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서울국제도서전 위해 방한… 국내 출간 신작 <파라다이스> 소개

<개미>,<뇌>,<신>등 밀리언셀러 작품으로 알려진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국을 찾았다.

그의 작품은 국내 13종 27권이 출간됐고, 판매량이 600만 부에 가깝다. 대표작인 <개미>는535쇄를 찍었을 정도. 그러니 그가 한국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의 작품이 가장 많이 팔린 외국 중 하나인 한국을 그는 자주 찾았다. 이번 한국 방문은 여섯 번째. 지난 해 <파피용> 출간 후 일 년 만의 방문이다.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차 한국에 온 그를 만났다.

미래는 상상의 결과물이다

서울국제도서전 행사가 열리는 코엑스몰이 웅성거렸다. 작가 베르베르가 나타나자 독자들이 카메라를 꺼내 플래시를 터뜨린다. 재미있는 것은 베르베르의 반응. 그는 휴대폰 카메라로 자신을 찍는 한국 독자들을 찍으며 등장했고, 가벼운 인사 후 포토타임 내내 한국 독자를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한국을 다시 방문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것은 여러분이 많은 기대감으로 저를 찾아 주시고, 좋은 질문을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매번 한국에 오는 것이 설렙니다."

작가는 얼마 전 국내 출간된 신작 <파라다이스>에 관한 소개를 이어갔다. <파라다이스>는 17개 이야기로 구성된 단편집. '있을 법한 미래'와 '있을 법한 과거'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금 현재 우리가 누리는 것 중에서 부모님 세대, 그 이전 세대가 상상했던 것이 현실화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미래 세대들이 그런 혜택을 누리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가능한 미래를 상상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인간에게는 기억력, 적응력, 상상력이란 3가지 능력이 있는데, 나는 상상력을 발달시켰다"고 말한 바 있다. 상상력은 과학(개미, 아버지들의 아버지), 명상(여행의 책), 신(타나토노트, 천사들의 제국, 신), 우주(파피용) 등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뻗어가는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말이다.

"저는 인간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긍정적으로 봅니다. <파라다이스>의 마지막 단편 <아틀란티스의 사랑>은 등장인물이 걱정 근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겁니다. 인간이 자연과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죠. 미래 세대는 우리보다 나아야 하며, 우리가 선사시대 사람을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인류의 미래가 긍정적이라고 상상할 때, 우리가 상상력을 발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간에서 자전적 내용은 없나?

"마지막 단편 <아틀란티스의 사랑>이다. 이 이야기처럼 자기 최면을 걸면서 전생을 경험하고, 평온한 상태를 느꼈다. 물론 자기 최면을 건다고 해서 진짜 전생을 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전생 부분이라고 상상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개미>에서 시작해 <뇌>, <아버지들의 아버지>, 얼마 전 <신>과 <파라다이스>까지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독자와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자신만의 비결은 뭔가? 소통방식의 노하우를 말한다면?

"인간은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무한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정신세계의 20%만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의 감각이나 힘, 재능을 끝까지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고 그런 경우도 거의 없다고 본다. 사람들은 서로 소통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의 무의식 세계와 소통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우리 자신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데, 자기 자신과 소통하기 위해서 나는 일어나자마자 밤에 꾼 꿈에 대해 기록한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면 꿈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에게 전해주는 내적세계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와 같이 스스로 단절된 소통부터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과 진정 어린 소통 이후 타인과 소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8살부터 소설을 썼다고 들었다. 본인이 생각하는 창의성의 원천이 무엇인가.

"내가 상상력을 키우게 된 배경은 어린 시절 고독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던 이유가 크다. 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서 실제 세계로부터 도피하고자 했다. 만약 내가 사교성이 있고 운동을 좋아하는 보통의 남자아이와 같았다면, 그런 이야기들을 쓰지 않았을 수도 있다. 고독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등장인물이라는 나만의 친구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사회에서도 호의적인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이런 도전은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시도를 감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비웃음이 두려워서인 경우가 많다. 진정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를 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이야기, 좋은 스타일을 쓰려는 강박을 버리고 자기가 풀어나가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예를 들어서 영어와 불어에서 '표현'(expression)이란 말은, 압력press이라는 단어 앞에 접두사(ex)가 붙은 것이다. 이 말은 자기 자신이 받는 압력을 외부로 표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모두는 압력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적절한 시기에 분출시키지 않으면 결국은 병에 걸리게 된다. 제가 생각할 때 이 압박을 잘 표출할 수 있는 게 창조적인 예술행위다. 우리 모두는 예술가다. 그런데 실제로 예술가가 되는 사람은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자신을 표출시키는 반면, 예술가가 되지 못 하는 사람은 남들에게 비웃음을 살 게 두려워 어느 순간 표출하는 걸 접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더 나아가고 좋은 창작을 위해서는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품에 한국 이름이 등장하기도 한다. 일례로 이번 신작에 실린 단편 <카산드라의 거울> 중에서 천재 프로그래머 '김예빈'이란 인물이 등장하는 걸로 아는데, 누군가?

"예빈은 한국출판사(열린책들) 대표의 아들 이름이다. 성이 김 씨는 아닌데, 한국인 중 김 씨가 많은 것 같아서 김을 썼다."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는데 한국 독자를 위해서 한국어를 배울 생각 있는가?

"언어에 소질이 없다. 물론 '당장 배우고 싶다'고 말하고 싶지만,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고 끈기가 있는 편도 아니다. 다만,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태어나고 싶다. 나는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사는 것이 달콤하면서도 즐겁다고 생각한다. 물론 교육과정은 힘들지만. 그래도 그 힘든 교육과정을 거친 이후에는 수월하게 잘 살 수 있는 길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소설가가 되고 싶다. 소설을 쓰는 것은 즐거운 작업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