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화법으로 현실과 상상 유머러스하게 표현… 중국 진출 박차

임태규는 ‘퓨전 한국화가’다.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개성 넘치는 소재와 독특한 필법으로 그의 작품은 전통적 동양화의 느낌보다 만화나 동화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는 서른 넷의 젊은 작가임에도 이력이 화려하다. 한 해 동안 뛰어난 기량을 펼친 청년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석남미술상의 스물 여섯번 째 수상자이고, 2006년에는 금호미술관 영아티스트로도 선정됐다. 2005년 송은미술대상전에서 미술상 수상의 영광 역시 그의 차지였다.

대표작은 <주변인> 시리즈. 그가 그리는 화폭 속 세상에는 광대 복장을 한 맑고 청순한 소녀가 있는가 하면, 짙은 어둠 속에서 애무하는 동성애자, 뿔난 강아지와 함께 우주 여행을 떠나는 소년, 로켓에 매달려 날아다니는 사람까지 현실과 상상이 유머러스하게 표현돼 있다. 이들은 모두 현대 사회의 주체가 아닌 타자이자 소외된 비주류이며 주변인이다.

“저 역시 주변인이라고 생각해요. 초기 주변인 시리즈는 모노톤의 컬러로 대다수가 우울하고 어두웠었죠. 하지만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까 주변인의 삶이 힘들기만 한 건 아니더라고요. 저 또한 제 일과 삶을 즐기며 꿈을 꾸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2~3년 전부터는 작품에 밝고 다양한 색깔을 넣어 주변인과 더불어 현재를 살아가는 모두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적나라한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꿈과 희망을 표현한 거죠.”

작가는 <주변인>시리즈에 대해 그때 그때의 솔직한 감정을 담은 가장 ‘나다운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임태규는 이 같은 자신의 솔직한 느낌과 현대인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실험적인 방식을 작품에 끌어들였다. 동양화 고유의 재료인 한지와 먹을 사용했지만 그 표현법에 있어서는 기존의 어떤 방식보다도 독특하다.

<주변인>시리즈 속 인물들의 심리상태나 처지를 세밀하게 보여주고자 활용한 가늘고 날카로운 선 역시 언뜻 보기엔 세필로 그린 것 같지만 수 차례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화 전공자인만큼 재료는 동양화의 기본을 따르고 있어요. 한지에 먹을 사용해서 작업을 하는데 가장 먼저 한지에 먹을 충분히 적시고 그 위에 다시 그림 그릴 한지를 붙입니다. 연필이나 날카로운 도구로 꾹꾹 눌러 그림을 그리고 채색까지 한 다음 종이 뒷면에 한지를 덧붙이는 배접을 하죠. 배접된 그림에 맞춰 다시 한번 더 채색을 하면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겁니다.”

한지가 주는 재질감이나 한지를 투과해 생긴 먹선의 느낌은 수묵화나 판화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또 다르다. 서양화에서는 더더욱 찾아보기 힘든 매력이다.

임태규는 순발력을 요하는 이 새로운 그리기 기법을 수 없이 많은 연습을 통해 찾은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현재 베이징 아트시즌스 갤러리에서 오는 4월 열리는 개인전을 위해 중국 현지 작업실에 머무르며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올해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중국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단체전을 통해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혀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인의 일상과 희망을 재기 발랄한 상상력으로 드러내는 임태규 작가에게서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