 피아노가 아닌 다른 악기를 연주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지만 아직은 팬들이 ‘피아노 치며 노래하는 윤하’를 더욱 기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피아노 치는 윤하’가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저 TV에 비치는 제 노래, 피아노와 함께 있는 제 모습을 보고 윤하라는 가수가 지닌 색깔을 단정짓지는 말아주셨으면 해요. 1집 앨범만 해도 TV에서 보여지는 것과는 다른 모습의 곡들이 많이 수록돼 있거든요.

저는 아직 신인이고 그래서 앞으로 여러분들께 보여드릴 모습이 더 많잖아요. 윤하라는 가수가 어떻게 성장할지, 어떤 색깔을 찾아갈지 앞으로 계속 지켜봐주세요.”

이제 겨우 꽃이 피는, 그렇기에 더 차오를 것이 많은 풋풋한 가수 윤하. 인기가 조로할지, 장수할지는 그녀의 꿈을 어떻게 실현하는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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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 기자 lunallena99@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