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좋다' 전시회·단행본 출간… 스타급 작가 발굴·양성 절실

미술품이 관람객과 만났을 때 가장 먼저 ‘그림 좋~다!’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면 그 작품은 대중과의 소통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대중과 미술은 보이지 않는 두껍고 높은 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림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고, 경건하고 엄숙하기까지 한 전시회 분위기는 갤러리나 미술관과 같은 전시장의 문턱을 높여 대중과의 거리감을 크게 했다. 미술 트렌드가 다수가 아닌 특정 계층을 중심으로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코드로 움직인다는 인식이 팽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이제 미술은 지금까지의 틀을 깨고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한국미술경영연구소(KAMI, The Korean Arts Management Institute) 김윤섭 소장은 이를 두고 “미술 향유 문화가 확산되고 또 일상화되는 포문이 열린 것이다”라며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즐기고 느끼는 문화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친숙하게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미술경영연구소 개설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데, 지난 12월 30일까지 연구소 주최로 진행한 <그림 좋다> 기획전을 비롯해 동일한 이름의 단행본 <그림 좋다> 출간 역시 미술 향유 문화의 확산을 위한 노력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소장은 2007년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 나갈 작가 20명을 초대해 첫번째 기획전 를 개최한 바 있고 2008년에는 <그림 좋다>전을 통해 동시대를 대표하는 20~40대 젊은 작가들 25명을 한 자리에 소개했다. 또한 한국 현대미술의 젊은 흐름을 읽을 수 있는 25가지 키워드를 모아 엮은 같은 제목의 단행본 <그림 좋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2008년은 미술 시장이 불황인 데다 기존에 미술계 내에 팽배해 있던 부정적인 시각이 더욱 커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물론 미술 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반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였죠. 무엇보다도 미술에 대한 대중의 흥미를 돋구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상에 재미를 더하고 긍정적인 관심을 높이고자 했던 시도가 <그림 좋다>전으로 이어졌고, 그 여운이 오래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같은 이름의 단행본까지 출간하게 된 거예요.”

김 소장은 미술 시장 전문가이기 이전에 한 명의 미술 감상자로서 <그림 좋다> 단행본을 제작했다. 그는 이 책을 한국 현대미술의 총정리서나 미술사 필독서가 아닌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시대에 미술이 대중 사이에 스며들고 자리잡도록 돕는 미술 감상 안내서이자 해설서라고 말한다.

독자들이 책에 제시한 현대미술의 25가지 키워드를 참고로 자신만의 미술 감상 키워드를 찾고 실제 미술 시장에서도 적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실 미술 시장의 침체는 여전합니다. 양질의 기획전이나 미술 서적 출간 같은 노력만으로는 시장 전체의 완전한 호황을 기대하기 어렵죠. 국내 미술계를 이끌어나갈 스타급 작가들의 발굴과 양성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해외 미술계에서 이름난 국내 작가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없어요. 영국의 경우 데미안 허스트가 부양하는 미술 인구를 헤아려보면 100여 명의 어시스턴트들을 비롯해 화랑과 경매사, 딜러까지 족히 수천 명이 넘습니다. 아직까지도 이런 스타 작가들이 우리나라에는 턱없이 부족한 거죠.”

국내 미술계의 양극화 문제를 거론하는 것 조차도 아직 때가 이르다는 김 소장은 미술 시장을 피라미드 형태에 비유했다.

“피라미드 형태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술 시장역시 마찬가지에요.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부류가 하위 부류를 이끌어 나가는 거죠. 우선 국내 미술계가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잠재적 스타 작가들을 계속해서 키워나가야 합니다. 작가들의 입지가 굳어지게 되면 국내 미술 시장 전반을 이끌 것이고 미술계 활성화와 장기적인 발전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가 됩니다.”

그는 정부의 고가 미술품 양도세 부과 법안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고 꼬집었다. 지금 같은 침체기에는 오히려 미술 시장의 규모를 넓히고 이끌 수 있는 ‘미술계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술품은 현재 객관적인 가격 평가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준이 없습니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미술품 거래를 양지에서 극대화하고 활성화시켜야 할 때이며 거래 시스템을 안정화해야 할 때입니다. 시장이 제자리를 잡은 후에 비로소 양도세를 부과하거나 그밖에 거래의 제약을 둘 수 있는 거죠.”

김 소장은 비록 미술 시장이 전반적으로 움츠려 있지만 그 흐름은 물길과 같아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밝혔다.

“물길의 표면은 기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출렁이잖아요. 최근의 미술 시장 파동 역시 경제 변화에 따른 표면 흔들림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물길의 심연이 어떤 변화에도 끄덕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향을 고수하며 흐르는 것처럼 국내 미술계의 심연도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거죠. 그 방향은 경쟁력을 갖춘 긍정적인 발전 방향이라고 감히 확신해 봅니다.”



윤선희 기자 leonele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